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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는 즐겁다든데? -2부

2010/02/12 00:42
고담

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보기

 한번은 이런 적도 있어. 편의점 주말 야간이었을 땐데, 내가 바로 다음날 학교를 가야되니까 교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어. 근데 어떤 아저씨가 오는 거야. 그 아저씨가 '어, 너 학생이었어?' '예, 저 고2인데요' 이랬어. 근데 그 아저씨가 '야, 참 기특하다' 이러면서 갑자기 막 둘러보면서 '뭐,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이래. '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다고, 막 했는데, 갔고, 다음 토요일 날, 와가지고 '술이나 한잔 먹을까?' 이래. 나 일하고 있는데. 그래서 맥주 한 병, 두병 시켜가지고 거기, 그때 겨울이었으니까 파라솔 말고, 거기 라면 먹는데 있잖아, 거기서 과자 하나 뜯어가지고, 먹으면서. 그랬어.

 편의점에, 에피소드가, 참 많은 것 같은데……. 거기 편의점이, 되게 쪼끄맸어. 씨씨티비도 두 개밖에 없었다. 근데 또, 하나는 또 짝퉁이야. 그래가지고 씨씨티비 사각지대가 있었어. 그래가지고 내가, 맨날 친구들 불러가지고 빼서, 막 먹고 그랬어. 그리고 냉장고엔 씨씨티비가 없잖아. 근데 냉장고에서 들어갔다 나올 때는 씨씨티비를 지나야 돼. 그래가지고 몸에다 숨기고 해가지고 냉장고 들어가서 음료수랑 애들 맥주 막 갖다 주고, 솔직히 그때 사장이 존나 싸가지 없고 싫어가지고 그렇게 한 거고. 또 졸려 올 때는, 아, 낼 학교도 가야되는데 어떡하냐, 하면서 그거, 그거 있지, 모닝 케어. 그것도 막 먹고. 별 효과는 없드라고? 술 취했을 때 먹어야 돼, 그건.

-사장한테 안 걸렸어?
 절대 안 걸렸어. 절. 대 안 걸렸어.

-계산이 안 맞을 거 아니야.
 안 맞아. 계속 아니라고 했어. 증거 있어? 없잖아. 완전범죄야. 솔직히 그 새끼한텐 그렇게 해도 돼. 싸가지 없었어. 아 몰라, 나한테 하는 짓이.

 내가, 11시부터 시작했거든. 11시엔 사장이 있었어. 11시에 사장이 와가지고 이러는 거야, 요즘에 반품 도둑이 있어. 어디서 따른 편의점에서 물건 훔쳐 와갖고 우리 편의점 와서 돈으로 바꾼다고, 그런 도둑이 있대. '애들이니까 애들 잘 보고 반품 해달라고 하면 해주지 말고 사장님한테 전화해' 이래. 그래가지고 내가, 알바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을 갔다 왔어. 어떤 사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 죄송합니다!' 하고 뛰어 들어가는데, 갑자기 반품을 해 달래. 그래서 해 줄까, 말까 하다가 보니까 애들도 아니고 아저씨드라고. 사장님한테 전화해야 되는데 번호가 010으로 돼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016이드라고. 그래서 사장님한테 전화도 못하고 아저씨니까 뭐 괜찮겠지, 하고 해줬는데 4만 9천원 해줬어. 근데 그게, 다음날 아침에 사장님 와갖고 씨씨티비 돌려 보는 거야. 그때 알았어. 그게, 뭐냐면은, 그니까, 내가 화장실에서 문 팍 열고 계산대로 들어갈 때 이렇게(⊃) 돌아서 가야되거든? 그때 내 뒤통수 뒤에서 바로 팍 (진열대에서) 물건을 빼가지고 '여기 반품해주세요' 이런 거야. 나보다, 더! 완전범죄가 있다니. 난, 진짜 놀랬어. 야아아아, 차암, 그래가지고, 4만 9천원 날렸지.

-니 월급에서 깎아?
 어. 상관 안했어.

 아, 언제는, 고등학, 쌩, 이렇게 따악 온몸에다, 다아 써놓코, 체육복이었어, 그래가지고 야아아 맥주를 갖고 오는 거야. 내가 그 여자애를 계속 쳐다봤어, 계속 쳐다보고, '몇 살, 이세요?' 했어. 그랬더니, 고3이라고 한번 달래. 고3이래. 그래가지고, '고3, 맞아여?' 하고 예, 하고 딱 줬어. 어리고 참 귀여우니까 그냥 줬어. 아, 근데 한번 주니까 계속 오더라고!? 계속 줬지, 뭐 어트케, 안 줄 수도 없고.

 그래도 딴 때는 민증 검사 다 했어. 딱 봤을 때 학생 같다 하면. 민증, 애들이 파드라고? 진짜, 우리 사장한테, 민증 위조한 거 보여주면 사장이 뺏어, 아예. 그래서 내가 맨날 그거 가져. '사장님! 저 그거 주세요!' 해서. 한 다섯 개 받았을 걸? 그래서 애들한테 팔고. 하나에 만원. 야, 그거 몇 년 동안 쓸 수 있는 건데 만원은, 만원은 싸지. 사진이 달라도, 뭐 지 능력껏 다 해. 다. 아, 나도 있어. (부시럭) 봐.

-너 안 같은데?
 아니야?

-응. 전혀 다른데?
 능력껏 다 할 수 있어.

-뭐 부업 같은 거네.
 더 짭짤한 거 있었어. 거기가, 고깃집이였어. 거기가 24시간이었어. 내가 네 시까지 했어. 새벽 네 시까지. 근데 거기 취객들이 좀 많어. 그래가지고, 거기다가 지갑을 놓고 가는 거야, 다. 그래서 매니저님이, 어유, 지갑 가져가셔야죠, 했어. 나도, 맨 처음엔 손님들한테, 그냥 말해줬어. 근데, 며칠 지나다 보니까, 돈도 없고 용돈도 없고 하다보니까, 어느새 지갑 놓고 간 거, 하나 둘, 씩 그냥 말 안하고, 그냥 접시 치우면서 지갑, 내 주머니에 넣게 되더라고. 그래가주고, 거기서, 참, 용돈 많이 썼지. 제일 많이 들어있었던 게, 현금, 만 원짜리 현금으로 32만원. 그거 딱 열어보고 진짜 뜨끔했어. 이렇게 많은 돈을……. 진짜 깜짝 놀래가주고……. 그래도 알뜰하게 썼어.

-사장한테 안 걸렸어?
 어. 거기 씨씨티비 있었는데, 별말 안하더라고. 알면 뭐해, 알면 어때? 그만둔다고 하면 되지.
-다음날 그 사람들이 지갑 찾으러 오면 어떡해?
 안 왔어. 한명도. 아무도. 그걸로만 총, 4십… 5만원 벌었어.

-야, 나도 거기 좀 알려주라. 어딘지.
 왜?
-나 돈 필요할 때 좀 하게.
 야, 근데 그거 돈 필요할 때, 뭐, 삼사일, 일주일 정도 한다고 하면 안 돼. 무조건 한 달, 저 한 달 이상 할 수 있어요, 아니다 세달. 무조건 세달, 저 세달 이상 할 수 있어요, 하고 한 달 하고 때려쳐.
-왜?
 그렇게 해야 돼. 워얼급이잖아, 워얼급. 어딜 가든 다 세 달이야, 무조건. 다 세달 이상 할 수 있냐 물어봐.
-거짓말 치는 거네?
 응. 그럼 어떡해.


-지금까지 알바 뭐뭐 해봤어?
 흐음… 주유소, 가스충전소, 고깃집, 예식장 뷔페, 순대국집, 편의점, 호프집, 방향제 제조.

-되게 많이 해봤잖아, 주유소 알바가 힘든 편에 속해?
 아니. 딴 일 생각하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 근데 다른 애 같으면 힘들다고 했겠지.

photo by Taiger808

알바느은 말이지…… 노올…… 아냐, 음, 게임이다!

-너어어, 차암 편하게 산다.
 편하게 살다니? 뭐가.

-알바를 하면 대부분은 힘들어하잖아.

 자, 내가, 비유를 할게에? <원피스> 알지? 원피스에서, 루피랑, 걔네들도 위대한 항로 들어갔잖아. 사람들이 다 위대한 항로 들어갔다 나오면은 진짜 죽는다 그러잖아, 근데 루피 걔네들은 존나 재밌게 했잖아, 나도 걔랑 나랑 똑같은 것 같애. 오케이? 그러니까, 나는, 힘든 걸, 내 방식대로, 한 것 같애.

 고통에 몸부림쳤다는 끔찍했다는 말은 해주잖구 루피는 내내 찡그리는 일이 없다.
하도 즐거워만 보이길래 지켜보는 나까지 잊어버렸다. 루피가 들어갔던 위대한 항로, 사람들이 질겁하고 수군대던 그 위대한 항로 맞다. 자꾸 넉살 좋게 쪼개는 이 녀석이, 괜히 주인공이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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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2009/11/27 23:30

 "시간당 이라 하면 다른 가게들이 다욕해. 미친이라고."

 영은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몰랐다.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흠……. 한 시간에 몇 천원이라 하는 그런 괴담을 굳이 알려들고 싶지 않을 밖에.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고담

처음에 했던 곳은 시급이 원이었고 두 번째는 만원, 세 번째는 나중에 만원으로 올려줬어.


 
루에 제일 받았던 적? 시급 이만원일 때 일곱 시간 찍어서 . 날마다 바로바로 받았어. 혹은 다음날 통장으로 넣어주거나.

 평균이란 게 매해. 어떤 곳은 만원 주는 곳도 있고. 근데 피팅이 만원 받으면 정말 안 하는 게 나은 거야. 얼굴 팔리는 건데 시간당 만원이라 하면 다른 옷가게들이 다욕해. 그 집 미친집이라고. 거의 만 오천원부터 시작 하는 게 보통이지. 삼만원이 최대 맥시멈이야. 그리고 어떤 곳은 아예 일당으로 이십 만원, 십 오만원 하는 곳도 있구.

 그렇지! 받은 알바였지! 그래서 내가 사 천원 받는 알바를 못하겠어……. 차라리 다시 살 빼서 피팅을 하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그땐 꿈이 예인이여서 뭔가 모델을 하는 게 더 유리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 그리고 나중에 옷가게도 차리고 싶어서, 모델일 하다보면 주워듣는 게 있을 테니 한 것도 있구. 그치만 제일 중요한건 뭐니 뭐니 해도 돈! 보수가 많으니깐.

 먼저 온라인으로 사진을 보냈어. 럼 연락 와. 그래서 내가 그곳으로 가서 면접? 그냥 뭐, 얼굴 보는 거지. 몸이랑 보고 나서, 그쪽에서 마음에 들면 연락이 오는 거고. 사실 그 자리에서 대부분 말을 해줘. 뭐 이정도면 괜찮겠네, 다음부터 촬영하자, 이런 식으로. 그때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고나 할까?! 민망하지만, 그때 빠지고 그래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 줄 알았어.

 인터넷에 보면 피팅모델 구하는 카페 같은 게 되게 많아. 거기에 보면 구직란이 있어. 그럼 자기 PR을 해서 올리는 거야. 솔직히 객관적으로 못생긴 사람들도 완전 자신만만해.


 근데 막상 해보니까- 피팅 하는 애니깐 뭐 옷만 갈아입지, 실무적인 거는 하나도 모르겠고. 카메라 앞엔 아무리 서도…… 뭐랄까, 내가 쑥스럼이 많아서 여전히 부끄러운 건 있더라구. 아, 그리고 최악인건 야외촬영인데, 사람들 북적이는 명동이나 홍대에서 사진을 찍는 건 아…… 진짜, 너무! 부끄러웠어! 난 시간이 안 되서 항상 주말에 찍었는데, 그때는 진짜 사람들 북적이잖아……. 외국인들이 나 뭐 연예인 줄 알고 렌즈 완전 긴 전문가용 카메라 같은 거로 사진 찍어가고.                                                         


 근데 길거리에서 촬영하다가, 잠깐 어떤 상가로 들어가더니 옷으로 가려 줄 테니깐 갈아입으라고 하는 거야. 그땐 진짜 눈물 날 뻔……. 옷 갈아입는데 막 남자들이 쉭쉭 지나가. 거기가 진짜 나쁜 곳이었어. 다른 곳은 아예 자기네 차가 있어서, 거기 안에서 갈아입힐 걸.

 
그리고서는 창피하니깐 옆에 붙지 말래.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왜냐면 여름가을 옷 입히고, 더울, 가죽 자켓에다, 워머 시켜 놓거든…….

 
화장실에서도 갈아입었는데 그것도 진짜 기가 막힌 게, 그냥 커피빈 이런 곳 들어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래. 거기 사람들이 나 다 쳐다보는데.

 
아, 진짜…….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최악이야! 너무 부끄러워.

 
나는 길에서 촬영하는 거 봐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지나가는데, 찍히는 입장이 되면 거의 다 <쟤 뭐야> 이러고 쳐다보니깐 완전 후끈후끈해…….                                                        photo by  Jef Harris
 
글쎄, 해도 해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면 부끄럽더라. 난 그래서 스튜디오 촬영이 제일 좋아. 무엇보다 포토그래퍼가 우리 여야 할 것 같아! 그럼 미친 듯이 활개 칠 텐데!

 나는, 정말…… 포 없는 애였지. 그래서 대충 피팅 한 애들 사진보면서 몇 개 익혀가고 그랬지. 근데 그러고 가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찌나 민망하던지 포즈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 그래서 거의 막 고정자세가 생겨. 그래도 딱히 뭐라고는 안 하더라.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번 촬영을 하는데 화장을 해주는 곳도 있고, 내가 해야 하는 곳도 있어. 촬영하고 밥을 사주긴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은 알바시간에서 제외해. 정말 야박하지!
 
"그게 야박해?"
 아니, 근데, 화장해주는 시간도 제외해. 음……. 난 나름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저년이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싶겠지만.

 아, 런 일도 있었어! 완전 오랜만에 연락이 온 거야. 내가 살쪄서 알바안하고 있었는데 괜찮대. 그냥 한번만 촬영 하쟤. 그래서 거기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그게 원피스였는데…… 옷 뒤쪽이 스타킹 아래로 걸친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나왔는데 거기 포토그래퍼가 ‘야 너 옷 끼었다’ 이러면서 옷을 빼준 거야……………………………………. 엉덩이랑 허벅다리…… 뭐…… 다, 공개한 셈…….

 아, 정말 거의 성희롱 당했어. 그날 촬영 다 끝나고 그 포토그래퍼가 밥 먹자 해서 집 가고 싶은데 그냥 밥을 먹었어. 밥 먹고 집 갈라고 하는데, 뭐 같이 청계천을 가자느니, 인사동을 가자느니. 시발, 걸어서 거기를 다 돌았어! 근데 걷는 도중에 막 은근슬쩍 어깨잡고, 계속 내 사진 찍더니 뭐라는지 알아? 자기가 모델 촬영들 해보면 뭐 별로 안 마른 모델들도 있대. 엉덩이 크고 다리 두껍고. 그래서 내가 ‘아, 죄송합니다’ 했더니 ‘괜찮아’ 이러면서 시발 놈이……, 내 얘기였던 거지! 그러면서 ‘우린 엉덩이도 본 사인데’.
 
 나 집 와서 완전 개분노! 정말, 그날 하루 일기장에 적혀있어, 아주 욕으로 한가득!!
 
피팅 모델을 할 거면, 절대 살찌우지 마! 그리고 포즈 연습도 많이 해 놓는 게 좋고…….

 다른 알바? 언니 대타로 한스델리 설거지 열 시간 한 거랑, 무한도전에서 하하 군입대전에 콘서트 할 때 거기 무슨 카드 섹션 하는 게 있는데 그거 카드 의자에 놓는 거!
 
비교하면 피팅이 황금알바지! 한스델리 설거지만 해도 시급이 얼마였지, 사천원이였나……? 열 시간해서 사 만원 벌었다.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하니 슬슬 알바 해야 하는데. 당최 뭘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은아. 이제 다른 알바 못 할 것 같다!"

 아니, 지금은 너무 살이 쪄서. 내 주제에 뭘 피팅이야……. 살 빠지면 다시 도전 할 생각이긴 하지만.
 
“근데 다른 알바, 할 수 있긴 있겠어?”

…….

“할 있을 것 같아?”
 
아니…… 직히 좀…… .


알바였나?

2009/11/06 14:41

알바였나?

-고은의 미술 잡일 알바-

고담



 실제로 만난 엄친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고은은 중1때 부업으로 알바를 시작했다. 모르는 아줌마들이 한데 모여 뭘 열심히 하고 있길래 나도 시켜 달라 한마디 했다. 자기소개도 면접도 필요 없었다. 정보지에 고리를 다는 일이었다.


 “정보지?”

 “그거 있잖아, 동네에 먹을거리 써져있는…….”

 고은은 답답해하다 마침 거실 책꽂이에 비집어 나와 있는 정보지를 발견하곤 보여준다.


 “이거!”

 아아, 그거! 살 뺀답시고 입 대신 눈으로 먹을 때 뒤적인다는 우리 동네 냉면부터 피자까지 나와 있는 그 정보지. 나는 정보지 끝에 동그랗게 달린 고리를 처음 본다는 듯 바라보았다. 있는 줄도 몰랐다. 누군가는 이 고리를 달았겠구나.

 또 다른 부업일은 반도체 쪽 단순 작업이었다. 칩에 ‘뭘’ 끼는 거. 얼마 받았는지는 까먹었고 다만 몇 번 일을 하고 난 후 한꺼번에 몰아서 받는다는 것밖에 기억 하지 못했다.


 <필요할 때마다 말하면 준다>던 엄마는 마이쭈 살 돈은 주지 않았다. 그러자 옷이랑 고데기 살 돈도 안 줄 것 같았다고. 또 고은은 만화책을 한꺼번에 빌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 한번에 2만 원가량이 필요했다. 그 밖에도 필통이랑 퍼즐도 사고 싶었다. 그러나 고은은 잊지 않고 일주일에 꼬박꼬박 3천 원씩 예금을 들었다. 빨리 독립하려면 집이 필요하니까. 그동안 고은은 인테리어 면에서 자신의 취향을 한껏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불만이었다고….


 그리하여 고은은 열네 살, 부업으로 시작해 전단지도 돌려보고 아는 분이 하시는 분식집 서빙도 하며 알바를 전전해왔다. 엄마에겐 친구들이랑 논다고 둘러대고서.

 어느 정도 캐릭터 파악이 되자 슬슬 나는 가장 최근의 일감을 물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를 만났으니까.


 “고은이 엄마가 그러는데 고은이 요즘 알바 한다더라.”

 “무슨 알바?”

 “미술 작업 도와주는 거래.”

 “응? 그게 뭐야?”

 

 “하, 하. 별거 아닌데, 하, 하……”

 고은은 특유의 김빠진, 힘없는 할머니 웃음소리로 답했다.

 친구가 다니던 화실 선생님은, 화실일 말고도 여기 저기 작품을 출품하기에 열심이었다. 작품들은 주로 엄청나게 컸다.


 “주제가 거미였어. 선생님 생각에 자기 상상력은 고리타분하고, 뭔가 참신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나봐. 어린 애들의 동심을 빌리기 위해 ‘거미’하면 떠오르는 거를 조사해오게 했어. 대답해주는 사람 수 만큼 종이를 썼어. 한 장당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일주일 했더니 총 2만원이었어. 나, 유치원까지 찾아가면서 했다!


 언제는, 남녀 성기……있지, 남녀 성기. 그거를 표현해야 했나봐. 빨랫줄을 쭉 풀면 꼬불꼬불하고 엄청 기다란 줄이 나와. 뭉텅이 1개에 500원 받았어. 한 뭉텅이를 다 푸는 데는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

 큰 색도화지에 사람 형태로 종이인형처럼 자르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개당 30원이었어.


   <Photo by Infinity Rain>

 겨울 방학에 화실 전시회를 여는데, 어떤 작품에 <거미줄>에 매달린 역할 할 사람이 필요했어. 거미한테 먹힐려고 하는 동물이었어. 분장하고 계속 서 있었어. 하루 종일 서있을 필요도 없고 사람 보일 때만 하면 됐어. 아무도 없으면 앉아서 쉬고. 이틀 해서 10만원 받았어. 오전 여덟시부터 오후 아홉시. 밥? 제공됐어.

 어느 날은 화실 천장이 심심하다고 느꼈나봐. 천장 타일을 떼어서 거기에 그림을 그리게 시켰어. 한 타일 당 천원.

 그랬더니 이번엔 벽이 심심했나봐. 애기 발자국 같은 거 찍어서 붙이는 거였는데 발자국 한 개당 30원 받았어.

 그리고, 미술 화실에 꼬마 애들은 그림 그리기 싫어하잖아. 어느 날은 그냥 내가 놀아줬어. 애들 엄청 많았는데. 칼 싸움 같이 하고, 맞고, 그래서 멍도 들었어. 하루 종일 놀아주고 나니까 고맙다 고 2만원 주셨어.                                                                                                                                                          

 해님과 달님 표현해야 된대서 신문지 길게 세로로 찢어서 꼬았어. 그건 개당 10원씩 받았어.

 시간은 없는데 작품은 내야 됐나봐. 나보고 용 그림을 시켰어. 전체 말고 용 대가리만 4개.  컴퓨터 자료 보고 그대로 그렸어. 작품 출품할 때 내 이름도 넣어주셨어. 어디다 냈는지는 몰라.

 또? 잘 기억이 안 나……. 아, 애들이 화실 전단지 잘 돌렸나 감시도 했지. 한 바퀴 대충 훑어보고 와서 5천원 받았던 것 같아. 근데 남자애들이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렸었어. 선생님께 말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남자애들에게 돈을 주셨어.

 같이 화실 알바 하는 애가 내가 아는 애만 다섯 명이고, 모르는 애들은 한 세 네 명쯤 되는 것 같아. 난 좀 선생님이 좀 불쌍했어. 나만해도 지금까지 50만원은 벌었을 텐데……. 돈? 돈은 당일에 바로바로 받지.”


 알고 보니 고은은 이 알바를 중1때부터 쭉 해오고 있었다. 일감이 생기면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오던지, 고은이 때때로 불쑥 들렀다.

  “주변사람들에 비하면 완전 놀고먹는 거지. 이건 진짜, 수다를 떨면서 해도 되는 거니까. 선생님도 그냥 용돈 주는 셈 치는 것 같아.”

 확실히 그런 지점들이 있었다. 알바라고 해야 하는지, 그냥 기특해서 주는 용돈인지. 경계가 아리송했다. 언뜻 어렸을 때 아버지 머리에 난 새치를 뽑을 때마다 한 가닥에 100원을 받곤 했던 게 떠올랐다. 그것도 알바였나.


 “완성된 작품 보면 기분이 어땠어?”

 “완성 작품은 되게, 좋……, …….”

 예상치 못한, 몹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음……잘 그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그지……정말, 잘 그렸어.”

 질긴 재촉 끝에 고은은 진실을 실토했다.

 “어떤 그림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았어. 도화지에 바나나랑 콘돔을 붙여놨어. 성기 표현했다던 거 있잖아…. 거기다 내가 풀었던 빨랫줄을 뭉실뭉실하게……. 좀, 그랬지.”

 

 갑자기 목소릴 낮추고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고은은 진정 그리 생각하는 눈치였다. 더덕 더덕 콘돔 달린 완성작을 보여주자 할머니 같은 웃음소리를 간신히 몇 번 내고서, ‘아…하…좋네요……’하고 자리를 피했을 고은이 눈앞에 생생했다. 나라면 보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선생님한테 이것저것 물었을 텐데. 생방으로 들을 수 있는 작가의 작품해설 아닌가.


 특히 미술, 작품 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고은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랐을 거다. 짭짤한 용돈 벌이도 하면서, 작품의 시작부터 출품 후까지 모든 과정을 작가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돌아보면 그게 알바였나 싶은 <기회>일 테니까.

http://filltong.net/g0dam

고담의 톡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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