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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는 즐겁다든데? -2부

2010/02/12 00:42
고담

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보기

 한번은 이런 적도 있어. 편의점 주말 야간이었을 땐데, 내가 바로 다음날 학교를 가야되니까 교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어. 근데 어떤 아저씨가 오는 거야. 그 아저씨가 '어, 너 학생이었어?' '예, 저 고2인데요' 이랬어. 근데 그 아저씨가 '야, 참 기특하다' 이러면서 갑자기 막 둘러보면서 '뭐,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이래. '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다고, 막 했는데, 갔고, 다음 토요일 날, 와가지고 '술이나 한잔 먹을까?' 이래. 나 일하고 있는데. 그래서 맥주 한 병, 두병 시켜가지고 거기, 그때 겨울이었으니까 파라솔 말고, 거기 라면 먹는데 있잖아, 거기서 과자 하나 뜯어가지고, 먹으면서. 그랬어.

 편의점에, 에피소드가, 참 많은 것 같은데……. 거기 편의점이, 되게 쪼끄맸어. 씨씨티비도 두 개밖에 없었다. 근데 또, 하나는 또 짝퉁이야. 그래가지고 씨씨티비 사각지대가 있었어. 그래가지고 내가, 맨날 친구들 불러가지고 빼서, 막 먹고 그랬어. 그리고 냉장고엔 씨씨티비가 없잖아. 근데 냉장고에서 들어갔다 나올 때는 씨씨티비를 지나야 돼. 그래가지고 몸에다 숨기고 해가지고 냉장고 들어가서 음료수랑 애들 맥주 막 갖다 주고, 솔직히 그때 사장이 존나 싸가지 없고 싫어가지고 그렇게 한 거고. 또 졸려 올 때는, 아, 낼 학교도 가야되는데 어떡하냐, 하면서 그거, 그거 있지, 모닝 케어. 그것도 막 먹고. 별 효과는 없드라고? 술 취했을 때 먹어야 돼, 그건.

-사장한테 안 걸렸어?
 절대 안 걸렸어. 절. 대 안 걸렸어.

-계산이 안 맞을 거 아니야.
 안 맞아. 계속 아니라고 했어. 증거 있어? 없잖아. 완전범죄야. 솔직히 그 새끼한텐 그렇게 해도 돼. 싸가지 없었어. 아 몰라, 나한테 하는 짓이.

 내가, 11시부터 시작했거든. 11시엔 사장이 있었어. 11시에 사장이 와가지고 이러는 거야, 요즘에 반품 도둑이 있어. 어디서 따른 편의점에서 물건 훔쳐 와갖고 우리 편의점 와서 돈으로 바꾼다고, 그런 도둑이 있대. '애들이니까 애들 잘 보고 반품 해달라고 하면 해주지 말고 사장님한테 전화해' 이래. 그래가지고 내가, 알바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을 갔다 왔어. 어떤 사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 죄송합니다!' 하고 뛰어 들어가는데, 갑자기 반품을 해 달래. 그래서 해 줄까, 말까 하다가 보니까 애들도 아니고 아저씨드라고. 사장님한테 전화해야 되는데 번호가 010으로 돼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016이드라고. 그래서 사장님한테 전화도 못하고 아저씨니까 뭐 괜찮겠지, 하고 해줬는데 4만 9천원 해줬어. 근데 그게, 다음날 아침에 사장님 와갖고 씨씨티비 돌려 보는 거야. 그때 알았어. 그게, 뭐냐면은, 그니까, 내가 화장실에서 문 팍 열고 계산대로 들어갈 때 이렇게(⊃) 돌아서 가야되거든? 그때 내 뒤통수 뒤에서 바로 팍 (진열대에서) 물건을 빼가지고 '여기 반품해주세요' 이런 거야. 나보다, 더! 완전범죄가 있다니. 난, 진짜 놀랬어. 야아아아, 차암, 그래가지고, 4만 9천원 날렸지.

-니 월급에서 깎아?
 어. 상관 안했어.

 아, 언제는, 고등학, 쌩, 이렇게 따악 온몸에다, 다아 써놓코, 체육복이었어, 그래가지고 야아아 맥주를 갖고 오는 거야. 내가 그 여자애를 계속 쳐다봤어, 계속 쳐다보고, '몇 살, 이세요?' 했어. 그랬더니, 고3이라고 한번 달래. 고3이래. 그래가지고, '고3, 맞아여?' 하고 예, 하고 딱 줬어. 어리고 참 귀여우니까 그냥 줬어. 아, 근데 한번 주니까 계속 오더라고!? 계속 줬지, 뭐 어트케, 안 줄 수도 없고.

 그래도 딴 때는 민증 검사 다 했어. 딱 봤을 때 학생 같다 하면. 민증, 애들이 파드라고? 진짜, 우리 사장한테, 민증 위조한 거 보여주면 사장이 뺏어, 아예. 그래서 내가 맨날 그거 가져. '사장님! 저 그거 주세요!' 해서. 한 다섯 개 받았을 걸? 그래서 애들한테 팔고. 하나에 만원. 야, 그거 몇 년 동안 쓸 수 있는 건데 만원은, 만원은 싸지. 사진이 달라도, 뭐 지 능력껏 다 해. 다. 아, 나도 있어. (부시럭) 봐.

-너 안 같은데?
 아니야?

-응. 전혀 다른데?
 능력껏 다 할 수 있어.

-뭐 부업 같은 거네.
 더 짭짤한 거 있었어. 거기가, 고깃집이였어. 거기가 24시간이었어. 내가 네 시까지 했어. 새벽 네 시까지. 근데 거기 취객들이 좀 많어. 그래가지고, 거기다가 지갑을 놓고 가는 거야, 다. 그래서 매니저님이, 어유, 지갑 가져가셔야죠, 했어. 나도, 맨 처음엔 손님들한테, 그냥 말해줬어. 근데, 며칠 지나다 보니까, 돈도 없고 용돈도 없고 하다보니까, 어느새 지갑 놓고 간 거, 하나 둘, 씩 그냥 말 안하고, 그냥 접시 치우면서 지갑, 내 주머니에 넣게 되더라고. 그래가주고, 거기서, 참, 용돈 많이 썼지. 제일 많이 들어있었던 게, 현금, 만 원짜리 현금으로 32만원. 그거 딱 열어보고 진짜 뜨끔했어. 이렇게 많은 돈을……. 진짜 깜짝 놀래가주고……. 그래도 알뜰하게 썼어.

-사장한테 안 걸렸어?
 어. 거기 씨씨티비 있었는데, 별말 안하더라고. 알면 뭐해, 알면 어때? 그만둔다고 하면 되지.
-다음날 그 사람들이 지갑 찾으러 오면 어떡해?
 안 왔어. 한명도. 아무도. 그걸로만 총, 4십… 5만원 벌었어.

-야, 나도 거기 좀 알려주라. 어딘지.
 왜?
-나 돈 필요할 때 좀 하게.
 야, 근데 그거 돈 필요할 때, 뭐, 삼사일, 일주일 정도 한다고 하면 안 돼. 무조건 한 달, 저 한 달 이상 할 수 있어요, 아니다 세달. 무조건 세달, 저 세달 이상 할 수 있어요, 하고 한 달 하고 때려쳐.
-왜?
 그렇게 해야 돼. 워얼급이잖아, 워얼급. 어딜 가든 다 세 달이야, 무조건. 다 세달 이상 할 수 있냐 물어봐.
-거짓말 치는 거네?
 응. 그럼 어떡해.


-지금까지 알바 뭐뭐 해봤어?
 흐음… 주유소, 가스충전소, 고깃집, 예식장 뷔페, 순대국집, 편의점, 호프집, 방향제 제조.

-되게 많이 해봤잖아, 주유소 알바가 힘든 편에 속해?
 아니. 딴 일 생각하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 근데 다른 애 같으면 힘들다고 했겠지.

photo by Taiger808

알바느은 말이지…… 노올…… 아냐, 음, 게임이다!

-너어어, 차암 편하게 산다.
 편하게 살다니? 뭐가.

-알바를 하면 대부분은 힘들어하잖아.

 자, 내가, 비유를 할게에? <원피스> 알지? 원피스에서, 루피랑, 걔네들도 위대한 항로 들어갔잖아. 사람들이 다 위대한 항로 들어갔다 나오면은 진짜 죽는다 그러잖아, 근데 루피 걔네들은 존나 재밌게 했잖아, 나도 걔랑 나랑 똑같은 것 같애. 오케이? 그러니까, 나는, 힘든 걸, 내 방식대로, 한 것 같애.

 고통에 몸부림쳤다는 끔찍했다는 말은 해주잖구 루피는 내내 찡그리는 일이 없다.
하도 즐거워만 보이길래 지켜보는 나까지 잊어버렸다. 루피가 들어갔던 위대한 항로, 사람들이 질겁하고 수군대던 그 위대한 항로 맞다. 자꾸 넉살 좋게 쪼개는 이 녀석이, 괜히 주인공이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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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2010/02/12 00:36
고담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할게요. 주유소는, 일단 신발을, 새거 신고가지 마세요. 새거를 신고가면, 한시간만에, 신발이 드러워져요. 기름 묻어. 바닥에 다 기름 묻어 있어서. 그리고 옷은, 꼭, 주유소에서 주는 옷을 입으세요. 주유기 호스에 기름이 묻어 있어 가지고. 옷에도 다, 묻어. 그리고 손은 꼭 씻고, 집에 가세요. 코 부분 이렇게 딱 만지면은 정말 휘발유 냄새가 확, 나요. 그리고, 주유소에는 씨씨티비가 있으니깐, 허튼, 짓 하지 마시구요. 주유소에서 손님이 현금으로 오만원을 주면 거기서 만원은, 내가아 가져야지이 한다, 그것은 바로, 자살, 행위와, 같은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유소 알바가 힘들 때는, 이렇게 하세요. 사장님. 저. 세차. 할래요. 그렇게, 하고, 세차 하다가, 주유 일을 하면은, 조금 쉬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왜, 세차가 어려워?
어. 어려워. 



 열일곱 살 마지막 12월달 그때 맨 처음 알바, 그니까, 알바의, 아예 첫 발을 디딘 때가, 주유소.

-왜 첫 알바로 주유소를 선택했어?
 가까우니까. 집에서.
 주유소 맨 처음 할 때, 그때는 최저임금이 3300원이었을 때여가지고 3700원 받았고, 두 번째로 고등학교 2학년때 간석오거리에서 했을 때는 4천원, 세 번째로 고3 여름 방학에 동암역에서 했을 때는 3600원. 그렇게 해가지고 받았었어.

-어? 왜 제일 마지막에 했던 게 시급이 제일 적어?
 그때는 그냥 돈 벌어야지, 이 생각이 아니라 용돈만 벌어야지, 아니 근데 나는 그렇게, 만약에, 주유소에서 일 한다면은, 뭐 휘발유 차에다가 경유 넣어가지고 월급이 깎이고, 그런다고 해도 별로 상관 안 해, 별로 그렇게. 뭐 일하는 건 그냥 노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래가지고 돈 쪼금 주고 많이 주고, 뭐 그런 거 잘 신경 안 써. 많이 주면은 뭐 나도 거기 가서 하겠지, 근데 뭐, 시급이 3700인데 할 수 있겠냐, 하면은 그냥 뭐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냥 이렇게 말해. ……. 재밌잖아.

-응? 뭐가 재밌어, 일하는 게?
 응.
-너 일하는 게 재밌어?
응, 주유소.
재밌잖아.

 photo by mcpeak_michael


sk하고 gs칼텍스하고 s-oil 해봤는데 이 세 개가 다 주유기가 틀려. 지금은 뭐, 다 마스터해갖고 지금은 어딜 가거나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해보면 다 알거든, 아니 삼십분만 해보면 아는데. 처음해보면 복잡한데, 쪼금씩 쪼금씩 하다 보면은 다 노하우가 생겨가지고 빨리빨리 하는데, 가서 주유기, 뭐 '오만원 넣어주세요' 하면은 [오 공공공공], 눌르고 [완료], 눌르고 [리터]나, [원], 누르고 딱 쏘고 주유 구멍에 딱 넣어. 그러고 총에 레바 딱 누르고 고정시켜놔. 딱 가서 계산하고, 오만원이 다 차면은 레바가 딱 튕겨. 그럼 고정된 거 딱 풀고 다시 껴놓으면 끝이야. 근데 그게 레버를 고정한 거를 안 풀면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냐면은, 그때 걔가, 다른 여자애가 먼저 해놨었는데 고정을 시켜 놓은 거야. 주유기에 꽂혀있을 때는 기름이 안 나와. 근데 내가, 이렇게 [오만원] 딱, 누르고 딱, 뽑았는데 기름이, 폭포수처럼, 레바가 고정돼있으니까. 그래가지고, 내가 깜, 짝 놀래가주고 와아, 레바가 1단도 아니고 3단으로 고정돼 있는 거야, 야아아 씨, 죽는 줄 알았다, 진짜. 또 이게, 그 수압 같은 게 있잖아. 이게 퐝! 나오면 뒤로 이렇, 게 되잖아. 어어어어 하다, 아, 한 3초 동안? 뿌릴 건 다 뿌렸어, 솔직히. 그러다 바로 팍, 레바를 풀었어. 그랬더니 주유소 사장님하고 대리하고 다 나와가주고, 다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아아, 나 아니라고, '전 몰라요', 했어. 딱 얘길 하고보니까 범인이 밝혀진 거야. 그랬더니 다음에 같이 얘기하면서 '참, 그래도 진규가아 참 대단해애' 갑자기 그래. 그래가지고 '왜요?' 하니까, '누구나아 그런 상황에 가면으은 당황하고 딱, 주유총을 떨어뜨릴 텐데에 진규는 어떻게 차암 빨리 이렇게, 레바를 풀렀네에, 참 대단해애' 그랬지.

 언제는, 누나들이랑 딱 장난치면서, 일을 하고 있었어. 근데 누나가, 담배 피고 싶은데 왜 또 차 오냐고 존나 욕하면서 나랑 같이 가면서 난, 누나 저거 하나만 하면 되여어, 하면서 주유소 딱 총을 뽑고, 오만원이었는데, 누나가 막 존나 덜덜 떨면서, 한 사만 구천, 팔백원 밖에 안 들어갔는데, '아, 빨리빨리빨리빨리, 아, 됐다!' 하면서 존나 빨리 팍! 빼는 거야. 근데 기름이 계속 나오는데 팍 빼니까 내 얼굴에 퐈악! 튀겼지. 웃은 채로 얼굴 가만히 있다가. '음, 하. 하. 하… 누나아……. 왜 그랬어영'. 누나가 아스크림 하나 사주드라.

 아예, 온몸에 뒤집어쓴 적도 있어. 그때, 그때 또 레바가 고정돼있던 거야. 딱 뽑았는데, 온 몸에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휘발유도 아니고, 경유가 이렇게, 다아 묻은 거야. 목욕을 한 거야, 경유로. 근데, 가서 씻으면 되지, 하고 기름을 넣고 있는데, 빨리 가서 씻으래. 아, 쫌 이따 씻으면 되요, 이랬어. 그랬더니 거기 주유소 사람이 야, 휘발유는 날라가서 냄새가 안 나는데 경유는 날라가지도 않으으, 빨리 가서 씻어어, 이래. 아, 그래요? 빨리 가서 씻고 왔지. 휘발유는, 휘발성이 되게 막 뛰어나게 높아가지고 바람에 다 날라가는데, 경유는 좀 무거워 분자가. 그래가지고 되게, 바닥에 딱 떨어뜨리면, 퍼지면서 안 없어져.

-너 주유소 일이 건강에 나쁜 거는 알고 있어?
응. 그냥 알고 있었어. 예전부터.

-알면서 왜 했어?
 그냥. 뭐, 그렇게 안 나뻐. 주유소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뭐. 주유소에서 할아버지들도 해애. 뭐, 나쁘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런 거는 별루 신경을 안 쓰고, 만약에, 주유소 알바가 재밌다는 생각이 이만큼이면은, 나쁘다는 생각은 (손가락을 모으며) 요만큼.

-그럼 주유소 사장님이 뭐 건강에 대한 얘기 안 해줬어? 이럴 때는 숨 참아라, 이런 거라도.
 그런 거 없어.

-그러며언, 주유소 알바 하니까 실제로, 갑자기 막 머리가 어지럽다든지, 갑자기 막 구토가 밀려든다든지이…….
 그런 거 없어. 멀쩡했어. 주변에도 없어.

-이런? 재밌는 얘기 좀 나오려나 했는데. 근데, 주유소 시급이 특별히 높은 거야?
 응? 아니.

-그럼 가출한 애들이 왜 다 주유소 알바 해?
 야, 가출한 애들, 다 몇 살인 것 같애?

-중고등학생?
 그럼 밖에 나가서 뭐할까, 밖에 나가서. 할 거 없어. 그리고 주유소에는, 일하고, 먹여주고 재워주고도 할 수 있어. 거기 숙식 다 되든데? 왜 재워주는지는 모르겠고.

-근데 어린 애가 여기서 잔다하면, 쟤 가출했구나, 다 알잖아. 근데 그런 거 알면서도 신경을 안 쓰는 거야?
 어.

-주유소 알바 하면서 가출한 애들 많이 만났어?
 어, 쪼끔. 가출을 왜하냐아 딱 물어봤더니, '아, 혀엉, 집에 자꾸 뭐라구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나왔쎄영' 나와서 뭐할래? '에이 주유소에서 자면 되져어' 학교는? '에에 자퇴하면 되져어' 음, 한 스무살 돼서, 뭐할래? '에이이 주유소 알바 계속 하면 되져어' 그래서 내가 딱 그랬어, 걔한테, 에우 그냥 그지 되면 되져어, 그래가지고 걔가 그 말 듣고 집에 갔잖아, 내 말 듣고. 아, 진짜 난 천사야, 방황하는 소년을 집으로 보낸, 천사야, 천사, 딱 말 한마디로 그냥. 그지 되면 되지, 이 한 마디로 그냥.

-어이고.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잖아. 되게, 가지각색의. 거, 동암 주유소에서 주유하면서 알게 된 사람 두 명 있거든? 두 명 다 어떤 아저씨야. 지금 번호도 있어, 내 핸드폰에. 그 아저씨랑 같이 만나서 밥도 먹고 그런 적도 있어.

-어떻게?
 그러니까, 막, 아 모르겠어. 막 어른이 봤을 때 학생이 알바하는 게 기특하게 보였나봐, 그래가지고. 왜. 진짜, 막, 되게 많어. 알바 할 때 마다 그런 사람들 많어. 알바 해갖고 다아 알게 되고 막.

-청소년 알바하는 애가 너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너만?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니, 그래도
 아, 나도 모르겠어, 나한테 묻지 마, 내가 뭘 알어.

-니가 붙임성이 좋은건가?
 뭐 그럴 수도 있고. 아, 이 시계 이것도, 이름 있는 건데, 비싼 건데, 동암 주유소 과장님이 준거야. 이거 쌔거를. 지금은 쪼오금 낡았는데, 빡스하고, 거 설명서하고, 그런 거하고, 다 그냥 그렇게 줬어. 주유소 과장님이. 진품이야. 17만원 짜리.

-왜 줘, 너한테?
  그러게? 뭐…… 주유소에, 승선실습 갈 때랑, 휴가 나왔을 때랑, 이제 끝났을 때랑, 다 인사 갔었어. 사장님, 저 이제 승선실습 갑니다아. 사장님, 저 휴가 나왔습니다아. 사장님, 저 끝났습니다아. 다 이렇게 인사하고 왔지. 따른 사장님들한테도. 아, 근데 이거 시계는 승선실습 가기 전에 줬어.

-다른 알바생 애들도 많은데 왜 너한테만 줘?
 그러게.

-너를 좋게 봤나?
 응.

-니가 뭐했는데?
 멀라? 한 거 별로 없써….

-너, 뭐 끼 있다.
 어디 가서 굶어죽진 않을 것 같대, 미용실 아줌마가. 아, 나 미용실 아줌마 번호도 알어.

-근데 내가 궁금한 건, 이젠 거기서 일하지도 않잖아, 근데 왜, 찾아가서 안부 묻고 인사 하고…….
 근까, 모르는 사람하고 얘기해서 친해지는 거. 그리고 모르는 사람 많이 만나는 거. 그냥 보는 거 말고. 그냥 스쳐지나가면서 보는 거는 길거리 지나가면서도 다 하잖아. 근데, 알바는, 딱 그거 같애. 돈하고, 인맥. 인맥은, 진짜 알바 해야지 넓어져.

-근데, 그렇게 해서 관계가 생겼다? 근데 그렇다 해도 얕은 관계로 끝나지 않아?
 아니. 네버앤딩 스토리야.

-어떻게?
 거기서 보니까. 주유소, 편의점에서……. 야, 꼭 문자 맨날 해야지 뭐 그거냐? 지나가다가 보면 인사하고, 아는 척 하고.

-그럼 너는 그런 관계가 얕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얕지도 않고?
 응. 그냥…… 잘 모르겠어. 그니까, 그런 존재가 되지 않게 만들어야지.

-그럼 니가 막, 먼저 연락하고 그래?
 응. 내가 먼저 할 때도 있고, 아 함 지금 보내볼까? 아저씨한테?

-응, 근데 뭐라고 하게?
 응, 나 취직했다고.

 아저씨~ 저 동원참치에 회사 취직했서여. 잘했져*^^*


-……. 근데 그 아저씨가 널 기억할까?
 응. 나도 그 아저씨 기억하고. 내가, 엊그제 주유소 인사 갔을 때 그 아저씨가 세차하러 한번 왔더라고. 내가 '어, 안녕하세요' 인사하니까 '어, 기억하네?'

-그렇게 관계 맺은 사람들이랑 지금까지 다 연락을 한다는 거야?
 응. 거의.




 몇분이 채 안되어 '딩동' 문자 소리가 왔다.
"봐, 답장 왔지?"
 진규가 웃으며 핸드폰을 내민다.
"뭐래?"
"축하하고, 건강 챙기면서 일 하고, 힘내래."

 진규는 웃음을 흘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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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LET ME TALK

2010/01/27 22:43

-광혁의 토킹바 알바-

고담



우선. 여기 호빠 아니에요.

 호빠? 호스트 바. 거긴 여자(손님)들이 남자(직원)를 초이스해. 여자들이 옷 벗어라 하면 걍 말 듣고 해야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지.

 토킹바는 그냥 일반 술집에 남자 스탭들만 더해진 거라고 보면 되는데 유흥업소 같은 거는 아니야. 그냥 같이 술 마셔주면서 재밌는 얘기 해주고 게임도 같이 해주는, 그런 바야. 뭐,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 같은 거 있잖아? 근데 조금 스킨쉽도 있긴 있어. 막 놀다보면 접촉도 하고 그러는데 완전 유흥업소 같은 거는 아니야! 어깨동무나 팔짱 정도…. 그런데 하기 싫으면 거부 할 수도 있어. 퇴폐업소 같은 게 아니라면.
 그런데 그렇게 지내다가 서로 눈 맞으면 진짜 연인으로 발전 할 수도 있어. 근데 난 그런 적 없어. 그러면 솔직히 일을 할 수가 없어! 손님들이 많아야지 너의 돈이 많아지는 거야. 
  음…? 알바비 받는 방식이 다른가봐?
 응. 그게 우선 기본월급이 얼마로 딱 정해져 있구 거기에 플러스 알파인데, 그 알파가 자기 고객들이 와서 술을 얼마나 먹는지, 고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에 따라 달라. 많이 와서 많이 먹고 가면 그만큼 나도 돈이 많이 들어오는 거야. 점장이 그걸 다 기록해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남자가 여자 시중드는 거랑 비슷해.


너는 펫?

 한 팀당 손님은 세넷 정도고 스탭은 한명씩 투입돼. 우선 그 테이블 들어가기 전에 옆에 서서 자기소개 후 착석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한 다음 실례지만 한잔 받아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한 다음 손님이 주는 술 받고 얘기를 시작해. 처음에는 보통 날씨가 춥네욤 이런 내용들로 대화하고 할 말이 떨어진다 그러면 못 생겼어도 누님 귀여우시네요, 아름다우세요 막 이런 걸로 기분 좋게도 해줘야 돼. 치욕이지. 흠연예인 누가 결혼 했다면서요?! 이런 얘기도 하고. 뭐 꼭 이슈 얘길 안 해도 돼. 자기가 재밌는 얘기를 구해 와서 해줘도 돼. 머리 아플 정도로 준비를 해야지…. 자신만의 개인기도 필요하고 유머랑 재치두 필요하고.

 난 딱히 준비한건 없었구 걍 들어가서 예쁘다 이쁘다 해주니까 좋아갖고 지들이 막 나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고 그랬어. 내가 거기 가게에서 제일 막내였거든?! 몇살이냐 애인있냐 물어보고 핸드폰 번호도 물어보고 지들 얘기 하구 그래. 난 그냥 받아쳐주면서 노는 거지. 얘기 들어주면서 간간히 치고빠지고 했어. 센스가 많이 중시되는 일이지.

 번호 알려주면 연락을 해. 그래야 내 손님이 되는 거고 가게에 와도 날 찾아서 얘기도 하고 술도 먹고 그러지. 아까 말했지. 내 손님이 많이 올수록 나도 더 많이 받는다고. 이걸 손님관리라고 해. 손님들이랑 연락하면서 내가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남자친구보다 더 세심하게 대해줘야 돼. 그래야 그 손님이 아 쟤 맘에 든다 하고 다시 와서 나를 찾고 그러니까.
  듣고 보니 남자친구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응. 사실은 내가 갖고 노는 거지, 갖고 놀 수 있어야 펫을 하는 거지.



잘생겼다는 소리 좀 들어요

 나도 토킹바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어. 알바 사이트에서 첨 알게 됐어. 시급이 8천원이라니까 솔깃했지.
 이런 알바는 면접 볼 때 우선 젤 중요한 게 외모야. 아무래도 직업상 여자들이랑 대면해야 되는 거니까 잘생기고 키 크고 이런 걸 일순위로 보지. 그런 내용이 다 구직란에 언급되어있고, 자격 미달이라 생각하면 알아서 연락 주지 말라고도 다 써 있어….
  그럼에도 찾아간 넌, 참 자신있나 보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디 가서 꿀린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 이것 쑥스럽구만.

  근데 우리 아직 미성년자 아니야? 거기 민증 검사 안 해?
 솔직히 법적으로 보면 술집 가서 술 먹는 거는 상관없는데 일은 안 돼. 법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대. 유흥업소는 생일이 지나야된대. 술집은 다 유흥업소로 분류되어 있어.
  부모님껜 뭐라고 했어?
 내 성격상 거짓말 해봤자 금방 티 날 것 같아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어. 엄청 혼났어. 그땐 정말 인연 끊을지도 몰랐어. 만약 술집에서 그냥 서빙만 하는 일이었다면 별말 안 하셨을 텐데 여자들 비위 맞춰주면서 밤에 일하는 거니까 안 좋게 봤나 봐. 근데 내가 한번은 꼭 해보고 싶다 해서 반대 끝에 허락하셨어.



하루에 양주 두병

 일 시작하고 맨 처음 4일 정도는 수습기간이라고 가게 돌아가는 사정을 알아봐야 돼. 그리고 서빙을 배운 다음에 테이블로 들어가서 노는 거야.

 술 먹기 시작해서 한 일주일 정도하고 관뒀어. 그런데도 몸이 무척 힘들었어. 하루에 양주 2병은 먹었으니까. 밤에 잠도 못자고 술 먹으면 몸 거지 돼. 주 6일, 저녁 7시에 나가서 아침 8시에 영업종료. 진심 미치는 줄 알았어.
  근데 알바 일주일 하고 관두면 안되지 않아?
 응. 그래서 월급 못 받았어^^. 그런 일은 3개월 이상 해야지 월급을 재대로 준대….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지. 내 몸 상하면서 그따구로 벌긴 싫더라구. 못 받은 돈 글쎄 한 30만 원가량 되겠지.
  일 시작할 때 그쪽에서 미리 말 안해줬어?
 그런 거 먼저 말 안 해. 그런 거 말하면 지네 손해니까. 신고해도 되는데…걍…에휴…그냥 놔두는 거지 뭐.
  연락 주고 받던 손님들과는?
 일 관뒀으니까 이제 연락하지 말자고 하지. 그리고 일 나올 때는 자기 고객을 다른 알바생한테 넘겨야 돼. 그게 규칙이야.



그거를 모르겠어

  다른 알바는 해본 적 있어?
 응. 고2때 고깃집 알바 한 달 정도 해봤어. 우선 그건 몸 상할 일 없었고, 잠도 많이 잘 수 있었고 밥도 줬고……. 하는 일은 당연히 토킹바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솔직히 토킹바에서 하는 일은 그냥 술 먹으면서 여자들이랑 놀아주는 것 뿐이야. 시급도 쎈 편이라 단기알바로는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자기 성격과 체질이 맞지 않으면 많이 힘들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왠지 이건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직업인 것 같아.

  왜?

  그걸 잘 모르겠어. 뿌듯한 기분이 안 들어. 
되게 엄청나게 힘들었고 엄청나게 열심히 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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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관찰자 시점 알바 이야기

2010/01/12 14:08

From 머핀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이후로 한국의 10대와 20대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 노동 시장에 많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 시장의 상황은 십년 전과 비교해서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노동하는 사람들의 기본권도 보장하지 않는 게 한국노동계의 현실인 것은 책을 통해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직장 체험을 하거나 사회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은 있지만 친구들이 한다는 식당 알바, 편의점, 주유소, 커피 집, 바에서 일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나에게 노동현장에 뛰어든 친구들의 알바 이야기는 그저 충격이기만 하다. 좋은 이야기는 열에 하나 정도가 다이며 들려오는 이야기의 절반은 알바 현장의 폐해들이다. 내가 지금 전하는 이야기들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이건 관찰자 입장에서의 고발이며 동시에 비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자기 경험을 드러내서 사회에 알리는 일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길 바란다.

  어느 날 친구 중 한 녀석과 밤에 전화 통화를 했다. 그냥 간단한 안부 전화였는데 오랜만에 전화를 하다 보니 긴 시간동안 하게 됐다. 그러다 대학 등록금 이야기와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친구의 말인 즉 대출 받은 등록금을 생각하면 집 사정도 그렇고 걱정이 앞선다는 거였다. 우리 또래들 중에 그런 걱정 안 하면서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몇 이나 되나 싶었지만 막상 직접 들으니 짐짓 걱정이 되는 거였다.

  얼마 후 나는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대학 앞에 있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도 저녁부터 해서 새벽까지 일한다는. 학기 중이어도 용돈 마련을 하나 싶어 그러려니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학교에선 학교 일대로 시달리고 밖에 나와선 사방팔방 뛰어 다니며 정신없이 일을 하던(금전적 이익과 별로 상관도 없는) 그 친구에게 쉴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도 사치스러운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 알고 난 뒤에도 한참을 찾아가지 않았다. 바쁘고 정신없는 탓도 있었지만 아마도 찾아가기가 싫었던 것 같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나는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찾아가서 편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찾아 가지 않고 듣기만 해도 불편해져서 근처에도 가기 싫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임금 체불은 기본이고, 근무 시간이 아닌데도 불러서 일을 시키고, 끝나고 가야 할 시간에도 일을 시키는 곳도 있었다. 사정이 생겨 일을 일찍 그만두게 되자 시급을 약속한 것보다 깎아서 계산해준 곳도 있었다. 그것도 노동법을 슬며시 피해가도록 현금으로 주면서. 좋은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정말 보기 드문 존재들이었다.

  그래도 친구가 일을 한다니 한 번 가보긴 해야 해서 소식을 들은 지 몇 개월이 지난 뒤 찾아갔다. 주인장이 좋은 사람이고, 일을 한지 시간이 꽤 흘렀으니 자리 잡혀서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체 가게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친구가 없는 날이었다. 이런 쒯. 겉으론 전혀 상태를 알 수 없는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시는 집이었기 때문에 “내일 온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나왔다.

  며칠 뒤 나는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어 볼 일을 보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다시 그 친구가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은 짐짓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나 싶어서 내심 기쁘게 생각하며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친구는 좀 있다가 나한테 기본 안주를 갖다 주고 메뉴판을 갖다 준다고 왔는데 갑자기 나한테 지금 사장님 기분이 안 좋다며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오래 하기가 그렇다는 말을 슬며시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일을 그만 둔다고 했더니만 그걸로 사장이 화가 나있다는 것. 쓰고 싶을 때 막 쓰고 자르고 싶을 때 막 자를 수 있는데 왜 알바가 그만 두겠다는 걸 괘씸하게 여기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렇다니 일단 알았다고 그랬다.

  나는 행여나 사장이 내가 아부를 하면 기분이 조금 풀릴까 싶어 칵테일이 맛있다는 둥, 여기 라이브 영상도 틀어주고 해서 너무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 또 와야겠다, 지금 나오는 음악 밴드 이름이 뭐냐며 온갖 헛소리를 해댔다. 친구를 대하는 태도는 이미 낙제였지만 딴 거라도 괜찮았기에 그런 말이라도 한 것이지만 그래도 여기엔 심각한 가식이 담겨져 있었다. 물론 이게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원래 나는 그냥 술 한 잔 마시고 친구 얼굴이나 보다가 오려고 했지만 가만 있어보니 친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장이 무슨 소릴 할까 싶기도 했고(물론 욕 몇 마디를 못 버틸 인물은 아니지만), 혼자 하기엔 벅차 보일만큼 많은 테이블 서빙에, 얼굴에 “나 너무 피곤해.”를 써놓은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그래도 힘이 되 줄 뭐라도 있지 않나 싶어 가방 안에 있던 책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지겨우면 음악 신청을 하고 여유롭게 음악 감상을 하며 오며 가며 이야기도 잠깐씩 하면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지켜보니 이 가게는 골 때리는 곳이었다. 가게 크기가 그렇게 크지도 않았지만 한 사람이 서빙하기엔 힘든 곳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자 테이블이 다 차서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보였는데 그 많은 테이블을 녀석 혼자 서빙하고 있는 것이었다. 왔다갔다 정말 정신없어 보이는 와중에도 친구는 웃으려고 애 쓰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붙는 치마에 구두까지 신고 다다다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자못 안쓰럽기만 했다. 나는 친구가 굴러다는 걸 보고도 음악 이야기나 칵테일 맛에 대한 찬양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몇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마감 시간이 됐고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고 술집엔 사장하고 나하고 친구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드디어 가겠다 싶어 보던 책들을 가방에 집어넣고 “와, 이제 끝나는 거지? 고생했다야.”라고 친구를 토닥였다. 그러나 친구는 아직 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님이 가라고 해야 갈 수 있다.”는 말을 힘없이 들려줬다.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다시 자리에 앉아 친구를 지켜봐야했다. 마감이 만약 4시라면 3시나 3시 30분부터는 마감 준비를 해서 4시에 가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4시에 끝나고 나서 마감 준비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감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고 그러고 나서야 사장은 마지못해 친구보고 가도 좋다는 이야길 했다.

  그때 시간이 첫 차가 나오기 한 시간 전쯤이어서 택시를 타야 했다. 그 비용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친구가 자비로 계산해서 가야 한단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새벽까지 죽어라 일하고 집으로 돌아갈 차가 없는 것이 왜 얘의 책임일까? 왜 힘들게 번 돈을 집에 돌아갈 때 쏟아 붓고 나면 남는 것도 얼마 없는데, 그럼 이 사장 새끼가 얼마나 낮은 임금으로 친구를 고용하고 있는 건지 계산하면 열 받을 거 같아서 안 해버렸다. 밥을 주나, 쉴 시간을 마련해주나, 마감 시간 넘겨서 일하면 추가 수당을 주길 하나, 다른 알바를 고용하나 뭐 하나 하는 것도 없이 칵테일이나 만들고 음악이나 틀고 앉아 있으면서 친구를 그따위로 대한 걸 생각하니 듣다가 실소를 터뜨리지 않고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지친 친구 앞에서 화내면서 욕 할 수도 없었다. 보통 같았으면 그랬겠지만 그 날은 정말 같이 욕 하는 것도 지쳐보였다.

  나는 일터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내가 일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학원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거기서 새벽까지 일하고 집에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면 당연히 임금이 높던지 아니면 임금과 별개로 교통비를 줘야 하는 게 당연 한 거 아닌가? 도대체 사장이란 작자는 무슨 생각일까? 집이 택시를 타야 할 만큼 먼 데 이곳에 와서 일하는 사람의 잘못이라 이건가? 그러면서 그만 둔다니까 화나서 친구가 일하는 내내 정색하고 있는 건 도대체 뭔지. 왜 우리는 맘대로 일도 못하고 마음대로 그만두지 못하면서 까라면 까야 되고,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지 모르겠다. 이건 노동법이고 뭐고 찾고 따지기 전에 기본 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중세시대의 지주와 농노의 모습과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 나에게 차이점을 설명해주기 바란다.

친구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택시 타러 가는 길에 어떤 계단에 걸터앉아 잠깐 쉬었다 가자 그랬다. 그 짧은 10여분의 시간 동안 나는 사회에서 업신여김 당하며 발기발기 찢기며 상처 입는 우리 또래들의 모습을 보았다. 슬픔을 본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힘들어 죽겠는데 몇 시간 쉬지도 못하고, 늦어도 10시까진 강의 들으러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길 들어 주는 거 말고는 없었다. 녀석은 너무 힘이 들어 울어 버릴 것만 같았다. 한 번도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음에 밥 먹으면서 이야기나 하자며 같이 있어줘서 고마웠다며 택시에 타던 친구한테 난 뭐가 그리 고마운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손에다 택시비나 쥐어 줬다면 그런 마음이 덜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깟 돈이 뭐라고, 그래도 없으면 죽는데 라며 10시에 수업인데도 일을 하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무겁다 같은 문장 따위론 감정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지하철 안에서 상모를 돌리다가 수업을 들으러 갔겠지. 그것도 모자라서 수업 시간에 졸았을 수도.


아 뭐, 이젠 멀리 있는 남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난 그게 무서웠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길까봐. 그런데 벌써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인다. 라면 가게에서 임금 체불을 당하고도 세상이 그렇다며 화나서 길길이 날 뛰던 나를 도리어 달래던 친구도 그랬고, 왼손잡이라서 저지른 몇 가지 실수로 하루 만에 식당에서 잘린 친구, 전단지 다 돌리고 갔더니 어디다 버린 거 아니냐며 제 값을 다 쳐주지 않아서 황당했다는 친구. 우린 이제 이런 일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왜 제 시간에 일마치고 집에 오는 곳이 좋은 곳에서 일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언제까지 이럴까? 집까지 걸어와서 보니 시간이 꽤나 흘렀고 너무 잠을 안자서 인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나도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지금 잤다간 일을 하러 갈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by Leo Reynolds



From 머핀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2009/11/27 23:30

 "시간당 이라 하면 다른 가게들이 다욕해. 미친이라고."

 영은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몰랐다.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흠……. 한 시간에 몇 천원이라 하는 그런 괴담을 굳이 알려들고 싶지 않을 밖에.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고담

처음에 했던 곳은 시급이 원이었고 두 번째는 만원, 세 번째는 나중에 만원으로 올려줬어.


 
루에 제일 받았던 적? 시급 이만원일 때 일곱 시간 찍어서 . 날마다 바로바로 받았어. 혹은 다음날 통장으로 넣어주거나.

 평균이란 게 매해. 어떤 곳은 만원 주는 곳도 있고. 근데 피팅이 만원 받으면 정말 안 하는 게 나은 거야. 얼굴 팔리는 건데 시간당 만원이라 하면 다른 옷가게들이 다욕해. 그 집 미친집이라고. 거의 만 오천원부터 시작 하는 게 보통이지. 삼만원이 최대 맥시멈이야. 그리고 어떤 곳은 아예 일당으로 이십 만원, 십 오만원 하는 곳도 있구.

 그렇지! 받은 알바였지! 그래서 내가 사 천원 받는 알바를 못하겠어……. 차라리 다시 살 빼서 피팅을 하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그땐 꿈이 예인이여서 뭔가 모델을 하는 게 더 유리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 그리고 나중에 옷가게도 차리고 싶어서, 모델일 하다보면 주워듣는 게 있을 테니 한 것도 있구. 그치만 제일 중요한건 뭐니 뭐니 해도 돈! 보수가 많으니깐.

 먼저 온라인으로 사진을 보냈어. 럼 연락 와. 그래서 내가 그곳으로 가서 면접? 그냥 뭐, 얼굴 보는 거지. 몸이랑 보고 나서, 그쪽에서 마음에 들면 연락이 오는 거고. 사실 그 자리에서 대부분 말을 해줘. 뭐 이정도면 괜찮겠네, 다음부터 촬영하자, 이런 식으로. 그때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고나 할까?! 민망하지만, 그때 빠지고 그래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 줄 알았어.

 인터넷에 보면 피팅모델 구하는 카페 같은 게 되게 많아. 거기에 보면 구직란이 있어. 그럼 자기 PR을 해서 올리는 거야. 솔직히 객관적으로 못생긴 사람들도 완전 자신만만해.


 근데 막상 해보니까- 피팅 하는 애니깐 뭐 옷만 갈아입지, 실무적인 거는 하나도 모르겠고. 카메라 앞엔 아무리 서도…… 뭐랄까, 내가 쑥스럼이 많아서 여전히 부끄러운 건 있더라구. 아, 그리고 최악인건 야외촬영인데, 사람들 북적이는 명동이나 홍대에서 사진을 찍는 건 아…… 진짜, 너무! 부끄러웠어! 난 시간이 안 되서 항상 주말에 찍었는데, 그때는 진짜 사람들 북적이잖아……. 외국인들이 나 뭐 연예인 줄 알고 렌즈 완전 긴 전문가용 카메라 같은 거로 사진 찍어가고.                                                         


 근데 길거리에서 촬영하다가, 잠깐 어떤 상가로 들어가더니 옷으로 가려 줄 테니깐 갈아입으라고 하는 거야. 그땐 진짜 눈물 날 뻔……. 옷 갈아입는데 막 남자들이 쉭쉭 지나가. 거기가 진짜 나쁜 곳이었어. 다른 곳은 아예 자기네 차가 있어서, 거기 안에서 갈아입힐 걸.

 
그리고서는 창피하니깐 옆에 붙지 말래.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왜냐면 여름가을 옷 입히고, 더울, 가죽 자켓에다, 워머 시켜 놓거든…….

 
화장실에서도 갈아입었는데 그것도 진짜 기가 막힌 게, 그냥 커피빈 이런 곳 들어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래. 거기 사람들이 나 다 쳐다보는데.

 
아, 진짜…….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최악이야! 너무 부끄러워.

 
나는 길에서 촬영하는 거 봐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지나가는데, 찍히는 입장이 되면 거의 다 <쟤 뭐야> 이러고 쳐다보니깐 완전 후끈후끈해…….                                                        photo by  Jef Harris
 
글쎄, 해도 해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면 부끄럽더라. 난 그래서 스튜디오 촬영이 제일 좋아. 무엇보다 포토그래퍼가 우리 여야 할 것 같아! 그럼 미친 듯이 활개 칠 텐데!

 나는, 정말…… 포 없는 애였지. 그래서 대충 피팅 한 애들 사진보면서 몇 개 익혀가고 그랬지. 근데 그러고 가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찌나 민망하던지 포즈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 그래서 거의 막 고정자세가 생겨. 그래도 딱히 뭐라고는 안 하더라.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번 촬영을 하는데 화장을 해주는 곳도 있고, 내가 해야 하는 곳도 있어. 촬영하고 밥을 사주긴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은 알바시간에서 제외해. 정말 야박하지!
 
"그게 야박해?"
 아니, 근데, 화장해주는 시간도 제외해. 음……. 난 나름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저년이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싶겠지만.

 아, 런 일도 있었어! 완전 오랜만에 연락이 온 거야. 내가 살쪄서 알바안하고 있었는데 괜찮대. 그냥 한번만 촬영 하쟤. 그래서 거기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그게 원피스였는데…… 옷 뒤쪽이 스타킹 아래로 걸친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나왔는데 거기 포토그래퍼가 ‘야 너 옷 끼었다’ 이러면서 옷을 빼준 거야……………………………………. 엉덩이랑 허벅다리…… 뭐…… 다, 공개한 셈…….

 아, 정말 거의 성희롱 당했어. 그날 촬영 다 끝나고 그 포토그래퍼가 밥 먹자 해서 집 가고 싶은데 그냥 밥을 먹었어. 밥 먹고 집 갈라고 하는데, 뭐 같이 청계천을 가자느니, 인사동을 가자느니. 시발, 걸어서 거기를 다 돌았어! 근데 걷는 도중에 막 은근슬쩍 어깨잡고, 계속 내 사진 찍더니 뭐라는지 알아? 자기가 모델 촬영들 해보면 뭐 별로 안 마른 모델들도 있대. 엉덩이 크고 다리 두껍고. 그래서 내가 ‘아, 죄송합니다’ 했더니 ‘괜찮아’ 이러면서 시발 놈이……, 내 얘기였던 거지! 그러면서 ‘우린 엉덩이도 본 사인데’.
 
 나 집 와서 완전 개분노! 정말, 그날 하루 일기장에 적혀있어, 아주 욕으로 한가득!!
 
피팅 모델을 할 거면, 절대 살찌우지 마! 그리고 포즈 연습도 많이 해 놓는 게 좋고…….

 다른 알바? 언니 대타로 한스델리 설거지 열 시간 한 거랑, 무한도전에서 하하 군입대전에 콘서트 할 때 거기 무슨 카드 섹션 하는 게 있는데 그거 카드 의자에 놓는 거!
 
비교하면 피팅이 황금알바지! 한스델리 설거지만 해도 시급이 얼마였지, 사천원이였나……? 열 시간해서 사 만원 벌었다.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하니 슬슬 알바 해야 하는데. 당최 뭘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은아. 이제 다른 알바 못 할 것 같다!"

 아니, 지금은 너무 살이 쪄서. 내 주제에 뭘 피팅이야……. 살 빠지면 다시 도전 할 생각이긴 하지만.
 
“근데 다른 알바, 할 수 있긴 있겠어?”

…….

“할 있을 것 같아?”
 
아니…… 직히 좀…… .


초짜의 상식 - 한나의 첫 알바

2009/11/27 23:12

 "수시합격하고 그 담주부터. 11월초였어."
 
"언제까지 할 거야?"
 
 "짤렸는데? 일주일 만에."

초짜의 상식
-대학 붙은 새내기 한나의 첫 알바-

고담

 "일요일 날이었는데 내가 안 나갔지. 자다가……. 그러니까 나오지 말라 그러더라구.
고깃집 알바였는데, 처음 개업하는 집이여서 손님이 너무 많았어.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었어."

 "와…… 미쳤구만……. 그럼 그 전 일주일동안은, 잘 한 거야?"
 "응! ……근데 사실, 그 전에도 내가 좀 덤벙거리는 성격 있잖아. 그래서 지적도 많이 당하고 그랬지.
 
깜빡깜빡해서 주문을 안 넣는다든지, 잘못 넣는다던지, 막 되게 복잡해! 고깃집 알바, 쉬워보여도 그 많은 테이블 번호 다 외워야 되고, 하여튼 머리가 좋아야해!


photo by eunduk

 예를 들어 <냉면이 나갈 때는 식초랑 겨자 가위를 챙겨가서 잘라 줘야 한다>, <육회 비빔밥이 나갈 때는 공기밥이 안 나가고 그냥 비빔밥은 공기밥이 나간다>, <주먹고기랑 삼겹살은 다른 고기랑 판이 달라서 다른 고기랑 같이 못시킨다> 이런 거 있잖아. 근데 이젠 잘할 수 있어!"

 "짤린 뒤에 말이지."
 
"아니, 근데 얼마 전에 땜빵 해달라고 부르더라고? 집에서 자고 있는데. 그래서 금, 토, 이렇게 나가서 도와줬지. 손님이 더 많아졌더라고. 나한테 다시 해달라는 눈치인데 시급도 적고……, 4천원이었거든. 하루에 5시간, 일주일 내내 나가는 거였어.
 
하루 뼈 빠지게 일 해도 2만원 밖에 못 번다니? 슬픈 일이야. 돈 버는 게 진짜 어렵다는 걸 느꼈지. 그리고 다른 알바랑은 다르게, 정말 육체적 노동이 심한 것 같아. 5시간이 5시간이 아니지.

 
그리고…… 이제 알바는 주말에만 할 생각이야, 평일엔 내 공부하고. 짧게나마 알바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수능 전보다 수능 후 이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그래서 대학 가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 영어회화학원도 알아보고, 책도 읽고, 그렇게 시간 보내려고. 그래서 시급 5천원인 고깃집 알바, 주말에만 하는 걸로 구해놨어."

 "근데 그 일요일 사건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 그냥 자다 못 나간거야! 사실, 그냥 그만 두고 싶은 마음에 안 나간거지. 짤릴 각오 하고서……. 늦게 일어났는데 그때라도 갔으면 괜찮았겠지. 근데 아예 안 나갔어."
 
"그 식당이 받을 손실은 생각 안 해봤어?"
 
"별로. 내가 없어도 그렇게 큰 손실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알바생을 굳이 돈 주고 쓰겠니."
 
"근데 내가 별로 역할이 없었나봐. 나 짜르고 나서 새로운 알바생 안 쓰던데?"
 
"아무리 그렇게 생각했어도, 예의상 연락은 미리 줬어야하지 않을까?"
 
"그래, 그래, 사장이 말하는 게 그거야! 연락은 미리 미리. 근데 내가 늦잠 잘 걸 미리 알았니? 미리 연락하게. 어쨌든 그래서 돈 받으러 가서 죄송하다고 고개 조아리고 왔어.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죄송하다고. 작정하고 잔 건 아니야. 깨니깐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냥 안 나간거지."
 
"그래도 용케 돈은 받았네."
 
"응. 일주일치, 정확히 말하면 5일치. 화수목금토."

 "첫 알바였어?"
 "응. 수시 합격하고 나서 딱히 할 것도 없고, 무료하게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리고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러워서 조금이라도 보탬 될까 싶어 해봤지. 근데 너무 힘들었어…….
제일 크게 느낀 거는 한 번의 실수가 용납이 안 된다는 거. 바로 잘렸잖아. 이게 사회구나, 했지.
 
그런데 처음 시작 할 때, '식구'들?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게 재미있었어! 어울려서 일하는 것도, 이것저것 배울게 많았어. 뭔가, 그냥 새로운 인맥? 알바생들은 나까지 네 명. 그리고 뭐, 그 외 오빠들 두 명, 언니들 세 명, 이모들 두 명, 그리고 사장.

 
다들 사연이 가지각색이더라고! 그리구, 우리 또래 남자애들이 있는데, 걔넨 하루 12시간을 일해! 우리랑 똑같이 5시에 와서 새벽 5시까지. 근데 걔낸 학교 안다니던데? 새벽 5시까지 일하는데 무슨 학교야.
 
나까지 4명이 다 열아홉이었어. 원래 한명은 20살 오빠였는데 언제부턴가 안 나오고 우리 동갑 애가 나오더라고. 걘 연기학원 다닌다는데 처음에 올 때 갈색구두 신고 와서 나랑 친구랑 킬킬댔지! 알바 하러오는데 무슨 구두를 신고 오냐?

 반 애들이 모두 다 내 알바에 관심이 쏠려 있었어. 애슐리 알바 구하러 갔을 때도 연락 오는지 안 오는지에 모든 애들이 관심 가졌지. 그리고 고깃집 알바 한다고 하니까, 막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냥 남들보다 2주 먼저 하는 것뿐인데 애들이 너무 부러워하더라.

 근데 나는 남들보다 먼저 대학 합격하고 알바 시작했다 해서, 날아갈듯이 기쁘거나 그런 건 없었어. 오히려…… 그냥 좀,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차라리 이질감을 느꼈지. 애들은 막바지 수능 공부 하고 있는데 나는 수능 전전날 이렇게 육체노동 하고 있고, 머리는 점점 비어가는 느낌이나 들고. 수능 앞두고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도 조금 있었어. 아무리 수시 합격 했다 해도.

 "머리가 비어 가는 느낌……? 공부만 엄청 했다가 갑자기 단순 노동 하니까, 극과 극으로 부각이 돼서 그러는 건가?"
 
"맞아, 맞아. 으음……. 내 주변 애들이, 나와 다르니까…….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해도, 뭔가 남들은 저렇게 다 하는데 나만 뭔가 조금 다르게 하면, 그걸 하고 있으면서도 불안해하는 그 버릇을 못 버리는 것 같아.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돈 벌고 살지 않으려면 역시 대학 가서 머리나 꽉 채워야겠다는 생각 했어. 평생 이러고 산다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거든. 대학 가서 열심히 해서 그래도 이런 막노동 보다 머리 쓰는 직업 가져서 살자는 생각도 들었고."

 "완전 모범 답안인걸. 알바 더 일찍 해봤으면 그때부터 더 공부 열심히 했겠네. 왜 지금까진 안 했던 거야?"
 
"지금까지? 그냥,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알바하는 것 보다 머리를 채워 놓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럼 실제로 해보니까 어때?"
 
"학생 때는 그냥 학업에 집중 하는 게 현명한 거 같아. 나처럼 수시 합격하거나, 나중에 필요할 때 알바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일찍부터 굳이…… 경험 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

  벌써부터 교복이 무색한 웨이브 머리를 하고 한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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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였나?

2009/11/06 14:41

알바였나?

-고은의 미술 잡일 알바-

고담



 실제로 만난 엄친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고은은 중1때 부업으로 알바를 시작했다. 모르는 아줌마들이 한데 모여 뭘 열심히 하고 있길래 나도 시켜 달라 한마디 했다. 자기소개도 면접도 필요 없었다. 정보지에 고리를 다는 일이었다.


 “정보지?”

 “그거 있잖아, 동네에 먹을거리 써져있는…….”

 고은은 답답해하다 마침 거실 책꽂이에 비집어 나와 있는 정보지를 발견하곤 보여준다.


 “이거!”

 아아, 그거! 살 뺀답시고 입 대신 눈으로 먹을 때 뒤적인다는 우리 동네 냉면부터 피자까지 나와 있는 그 정보지. 나는 정보지 끝에 동그랗게 달린 고리를 처음 본다는 듯 바라보았다. 있는 줄도 몰랐다. 누군가는 이 고리를 달았겠구나.

 또 다른 부업일은 반도체 쪽 단순 작업이었다. 칩에 ‘뭘’ 끼는 거. 얼마 받았는지는 까먹었고 다만 몇 번 일을 하고 난 후 한꺼번에 몰아서 받는다는 것밖에 기억 하지 못했다.


 <필요할 때마다 말하면 준다>던 엄마는 마이쭈 살 돈은 주지 않았다. 그러자 옷이랑 고데기 살 돈도 안 줄 것 같았다고. 또 고은은 만화책을 한꺼번에 빌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 한번에 2만 원가량이 필요했다. 그 밖에도 필통이랑 퍼즐도 사고 싶었다. 그러나 고은은 잊지 않고 일주일에 꼬박꼬박 3천 원씩 예금을 들었다. 빨리 독립하려면 집이 필요하니까. 그동안 고은은 인테리어 면에서 자신의 취향을 한껏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불만이었다고….


 그리하여 고은은 열네 살, 부업으로 시작해 전단지도 돌려보고 아는 분이 하시는 분식집 서빙도 하며 알바를 전전해왔다. 엄마에겐 친구들이랑 논다고 둘러대고서.

 어느 정도 캐릭터 파악이 되자 슬슬 나는 가장 최근의 일감을 물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를 만났으니까.


 “고은이 엄마가 그러는데 고은이 요즘 알바 한다더라.”

 “무슨 알바?”

 “미술 작업 도와주는 거래.”

 “응? 그게 뭐야?”

 

 “하, 하. 별거 아닌데, 하, 하……”

 고은은 특유의 김빠진, 힘없는 할머니 웃음소리로 답했다.

 친구가 다니던 화실 선생님은, 화실일 말고도 여기 저기 작품을 출품하기에 열심이었다. 작품들은 주로 엄청나게 컸다.


 “주제가 거미였어. 선생님 생각에 자기 상상력은 고리타분하고, 뭔가 참신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나봐. 어린 애들의 동심을 빌리기 위해 ‘거미’하면 떠오르는 거를 조사해오게 했어. 대답해주는 사람 수 만큼 종이를 썼어. 한 장당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일주일 했더니 총 2만원이었어. 나, 유치원까지 찾아가면서 했다!


 언제는, 남녀 성기……있지, 남녀 성기. 그거를 표현해야 했나봐. 빨랫줄을 쭉 풀면 꼬불꼬불하고 엄청 기다란 줄이 나와. 뭉텅이 1개에 500원 받았어. 한 뭉텅이를 다 푸는 데는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

 큰 색도화지에 사람 형태로 종이인형처럼 자르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개당 30원이었어.


   <Photo by Infinity Rain>

 겨울 방학에 화실 전시회를 여는데, 어떤 작품에 <거미줄>에 매달린 역할 할 사람이 필요했어. 거미한테 먹힐려고 하는 동물이었어. 분장하고 계속 서 있었어. 하루 종일 서있을 필요도 없고 사람 보일 때만 하면 됐어. 아무도 없으면 앉아서 쉬고. 이틀 해서 10만원 받았어. 오전 여덟시부터 오후 아홉시. 밥? 제공됐어.

 어느 날은 화실 천장이 심심하다고 느꼈나봐. 천장 타일을 떼어서 거기에 그림을 그리게 시켰어. 한 타일 당 천원.

 그랬더니 이번엔 벽이 심심했나봐. 애기 발자국 같은 거 찍어서 붙이는 거였는데 발자국 한 개당 30원 받았어.

 그리고, 미술 화실에 꼬마 애들은 그림 그리기 싫어하잖아. 어느 날은 그냥 내가 놀아줬어. 애들 엄청 많았는데. 칼 싸움 같이 하고, 맞고, 그래서 멍도 들었어. 하루 종일 놀아주고 나니까 고맙다 고 2만원 주셨어.                                                                                                                                                          

 해님과 달님 표현해야 된대서 신문지 길게 세로로 찢어서 꼬았어. 그건 개당 10원씩 받았어.

 시간은 없는데 작품은 내야 됐나봐. 나보고 용 그림을 시켰어. 전체 말고 용 대가리만 4개.  컴퓨터 자료 보고 그대로 그렸어. 작품 출품할 때 내 이름도 넣어주셨어. 어디다 냈는지는 몰라.

 또? 잘 기억이 안 나……. 아, 애들이 화실 전단지 잘 돌렸나 감시도 했지. 한 바퀴 대충 훑어보고 와서 5천원 받았던 것 같아. 근데 남자애들이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렸었어. 선생님께 말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남자애들에게 돈을 주셨어.

 같이 화실 알바 하는 애가 내가 아는 애만 다섯 명이고, 모르는 애들은 한 세 네 명쯤 되는 것 같아. 난 좀 선생님이 좀 불쌍했어. 나만해도 지금까지 50만원은 벌었을 텐데……. 돈? 돈은 당일에 바로바로 받지.”


 알고 보니 고은은 이 알바를 중1때부터 쭉 해오고 있었다. 일감이 생기면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오던지, 고은이 때때로 불쑥 들렀다.

  “주변사람들에 비하면 완전 놀고먹는 거지. 이건 진짜, 수다를 떨면서 해도 되는 거니까. 선생님도 그냥 용돈 주는 셈 치는 것 같아.”

 확실히 그런 지점들이 있었다. 알바라고 해야 하는지, 그냥 기특해서 주는 용돈인지. 경계가 아리송했다. 언뜻 어렸을 때 아버지 머리에 난 새치를 뽑을 때마다 한 가닥에 100원을 받곤 했던 게 떠올랐다. 그것도 알바였나.


 “완성된 작품 보면 기분이 어땠어?”

 “완성 작품은 되게, 좋……, …….”

 예상치 못한, 몹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음……잘 그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그지……정말, 잘 그렸어.”

 질긴 재촉 끝에 고은은 진실을 실토했다.

 “어떤 그림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았어. 도화지에 바나나랑 콘돔을 붙여놨어. 성기 표현했다던 거 있잖아…. 거기다 내가 풀었던 빨랫줄을 뭉실뭉실하게……. 좀, 그랬지.”

 

 갑자기 목소릴 낮추고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고은은 진정 그리 생각하는 눈치였다. 더덕 더덕 콘돔 달린 완성작을 보여주자 할머니 같은 웃음소리를 간신히 몇 번 내고서, ‘아…하…좋네요……’하고 자리를 피했을 고은이 눈앞에 생생했다. 나라면 보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선생님한테 이것저것 물었을 텐데. 생방으로 들을 수 있는 작가의 작품해설 아닌가.


 특히 미술, 작품 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고은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랐을 거다. 짭짤한 용돈 벌이도 하면서, 작품의 시작부터 출품 후까지 모든 과정을 작가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돌아보면 그게 알바였나 싶은 <기회>일 테니까.

http://filltong.net/g0dam

고담의 톡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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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밥의 추억 1

2009/11/06 14:07

드럼을 위하여


  

“저 여기 혹시 자리가 있습니까?”

“당장은 없는데?”

“아 그럼 자리가 언제쯤 생길까요?”

“내가 자리가 나면 연락을 하도록 하지.”

 

중학교를 다닐 적 열 네 살의 가을인가 그랬을 것이다. 몇 해 전, 아니 꽤 오래 전부터 우리 집은 집만 괜찮고 집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노동 빈곤층이었다. 우리 집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그래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스물 네 시간 정신없이 사업을 하러 돌아다니시는 아빠를 보면 우리 집이 왜 이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집에서 나는 친구들에게 “밴드를 함께 하자.”라는 제안을 받았고 순순히 승낙해버렸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곰곰이 생각해봐도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걸 생각하면 나는 불효자슥에 호로 자슥이다. 흙흙흙 부모님 저엉말 죄송합니다.

 

처음에 학원을 다닐 땐 그냥 부모님이 내주셨다. 점점 송구스러워지는 마음. 그러다가 “어쩌면 학원비를 내가 벌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와우, 좋았어 머핀. 니가 그래도 아주 못 된 놈은 아니구나?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서............ 기는 무슨, 일자리를 찾아 길을 나선 머핀. 열네 살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알바 이야기에는 꼭 필요하므로 하겠다. 나는 일단 보이는 신문사라곤 조선일보가 가장 보기 좋은 곳에 있어서 조선일보를 찾아갔다.(내가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선 다음에 심도 있게 다루겠다.) 우웩. 공식적으로 사과한다.(응?) 어쨌든, 자리가 없었다. 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배달하겠다는 사람도 많다니! 일자리가 없음에 대한 아쉬움의 세포와 ‘아싸 잘 됐다 조선일보 따위’ 세포가 마구 교차로에서 서로 부딪쳐 교통마비를 일으켰다.

 

조선일보에 가서 딱지를 맞고 세포들이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서 수습되는 동안 나는 시장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일자리가 없다니 세상이 삭막하게 보였고 시장은 그것을 상쇄시켜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랄까. 다른 어 일자리는 없을까? 희망의 불빛이 꺼져가던 시점, what the!!!!! 부산 지역신문인 국제신문을 찍어내는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리가 곧 날 거 같은데 연락하겠다.”라는 아저씨의 말씀은 구원의 메시아처럼 내게 다가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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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GER KING 's Girl & Boy

2009/10/21 14:13

버거킹에서 알바 했던 두 남녀를 만났다.

한 달 만에 그만 둔 버거킹안티 오빠, L

4개월 동안 완전 재밌게 일한 버거킹체질 언니, H

LH가 말하는 BURGER KING behind story!


어쩌다 버거킹에?

H, 학원비랑 생활비를 내가 해결해야 했거든. 목표가 분명했어. 경제적 독립! 처음에 들어갈 때는 70만 원 정도 벌거라고 예상했는데, 개뿔.. 일 해보니까 45만원 찍기도 힘들더라.

L, 면접 볼 때 학교 안다니고 있다고 하니까 점장이 진짜 좋아했어.

H, 오래 일 할 수 있다는 증거니까. 한 번 훈련시키고 최대한 오래 쓰는 게 회사 입장에선 좋은

 거지.

L, 의외로 부모님동의서 같은 건 꼼꼼하게 안 확인하더라고. 아 맞다, 입사할 때 보건증도 가져가야 되는데, 보건증 발급받으려면 면사무소에서 면봉으로 똥꼬 쑤셔야 되거든? 그거 진짜 생각만 해도 끔찍해.


미소녀, 미소년은 바로 카운터로

L, 처음엔 주방에서 버거 만드는 거 배우다가 짬밥 좀 생기면 카운터로 올라가는 시스템이거든. 근데 웃기는 건 미소녀나 미소년들은 입사하자마자 바로 카운터에 간다는 거지. 얼굴 반반하거나 계산과 멘트 똑 부러지게 잘 하는 애들은 점장이 카운터로 보내.

H, 난 카운터 일찍 간 여자야. 서비스 교육 받고 올라갔어. ‘guest service export(손님 접

대에 능숙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도 받았어. 그래서 전세계 어디 버거킹에서나 일할 수 있어.

L, 사실 나도 카운터로 올라갔었는데 한 시간 만에 주방으로 돌아왔어. 내가 쫌 멍청한가봐. 계산을 못 하겠더라고. 손님 줄 엄청 서있는데 계산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어버버했어. “저 못 하겠어요. 버거나 만들게 해주세요.”하고 내려왔지. 난 그냥 햄버거 포장하는 게 제일 재밌더라.

photo by Old Shoe Woman

주문, 까다로워서 돌아버리겠네.

L, 근데 버거킹 버거 종류가 좀 많아

야지. 주문받기 완전 까다롭던데.

H, 맞아. 버거가 많으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서 주문이 완전 복잡해. ‘헤브잇유얼웨이.(Have it your way)’라는 게 있어. 뭐냐면 ‘니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먹어라’하는 주문 시스템이야. 생각해 봐. 존나 바쁜데 어떤 사람이 와서

“더블 와퍼 위드 치즈밀 플러스 베이컨 네 장 치즈 플러스 두 장 주세요.”

“치킨 와퍼에 올 엑스트라에다가 피클은 빼고 노솔트 감자튀김 주세요.”

이런 주문하고 앉아있으면 카운터에서나 주방에서나 속으로 완전 욕하지. ‘ㅅㅂ, 어떤 새끼가 쳐 먹는 거야. 죽여 버려.’

L, 근데 막상 손님 입장으로 버거킹에 사먹으러 가면, 나도 마찬가지로 초대박 복잡한 스페셜 메뉴 시켜먹지. 그게 맛있으니깐.


라지 권장 대회

H, ‘라지 권장 대회’라는 게 있어. “손님. 600원 추가하시면 콜라나 감자 양을 라지로 드리는데, 라지로 드시겠어요?”하고 권장하는 거지. 그렇게 라지 매출 가장 많이 올린 알바생 한테 점장이 회식 쏘는 거야. 우리는 리바이스 청바지도 쐈어.

L. 점장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면, 한 지역에 여러개의 버거킹 지점이 있잖아. 그 지점들끼리도 경쟁이 진짜 심하거든. 서로 매출 올리려고 기를 쓰는 거지. 그 구두쇠같은 점장들이 아무 이유 없이 알바생한테 뭔가를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햄버거로 끼니 때우기

H, 햄버거는 역시 버거킹이지.

L, 난 버거킹 버거 자부심 전혀 없어. 난 햄버거 싫어. 알바 하는 내내 햄버거로 끼니 떼워야 한다는 게 제일 끔찍했어. 알바 하면서 딱 한 번 행복했던 적이 밖에 나가서 점심 먹은 거야. 역시 사람은 밥을 먹고 살아야 돼.

H, 왜? 난 버거킹 버거 완전 사랑해. 너무 맛있어. 일 하면서도 치킨텐터 몰래 집어먹고. 갈릭스도 찍어 먹고. 아, 존나 맛있어.

L, 나도 감자튀김은 많이 집어 먹었어. 일 하면서 아구아구 입에 넣고... 한번은 다 못 먹어서 버린 적도 있어. 난 계속 그래도 되는 건 줄 알고, 한 번은 점장 앞에서 감자튀김 집어먹은 적이 있거든. 그랬더니 점장이,

“너 지금 뭐하냐?”

“저.. 감자튀김 조금 먹으려고요..”

“그게 조금이냐?”

“아 죄송합니다”

“그게 잘하는 짓이냐?”

“앞으로 안 그럴게요”

“장난하냐, 씨발. 이 새끼 또라이네.”

뒤로 가면 갈수록 정색하면서 욕을 퍼붓는 게 그 점장의 주특기였어.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서 존나 맛있게 마저 먹었어지. 통통이 상태로 버거킹 들어갔는데 한 달 후 나올 땐 슈퍼 뚱뚱이 돼서 나왔어.


또라이 점장

L, 내 생각엔 패스트푸드 점장 중에 또라이가 아닌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점장은 죄다 이중인격이야. 처음엔 엄청 오버하면서 잘해주다가 어느 날 탈의실로 불러서 욕하면서 “씨발 너 장난 하냐? 맞고 싶냐?” 이러면서 협박하고. “앞으로 그럴꺼야, 안 그럴꺼야?”하면서 무슨 유치원생 다루듯이 재수 없게 말하고. 그만 둘 때쯤엔 진짜 서로 막장이었지.

“너 원래 ‘착했’잖아, 왜이래?”

“저 원래 안 착했는데요.”

“이 새끼가 돌았나. 완전히 또라이 아니야? 미친 새끼.”


그만 두다

L, 면접 볼 때 점장이 ‘6개월 동안 일할 수 있냐’고 물어 보길래, 아니라고 대답하면 안 뽑아 줄까봐 그냥 “네. 할 수 있어요.” 그랬어. 근데 한 달 일해 보니까 이건 아닌 거 같은 거야.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했지. 근데 점장이 자꾸 붙잡는 거야. 안 된다고. 일주

일만 더 하라고. 자꾸 그런 식으로 계속 못 나가게 해서 2주 정도 더 일했어. 그리고 어느 날 출근을 안 해버렸지. 핸드폰도 꺼놓고. 근데 집전화로 점장한테 전화가 온 거야.

“너 지금 어디야.”

“아, 저 지금 할머니 댁 와있어요.”

“할머니 댁이 어딘데.”

“대구요”

“대구라고? 내가 지금 02로 전화했는데 대구라고?”

“아, 그러셨어요? 사실 서울이에요.”

“이 개새끼가 장난하나. 이거 ‘거짓말 새끼’ 아냐?”

“네 알겠습니다.”

“이 새끼 찾아가서 죽여버린다. 이런 씹창..@#$%^&&*”

“예, 예,”

전화로 대화를 하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막말하게 되더라고. ‘거짓말 새끼’라는 말이 너무 웃겨서 한참 웃다가 점장이 막 욕하든 말든 그냥 뚝 끊어버렸어. 그렇게 그만뒀어.

H, 웃기긴 한데, 너 깡도 좋다. 동네에서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랬냐.

L, 괜찮아. 집이랑 가까운 버거킹이 아니었거든. 어쨌든 내가 알바 한 달 해본 결과, 이 나이 때는 닥치고 학교나 다니는 게 좋은 것 같아. 부모님한테 용돈 받고 살 수 있다면, 굳이 경험 안 해도 아쉽지 않은 게 알바야. 난 10대 알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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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그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2009/10/21 14:01

 아르바이트, 사실 이처럼 다루기 난감한 주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왠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시간에 공부나 해!’ 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는가? 한번쯤 알바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을 사든지, 혹은 어떠한 일을 하려고 해도 결국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운 이 또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 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알바를 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지 않는가?

혹시, 돈이 우리를 지배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은 나가고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의 불을 켜고 양치질을 하는 그 순간에도 전기세와 수도세는 꼬박꼬박 나간다. 학교에 가는 버스비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까지 모두 ‘돈, 돈, 돈.’의 연속이다. 심지어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에도 ‘돈’이 든다! 물질만능주의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땅 파면 돈도 안 나올뿐더러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꾸려나가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돈이 징글맞지 않는가? 그 누가 말했다. ‘돈이 웬수.’ 라고.

우선순위가 ‘돈’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사실, 많은 학생들이 돈만 보고서 알바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알바를 돈만 보고 알바를 하게 된다면 결국 ‘돈’을 쫓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극단적인 질문을 하겠다. 알바를 하는 게 돈 때문이라면 그대는 몸을 팔 수 있는가? 당연히 그대의 대답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돈을 벌려고 알바를 하겠지만 돈 때문에 몸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 극단적인 예이지만 바로 자기 자신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우선순위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알바가 단순히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알바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활동이기 때문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알바를 시작한다면 결국 ‘돈’만 버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한번쯤은 들어봐도 좋을 어른들의 충고

어른들은 말한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 라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 그들의 거짓말을 알기에 말이다. 하지만 10대라는 지금 이 시기가 공부를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상태라는 점은 공감한다. 지금처럼 돈을 벌어야 할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시기가 인생에 또 있을 것 같은가? 성인이 되어서 우리는 좋든 싫든 먹고 살기 위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때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을 대략 60년으로 잡을 때 3년은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진로를 공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삶의 방향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경험’은 ‘경험’일뿐

필자의 주위엔 알바에 관해서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은 어때?’, ‘시급 센 곳이 어디야?’가 대표적인 질문인데, 필자는 말한다. 그런 거 고민 할 시간에 ‘닥치고’ 공부하라고. 알바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단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문계 학생이 단순히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학비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용사가 꿈인 친구가 방학 때 미용실 스텝으로 일하는 것은 그 친구의 진로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진로와 접합한 알바를 선택했고 자신의 직업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알바는 ‘경험’이다. 당신이 사회에 나가는 첫 발걸음이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임이 틀림없다. 좀 더 영리하게 굴어라.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마치며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만족스러워 하거나 후회하기도 한다. 필자에겐 가장 길었던 1년 반의 패스트푸드점에서의 경험이 인생의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 상사가 싫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에 절실히 공감하거나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내 자신이 사회에 구성원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필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필자에게는 그 시간이 단지 ‘경험’일 뿐이다. 진로가 요식업계이지도 않을뿐더러 적성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소 사회에 참여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결국 알바를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몫일 것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으며 자신이 선택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알바, 그건 아마도 10대만의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라고.

from 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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