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2010/02/12 00:36
고담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할게요. 주유소는, 일단 신발을, 새거 신고가지 마세요. 새거를 신고가면, 한시간만에, 신발이 드러워져요. 기름 묻어. 바닥에 다 기름 묻어 있어서. 그리고 옷은, 꼭, 주유소에서 주는 옷을 입으세요. 주유기 호스에 기름이 묻어 있어 가지고. 옷에도 다, 묻어. 그리고 손은 꼭 씻고, 집에 가세요. 코 부분 이렇게 딱 만지면은 정말 휘발유 냄새가 확, 나요. 그리고, 주유소에는 씨씨티비가 있으니깐, 허튼, 짓 하지 마시구요. 주유소에서 손님이 현금으로 오만원을 주면 거기서 만원은, 내가아 가져야지이 한다, 그것은 바로, 자살, 행위와, 같은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유소 알바가 힘들 때는, 이렇게 하세요. 사장님. 저. 세차. 할래요. 그렇게, 하고, 세차 하다가, 주유 일을 하면은, 조금 쉬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왜, 세차가 어려워?
어. 어려워. 



 열일곱 살 마지막 12월달 그때 맨 처음 알바, 그니까, 알바의, 아예 첫 발을 디딘 때가, 주유소.

-왜 첫 알바로 주유소를 선택했어?
 가까우니까. 집에서.
 주유소 맨 처음 할 때, 그때는 최저임금이 3300원이었을 때여가지고 3700원 받았고, 두 번째로 고등학교 2학년때 간석오거리에서 했을 때는 4천원, 세 번째로 고3 여름 방학에 동암역에서 했을 때는 3600원. 그렇게 해가지고 받았었어.

-어? 왜 제일 마지막에 했던 게 시급이 제일 적어?
 그때는 그냥 돈 벌어야지, 이 생각이 아니라 용돈만 벌어야지, 아니 근데 나는 그렇게, 만약에, 주유소에서 일 한다면은, 뭐 휘발유 차에다가 경유 넣어가지고 월급이 깎이고, 그런다고 해도 별로 상관 안 해, 별로 그렇게. 뭐 일하는 건 그냥 노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래가지고 돈 쪼금 주고 많이 주고, 뭐 그런 거 잘 신경 안 써. 많이 주면은 뭐 나도 거기 가서 하겠지, 근데 뭐, 시급이 3700인데 할 수 있겠냐, 하면은 그냥 뭐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냥 이렇게 말해. ……. 재밌잖아.

-응? 뭐가 재밌어, 일하는 게?
 응.
-너 일하는 게 재밌어?
응, 주유소.
재밌잖아.

 photo by mcpeak_michael


sk하고 gs칼텍스하고 s-oil 해봤는데 이 세 개가 다 주유기가 틀려. 지금은 뭐, 다 마스터해갖고 지금은 어딜 가거나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해보면 다 알거든, 아니 삼십분만 해보면 아는데. 처음해보면 복잡한데, 쪼금씩 쪼금씩 하다 보면은 다 노하우가 생겨가지고 빨리빨리 하는데, 가서 주유기, 뭐 '오만원 넣어주세요' 하면은 [오 공공공공], 눌르고 [완료], 눌르고 [리터]나, [원], 누르고 딱 쏘고 주유 구멍에 딱 넣어. 그러고 총에 레바 딱 누르고 고정시켜놔. 딱 가서 계산하고, 오만원이 다 차면은 레바가 딱 튕겨. 그럼 고정된 거 딱 풀고 다시 껴놓으면 끝이야. 근데 그게 레버를 고정한 거를 안 풀면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냐면은, 그때 걔가, 다른 여자애가 먼저 해놨었는데 고정을 시켜 놓은 거야. 주유기에 꽂혀있을 때는 기름이 안 나와. 근데 내가, 이렇게 [오만원] 딱, 누르고 딱, 뽑았는데 기름이, 폭포수처럼, 레바가 고정돼있으니까. 그래가지고, 내가 깜, 짝 놀래가주고 와아, 레바가 1단도 아니고 3단으로 고정돼 있는 거야, 야아아 씨, 죽는 줄 알았다, 진짜. 또 이게, 그 수압 같은 게 있잖아. 이게 퐝! 나오면 뒤로 이렇, 게 되잖아. 어어어어 하다, 아, 한 3초 동안? 뿌릴 건 다 뿌렸어, 솔직히. 그러다 바로 팍, 레바를 풀었어. 그랬더니 주유소 사장님하고 대리하고 다 나와가주고, 다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아아, 나 아니라고, '전 몰라요', 했어. 딱 얘길 하고보니까 범인이 밝혀진 거야. 그랬더니 다음에 같이 얘기하면서 '참, 그래도 진규가아 참 대단해애' 갑자기 그래. 그래가지고 '왜요?' 하니까, '누구나아 그런 상황에 가면으은 당황하고 딱, 주유총을 떨어뜨릴 텐데에 진규는 어떻게 차암 빨리 이렇게, 레바를 풀렀네에, 참 대단해애' 그랬지.

 언제는, 누나들이랑 딱 장난치면서, 일을 하고 있었어. 근데 누나가, 담배 피고 싶은데 왜 또 차 오냐고 존나 욕하면서 나랑 같이 가면서 난, 누나 저거 하나만 하면 되여어, 하면서 주유소 딱 총을 뽑고, 오만원이었는데, 누나가 막 존나 덜덜 떨면서, 한 사만 구천, 팔백원 밖에 안 들어갔는데, '아, 빨리빨리빨리빨리, 아, 됐다!' 하면서 존나 빨리 팍! 빼는 거야. 근데 기름이 계속 나오는데 팍 빼니까 내 얼굴에 퐈악! 튀겼지. 웃은 채로 얼굴 가만히 있다가. '음, 하. 하. 하… 누나아……. 왜 그랬어영'. 누나가 아스크림 하나 사주드라.

 아예, 온몸에 뒤집어쓴 적도 있어. 그때, 그때 또 레바가 고정돼있던 거야. 딱 뽑았는데, 온 몸에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휘발유도 아니고, 경유가 이렇게, 다아 묻은 거야. 목욕을 한 거야, 경유로. 근데, 가서 씻으면 되지, 하고 기름을 넣고 있는데, 빨리 가서 씻으래. 아, 쫌 이따 씻으면 되요, 이랬어. 그랬더니 거기 주유소 사람이 야, 휘발유는 날라가서 냄새가 안 나는데 경유는 날라가지도 않으으, 빨리 가서 씻어어, 이래. 아, 그래요? 빨리 가서 씻고 왔지. 휘발유는, 휘발성이 되게 막 뛰어나게 높아가지고 바람에 다 날라가는데, 경유는 좀 무거워 분자가. 그래가지고 되게, 바닥에 딱 떨어뜨리면, 퍼지면서 안 없어져.

-너 주유소 일이 건강에 나쁜 거는 알고 있어?
응. 그냥 알고 있었어. 예전부터.

-알면서 왜 했어?
 그냥. 뭐, 그렇게 안 나뻐. 주유소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뭐. 주유소에서 할아버지들도 해애. 뭐, 나쁘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런 거는 별루 신경을 안 쓰고, 만약에, 주유소 알바가 재밌다는 생각이 이만큼이면은, 나쁘다는 생각은 (손가락을 모으며) 요만큼.

-그럼 주유소 사장님이 뭐 건강에 대한 얘기 안 해줬어? 이럴 때는 숨 참아라, 이런 거라도.
 그런 거 없어.

-그러며언, 주유소 알바 하니까 실제로, 갑자기 막 머리가 어지럽다든지, 갑자기 막 구토가 밀려든다든지이…….
 그런 거 없어. 멀쩡했어. 주변에도 없어.

-이런? 재밌는 얘기 좀 나오려나 했는데. 근데, 주유소 시급이 특별히 높은 거야?
 응? 아니.

-그럼 가출한 애들이 왜 다 주유소 알바 해?
 야, 가출한 애들, 다 몇 살인 것 같애?

-중고등학생?
 그럼 밖에 나가서 뭐할까, 밖에 나가서. 할 거 없어. 그리고 주유소에는, 일하고, 먹여주고 재워주고도 할 수 있어. 거기 숙식 다 되든데? 왜 재워주는지는 모르겠고.

-근데 어린 애가 여기서 잔다하면, 쟤 가출했구나, 다 알잖아. 근데 그런 거 알면서도 신경을 안 쓰는 거야?
 어.

-주유소 알바 하면서 가출한 애들 많이 만났어?
 어, 쪼끔. 가출을 왜하냐아 딱 물어봤더니, '아, 혀엉, 집에 자꾸 뭐라구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나왔쎄영' 나와서 뭐할래? '에이 주유소에서 자면 되져어' 학교는? '에에 자퇴하면 되져어' 음, 한 스무살 돼서, 뭐할래? '에이이 주유소 알바 계속 하면 되져어' 그래서 내가 딱 그랬어, 걔한테, 에우 그냥 그지 되면 되져어, 그래가지고 걔가 그 말 듣고 집에 갔잖아, 내 말 듣고. 아, 진짜 난 천사야, 방황하는 소년을 집으로 보낸, 천사야, 천사, 딱 말 한마디로 그냥. 그지 되면 되지, 이 한 마디로 그냥.

-어이고.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잖아. 되게, 가지각색의. 거, 동암 주유소에서 주유하면서 알게 된 사람 두 명 있거든? 두 명 다 어떤 아저씨야. 지금 번호도 있어, 내 핸드폰에. 그 아저씨랑 같이 만나서 밥도 먹고 그런 적도 있어.

-어떻게?
 그러니까, 막, 아 모르겠어. 막 어른이 봤을 때 학생이 알바하는 게 기특하게 보였나봐, 그래가지고. 왜. 진짜, 막, 되게 많어. 알바 할 때 마다 그런 사람들 많어. 알바 해갖고 다아 알게 되고 막.

-청소년 알바하는 애가 너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너만?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니, 그래도
 아, 나도 모르겠어, 나한테 묻지 마, 내가 뭘 알어.

-니가 붙임성이 좋은건가?
 뭐 그럴 수도 있고. 아, 이 시계 이것도, 이름 있는 건데, 비싼 건데, 동암 주유소 과장님이 준거야. 이거 쌔거를. 지금은 쪼오금 낡았는데, 빡스하고, 거 설명서하고, 그런 거하고, 다 그냥 그렇게 줬어. 주유소 과장님이. 진품이야. 17만원 짜리.

-왜 줘, 너한테?
  그러게? 뭐…… 주유소에, 승선실습 갈 때랑, 휴가 나왔을 때랑, 이제 끝났을 때랑, 다 인사 갔었어. 사장님, 저 이제 승선실습 갑니다아. 사장님, 저 휴가 나왔습니다아. 사장님, 저 끝났습니다아. 다 이렇게 인사하고 왔지. 따른 사장님들한테도. 아, 근데 이거 시계는 승선실습 가기 전에 줬어.

-다른 알바생 애들도 많은데 왜 너한테만 줘?
 그러게.

-너를 좋게 봤나?
 응.

-니가 뭐했는데?
 멀라? 한 거 별로 없써….

-너, 뭐 끼 있다.
 어디 가서 굶어죽진 않을 것 같대, 미용실 아줌마가. 아, 나 미용실 아줌마 번호도 알어.

-근데 내가 궁금한 건, 이젠 거기서 일하지도 않잖아, 근데 왜, 찾아가서 안부 묻고 인사 하고…….
 근까, 모르는 사람하고 얘기해서 친해지는 거. 그리고 모르는 사람 많이 만나는 거. 그냥 보는 거 말고. 그냥 스쳐지나가면서 보는 거는 길거리 지나가면서도 다 하잖아. 근데, 알바는, 딱 그거 같애. 돈하고, 인맥. 인맥은, 진짜 알바 해야지 넓어져.

-근데, 그렇게 해서 관계가 생겼다? 근데 그렇다 해도 얕은 관계로 끝나지 않아?
 아니. 네버앤딩 스토리야.

-어떻게?
 거기서 보니까. 주유소, 편의점에서……. 야, 꼭 문자 맨날 해야지 뭐 그거냐? 지나가다가 보면 인사하고, 아는 척 하고.

-그럼 너는 그런 관계가 얕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얕지도 않고?
 응. 그냥…… 잘 모르겠어. 그니까, 그런 존재가 되지 않게 만들어야지.

-그럼 니가 막, 먼저 연락하고 그래?
 응. 내가 먼저 할 때도 있고, 아 함 지금 보내볼까? 아저씨한테?

-응, 근데 뭐라고 하게?
 응, 나 취직했다고.

 아저씨~ 저 동원참치에 회사 취직했서여. 잘했져*^^*


-……. 근데 그 아저씨가 널 기억할까?
 응. 나도 그 아저씨 기억하고. 내가, 엊그제 주유소 인사 갔을 때 그 아저씨가 세차하러 한번 왔더라고. 내가 '어, 안녕하세요' 인사하니까 '어, 기억하네?'

-그렇게 관계 맺은 사람들이랑 지금까지 다 연락을 한다는 거야?
 응. 거의.




 몇분이 채 안되어 '딩동' 문자 소리가 왔다.
"봐, 답장 왔지?"
 진규가 웃으며 핸드폰을 내민다.
"뭐래?"
"축하하고, 건강 챙기면서 일 하고, 힘내래."

 진규는 웃음을 흘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피는 즐겁다든데? -2부  (0) 2010/02/12
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0) 2010/02/12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진 친구의 스무 살  (0) 2010/02/01
JUST LET ME TALK  (0) 2010/01/27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진 친구의 스무 살

2010/02/01 06:43

저번 회에서 나는 친구가 바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무릅쓰고 일하는 걸 보고 화를 냈었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뜻밖에도 “사장님이 나를 나쁘게 대한 건 맞지만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어서 그랬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서 가게에 한 번씩 찾아 가서 인사도 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의 삶이라는 건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게 전부는 아니 것이며 어느 순간엔 좋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 친구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 녀석과 이야기를 했다.

 

by titicat

 

“씨X 놈의 샤브샤브 집......... 내 스무 살 여름은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졌어.”

“왜? ;; 일하는 곳이 어땠기에?”

 

집에 내려온 이후로 나는 사실상 직장을 잃은 상태였다. 밥통이 내 유일한 ‘밥줄’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상대를 끊임없이 구해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 친구나 붙잡고 물어도 일을 안 해본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대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해야 했기에 심도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했다.

 

친구 녀석이 일했던 때는 여름이었고 대학교 방학 시즌이었다. 빌어먹을 놈의 태양이 내 피부를 병들게 만들어 세브란스 병원에 2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은 시즌이기도 했고,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기념비 적인 수치를 찍었을 때였다. 날씨가 이 모양인데도 방학 때 돈을 벌겠다고 식당에 일하러 갔던 친구. 사실 녀석은 이때가 처음 알바가 아니었다. 이미 고등학교 때 호텔, sea food 레스토랑, 미술학원에서 일을 했었고 지금도 가끔씩 미술 학원에서 일을 하고 있단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샤브샤브 집에서도 잠깐.

 

 

욕부터 하고 시작된 대화는 곧바로 “사장님........”으로 시작하더니 “아니다. 이젠 사장도 아니지.”로 이어졌다. 친구 말에 따르면 사장님(이하 사장)은 하루도 안 빼놓고 자기를 더러 멍청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일하면서 겪었던 가장 황당한 스토리를 이야기 해줬다.

 

“복날인데 난 혼자였어. 돈 아끼려고 알바를 나만 쓴 거야. 서빙은 나 혼자하고 하필이면 그날 같이 하는 아줌마는 휴일이었거든. 사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있더라고. 나는 씨X 대학에 와서 공부를 했는데 이건 지금 뭐하는 건가 싶더라고. 화장실 가서 펑펑 우는데 어떤 언니가 따라 들어오는 거야. 나보고 조선족이냐고 묻더라. 저 사장 엄마냐고 얼마 받고 일하냐고 자기가 봐도 사장이 심해서 나갈 때 한소리 한다고 날 안아줌...........”

 

이건 일터의 모습이라기 보담도 무슨 시트콤에 나올 법한 혹은 블랙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과 더 비슷해 보였다. 사실 대화중에 친구도 웃었고 나도 보면서 채팅창에 뭔가를 입력하지 않고 웃었지만 그냥 웃는 거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였다. 지나간 악몽을 나쁘게 추억하지 않기 위함이랄까.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말이 안 되니 믿기지도 않고 그런데 진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실소가 터져 나왔다.

   

“복날인데 너 혼자 일을 시켰다고 ? 얼마나 넓은 식당이었는데 ? ;;”

 

“테이블이 22개 정도 되는 식당이었지. 그것도 씨,....... 오이지에는 국물 부어야 되고, 김치는 썰어 나가야 되고, 망할 샐러드는 춘권 잘라서 소스 뿌려 나가야 되는데 스페셜이면 과일까지 얹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빡친다.”

 

“평소에도 그래?”

 

“평소에 잘해줬으면 내가 울었겠냐? 매일 나한테 멍청하다고 소리 지르고 나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사장보다 내가 배워도 더 배웠는데 썅.”

 

“일하면서 그렇게 돌아버릴 거 같은 순간이 많은데도 참기만 했어?”

 

“야! 내가 고용자냐? 난 그러다 잘렸지. 왜 잘렸게? 이거 쓰면 너 다음 글 분량 채우고도 남겠다. 아주 어이없게 잘렸는데.........”

 

“이야기 좀 해줘봐.”

 

“같이 일하던 서빙 하던 아주머니의 어머니가 상을 당하셔서 휴가를 가신 거야. 난 그 전날까지 초과근무를 했지. 근데 다음 날 가게 갔더니 날 잘랐어.” (녀석은 이 말을 마치고서 채팅창에 연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을 연발했다.

 

“장사를 못하니까. (이러고 또 큭큭 거리며 웃더니) 씨뱅.. 그때는 짜증났는데 지금은 뭐 잘 됐다 싶어.”

 

“장사를 못해서 널 잘랐다고?”

 

“장사 못하지. 사장이 뭘 할 줄 알어? 사장이랑 나랑 둘 만 있는데 나는 서빙만 할 줄 알고 ㅋㅋㅋㅋㅋㅋ”

 

“결국 자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려다가 닫아야 했던 거네.”

 

“사장 욕하려면 하루 이틀 가지곤 안 되는데.......... 직원들 밥 먹을 때 자기는 돌솥 밥 먹고, 우리는 씨.......... 식당 밥 먹고, 사장 있으면 우리 계란 프라이에 김치에 밥 먹었어. 없으면 주방아줌마가 해물 볶아줌.” 녀석은 해물을 볶는 게 매우 통쾌한 복수라는 듯 ㅋㅋㅋ를 연발했다.

 

“ㅋㅋㅋㅋㅋㅋ 왜 그렇게 삼엄해.”라며 왜 일하고 나서 밥 먹는데 눈치를 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니가 알바 해 봐. 시키야.”라는 말로 일축해버렸다. 점심때마다 전국에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식당을 모두 돌아보며 식사 상태를 확인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봤던 곳은 같이 일하고 식당에서 크게 요리 하나를 하고 반찬들과 함께 먹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친구 말로는 그건 본사에서 월급을 주는 곳이거나 좋은 곳들이나 그런 거란다.

 

친구는 술집에서 일했던 친구와 다르게 아직도 눈썹 문신한 아줌마가 싫다고 한다. 식당 사장이 눈썹에 문신을 해서란다. 퇴근 시간이 되도 가란 이야기도 안 했단다. 돈도 달라고 해야 주는 그곳이 너무 싫다고. 무엇보다 괴로웠던 건 식당 사장의 언어폭력이었단다.

 

“언어폭력이 제일 짜증났지. 자꾸 씨 나보고 멍청하다고 손님들 앞에서 소리소리 질러댔거든. 나 안 멍청해 썅! 나 주6일 근무였는데 욕 안 먹은 날이 손에 꼽아. 씨.. 근데 내가 일을 또 못했냐면 그런 것도 아니야. 다른 아줌마들은 다 우리엄마 부럽 댔다고. 이런 성실한 딸 둬서.......... 근데 썅. 사장만.........”

 

“사장한테 찍힌 거 아니야? 뭐 하나 잘못 걸려가지고........”

 

“아니야 사장 원래 그랬데. 처음 일할 때 아줌마들이 사장 욕 한바가지 했었어. 사장 원래 저러니까 상처받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장이 없다고 하면 일할 때 힘들었던 건 없어?”

 

“주문 밀리는 거랑 사장 데려오라는 게 제일 힘들었지. 애들 데려와서 방임하는 것도 힘들어. 커피 셀픈데 왜 안 주냐고 따지는 사람, 금연이라서 금연이라고 말하면 저년이 싸가지가 없다. 뭐 이런 것들?”

 

“근데 이런 것들은 사장에 비하면 밥이라 이거지? 너 하루에 얼마 받고 몇 시간 일했어?”

 

“하루에 네 시간씩 시간당 4500원씩 받았어. 일하는 동안 상냥하게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웃음) 손님은 한번 보고 말거고 성격은 랜덤이거든. 그 화장실 따라 들어온 언니처럼 착한 손님도 많아. 사장은 그냥 말하는 습관이 퉁박 주는 사람 있잖아. 그랬어. 예컨대 뭐......... 내가 사장님 마감인데 손님 오셨는데 어떡할까요? 너는 생각이 없니? 이런 거?”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랬어?”

 

“응. 근데 나한테 제일 심했지. 주방아줌마 홀 아줌마는 자기랑 동년배니까.”

 

“그렇구나. ;; 그럼 좋았던 점은 없었어?”

 

“응 홀 아줌마랑 주방아줌마는 나 예뻐 하셨어. 홀 아줌마는 나한테 학교 물어보더니 자기 아들 좀 봐달라고....... 근데 우연히 그 아들이랑 나랑 같은 고교 선후배인거야. 아줌마들이 매일 나 먹을 거 챙겨주고 그랬어. 유독 사장만 성격이 거지같아서..........”

 

“그래도 그런 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 왜 유독 사장만 너한테 못되게 굴었을까? 돈은 제대로 받았어? 왜 근데 돈 받는 걸 네가 달라고 해야 주는 건데?”

 

“돈은 제대로 받았지. 내가 돈 못 받고 사는 성격은 아니야.........”

 

“너도 혹시 일 끝났는데도 가라고 안 하면 못 가고 있고 그랬어? 전에 다른 친구가 그런 거 보고 말이 되나 싶었는데 ......”

 

“말 되지. 못 갔는데.”

 

“왜? 그럼 너도 뒤에 청소하고 온갖 잡일 다 시키고 30분 넘게 있다가 가라고 해야 갈 수 있는 거야?”

 

“마감 조잖아. 30분까지 있지는 않았고 한 십 여분 눈치 봐야 됐어. 여기서 한 달 일하고 나서 얼마 안 되고 잘렸어. 그렇게 오래 있지도 않았지 뭐.

여기랑 다르게 미술학원에서 일할 때는 되게 좋았어. 시간 당 거의 만원씩 받으면서 서류 전달이나 처리 같은 거 하고 시험 감독 같은 거 하면 일당으로 5만원씩 받은 적도 있었거든. 밥도 사주시고......... 가끔씩 찾아가면 일 주시기도 하고 밥도 사주시고 그래.”

 

샤브샤브 집 사장도 원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까?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0) 2010/02/12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진 친구의 스무 살  (0) 2010/02/01
JUST LET ME TALK  (0) 2010/01/27
저 가출 고1때 했습니다  (1) 2010/01/14

1인칭 관찰자 시점 알바 이야기

2010/01/12 14:08

From 머핀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이후로 한국의 10대와 20대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 노동 시장에 많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 시장의 상황은 십년 전과 비교해서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노동하는 사람들의 기본권도 보장하지 않는 게 한국노동계의 현실인 것은 책을 통해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직장 체험을 하거나 사회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은 있지만 친구들이 한다는 식당 알바, 편의점, 주유소, 커피 집, 바에서 일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나에게 노동현장에 뛰어든 친구들의 알바 이야기는 그저 충격이기만 하다. 좋은 이야기는 열에 하나 정도가 다이며 들려오는 이야기의 절반은 알바 현장의 폐해들이다. 내가 지금 전하는 이야기들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이건 관찰자 입장에서의 고발이며 동시에 비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자기 경험을 드러내서 사회에 알리는 일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길 바란다.

  어느 날 친구 중 한 녀석과 밤에 전화 통화를 했다. 그냥 간단한 안부 전화였는데 오랜만에 전화를 하다 보니 긴 시간동안 하게 됐다. 그러다 대학 등록금 이야기와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친구의 말인 즉 대출 받은 등록금을 생각하면 집 사정도 그렇고 걱정이 앞선다는 거였다. 우리 또래들 중에 그런 걱정 안 하면서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몇 이나 되나 싶었지만 막상 직접 들으니 짐짓 걱정이 되는 거였다.

  얼마 후 나는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대학 앞에 있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도 저녁부터 해서 새벽까지 일한다는. 학기 중이어도 용돈 마련을 하나 싶어 그러려니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학교에선 학교 일대로 시달리고 밖에 나와선 사방팔방 뛰어 다니며 정신없이 일을 하던(금전적 이익과 별로 상관도 없는) 그 친구에게 쉴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도 사치스러운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 알고 난 뒤에도 한참을 찾아가지 않았다. 바쁘고 정신없는 탓도 있었지만 아마도 찾아가기가 싫었던 것 같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나는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찾아가서 편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찾아 가지 않고 듣기만 해도 불편해져서 근처에도 가기 싫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임금 체불은 기본이고, 근무 시간이 아닌데도 불러서 일을 시키고, 끝나고 가야 할 시간에도 일을 시키는 곳도 있었다. 사정이 생겨 일을 일찍 그만두게 되자 시급을 약속한 것보다 깎아서 계산해준 곳도 있었다. 그것도 노동법을 슬며시 피해가도록 현금으로 주면서. 좋은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정말 보기 드문 존재들이었다.

  그래도 친구가 일을 한다니 한 번 가보긴 해야 해서 소식을 들은 지 몇 개월이 지난 뒤 찾아갔다. 주인장이 좋은 사람이고, 일을 한지 시간이 꽤 흘렀으니 자리 잡혀서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체 가게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친구가 없는 날이었다. 이런 쒯. 겉으론 전혀 상태를 알 수 없는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시는 집이었기 때문에 “내일 온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나왔다.

  며칠 뒤 나는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어 볼 일을 보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다시 그 친구가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은 짐짓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나 싶어서 내심 기쁘게 생각하며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친구는 좀 있다가 나한테 기본 안주를 갖다 주고 메뉴판을 갖다 준다고 왔는데 갑자기 나한테 지금 사장님 기분이 안 좋다며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오래 하기가 그렇다는 말을 슬며시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일을 그만 둔다고 했더니만 그걸로 사장이 화가 나있다는 것. 쓰고 싶을 때 막 쓰고 자르고 싶을 때 막 자를 수 있는데 왜 알바가 그만 두겠다는 걸 괘씸하게 여기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렇다니 일단 알았다고 그랬다.

  나는 행여나 사장이 내가 아부를 하면 기분이 조금 풀릴까 싶어 칵테일이 맛있다는 둥, 여기 라이브 영상도 틀어주고 해서 너무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 또 와야겠다, 지금 나오는 음악 밴드 이름이 뭐냐며 온갖 헛소리를 해댔다. 친구를 대하는 태도는 이미 낙제였지만 딴 거라도 괜찮았기에 그런 말이라도 한 것이지만 그래도 여기엔 심각한 가식이 담겨져 있었다. 물론 이게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원래 나는 그냥 술 한 잔 마시고 친구 얼굴이나 보다가 오려고 했지만 가만 있어보니 친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장이 무슨 소릴 할까 싶기도 했고(물론 욕 몇 마디를 못 버틸 인물은 아니지만), 혼자 하기엔 벅차 보일만큼 많은 테이블 서빙에, 얼굴에 “나 너무 피곤해.”를 써놓은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그래도 힘이 되 줄 뭐라도 있지 않나 싶어 가방 안에 있던 책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지겨우면 음악 신청을 하고 여유롭게 음악 감상을 하며 오며 가며 이야기도 잠깐씩 하면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지켜보니 이 가게는 골 때리는 곳이었다. 가게 크기가 그렇게 크지도 않았지만 한 사람이 서빙하기엔 힘든 곳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자 테이블이 다 차서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보였는데 그 많은 테이블을 녀석 혼자 서빙하고 있는 것이었다. 왔다갔다 정말 정신없어 보이는 와중에도 친구는 웃으려고 애 쓰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붙는 치마에 구두까지 신고 다다다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자못 안쓰럽기만 했다. 나는 친구가 굴러다는 걸 보고도 음악 이야기나 칵테일 맛에 대한 찬양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몇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마감 시간이 됐고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고 술집엔 사장하고 나하고 친구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드디어 가겠다 싶어 보던 책들을 가방에 집어넣고 “와, 이제 끝나는 거지? 고생했다야.”라고 친구를 토닥였다. 그러나 친구는 아직 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님이 가라고 해야 갈 수 있다.”는 말을 힘없이 들려줬다.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다시 자리에 앉아 친구를 지켜봐야했다. 마감이 만약 4시라면 3시나 3시 30분부터는 마감 준비를 해서 4시에 가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4시에 끝나고 나서 마감 준비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감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고 그러고 나서야 사장은 마지못해 친구보고 가도 좋다는 이야길 했다.

  그때 시간이 첫 차가 나오기 한 시간 전쯤이어서 택시를 타야 했다. 그 비용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친구가 자비로 계산해서 가야 한단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새벽까지 죽어라 일하고 집으로 돌아갈 차가 없는 것이 왜 얘의 책임일까? 왜 힘들게 번 돈을 집에 돌아갈 때 쏟아 붓고 나면 남는 것도 얼마 없는데, 그럼 이 사장 새끼가 얼마나 낮은 임금으로 친구를 고용하고 있는 건지 계산하면 열 받을 거 같아서 안 해버렸다. 밥을 주나, 쉴 시간을 마련해주나, 마감 시간 넘겨서 일하면 추가 수당을 주길 하나, 다른 알바를 고용하나 뭐 하나 하는 것도 없이 칵테일이나 만들고 음악이나 틀고 앉아 있으면서 친구를 그따위로 대한 걸 생각하니 듣다가 실소를 터뜨리지 않고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지친 친구 앞에서 화내면서 욕 할 수도 없었다. 보통 같았으면 그랬겠지만 그 날은 정말 같이 욕 하는 것도 지쳐보였다.

  나는 일터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내가 일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학원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거기서 새벽까지 일하고 집에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면 당연히 임금이 높던지 아니면 임금과 별개로 교통비를 줘야 하는 게 당연 한 거 아닌가? 도대체 사장이란 작자는 무슨 생각일까? 집이 택시를 타야 할 만큼 먼 데 이곳에 와서 일하는 사람의 잘못이라 이건가? 그러면서 그만 둔다니까 화나서 친구가 일하는 내내 정색하고 있는 건 도대체 뭔지. 왜 우리는 맘대로 일도 못하고 마음대로 그만두지 못하면서 까라면 까야 되고,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지 모르겠다. 이건 노동법이고 뭐고 찾고 따지기 전에 기본 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중세시대의 지주와 농노의 모습과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 나에게 차이점을 설명해주기 바란다.

친구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택시 타러 가는 길에 어떤 계단에 걸터앉아 잠깐 쉬었다 가자 그랬다. 그 짧은 10여분의 시간 동안 나는 사회에서 업신여김 당하며 발기발기 찢기며 상처 입는 우리 또래들의 모습을 보았다. 슬픔을 본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힘들어 죽겠는데 몇 시간 쉬지도 못하고, 늦어도 10시까진 강의 들으러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길 들어 주는 거 말고는 없었다. 녀석은 너무 힘이 들어 울어 버릴 것만 같았다. 한 번도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음에 밥 먹으면서 이야기나 하자며 같이 있어줘서 고마웠다며 택시에 타던 친구한테 난 뭐가 그리 고마운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손에다 택시비나 쥐어 줬다면 그런 마음이 덜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깟 돈이 뭐라고, 그래도 없으면 죽는데 라며 10시에 수업인데도 일을 하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무겁다 같은 문장 따위론 감정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지하철 안에서 상모를 돌리다가 수업을 들으러 갔겠지. 그것도 모자라서 수업 시간에 졸았을 수도.


아 뭐, 이젠 멀리 있는 남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난 그게 무서웠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길까봐. 그런데 벌써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인다. 라면 가게에서 임금 체불을 당하고도 세상이 그렇다며 화나서 길길이 날 뛰던 나를 도리어 달래던 친구도 그랬고, 왼손잡이라서 저지른 몇 가지 실수로 하루 만에 식당에서 잘린 친구, 전단지 다 돌리고 갔더니 어디다 버린 거 아니냐며 제 값을 다 쳐주지 않아서 황당했다는 친구. 우린 이제 이런 일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왜 제 시간에 일마치고 집에 오는 곳이 좋은 곳에서 일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언제까지 이럴까? 집까지 걸어와서 보니 시간이 꽤나 흘렀고 너무 잠을 안자서 인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나도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지금 잤다간 일을 하러 갈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by Leo Reynolds



From 머핀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2009/11/27 23:30

 "시간당 이라 하면 다른 가게들이 다욕해. 미친이라고."

 영은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몰랐다.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흠……. 한 시간에 몇 천원이라 하는 그런 괴담을 굳이 알려들고 싶지 않을 밖에.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고담

처음에 했던 곳은 시급이 원이었고 두 번째는 만원, 세 번째는 나중에 만원으로 올려줬어.


 
루에 제일 받았던 적? 시급 이만원일 때 일곱 시간 찍어서 . 날마다 바로바로 받았어. 혹은 다음날 통장으로 넣어주거나.

 평균이란 게 매해. 어떤 곳은 만원 주는 곳도 있고. 근데 피팅이 만원 받으면 정말 안 하는 게 나은 거야. 얼굴 팔리는 건데 시간당 만원이라 하면 다른 옷가게들이 다욕해. 그 집 미친집이라고. 거의 만 오천원부터 시작 하는 게 보통이지. 삼만원이 최대 맥시멈이야. 그리고 어떤 곳은 아예 일당으로 이십 만원, 십 오만원 하는 곳도 있구.

 그렇지! 받은 알바였지! 그래서 내가 사 천원 받는 알바를 못하겠어……. 차라리 다시 살 빼서 피팅을 하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그땐 꿈이 예인이여서 뭔가 모델을 하는 게 더 유리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 그리고 나중에 옷가게도 차리고 싶어서, 모델일 하다보면 주워듣는 게 있을 테니 한 것도 있구. 그치만 제일 중요한건 뭐니 뭐니 해도 돈! 보수가 많으니깐.

 먼저 온라인으로 사진을 보냈어. 럼 연락 와. 그래서 내가 그곳으로 가서 면접? 그냥 뭐, 얼굴 보는 거지. 몸이랑 보고 나서, 그쪽에서 마음에 들면 연락이 오는 거고. 사실 그 자리에서 대부분 말을 해줘. 뭐 이정도면 괜찮겠네, 다음부터 촬영하자, 이런 식으로. 그때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고나 할까?! 민망하지만, 그때 빠지고 그래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 줄 알았어.

 인터넷에 보면 피팅모델 구하는 카페 같은 게 되게 많아. 거기에 보면 구직란이 있어. 그럼 자기 PR을 해서 올리는 거야. 솔직히 객관적으로 못생긴 사람들도 완전 자신만만해.


 근데 막상 해보니까- 피팅 하는 애니깐 뭐 옷만 갈아입지, 실무적인 거는 하나도 모르겠고. 카메라 앞엔 아무리 서도…… 뭐랄까, 내가 쑥스럼이 많아서 여전히 부끄러운 건 있더라구. 아, 그리고 최악인건 야외촬영인데, 사람들 북적이는 명동이나 홍대에서 사진을 찍는 건 아…… 진짜, 너무! 부끄러웠어! 난 시간이 안 되서 항상 주말에 찍었는데, 그때는 진짜 사람들 북적이잖아……. 외국인들이 나 뭐 연예인 줄 알고 렌즈 완전 긴 전문가용 카메라 같은 거로 사진 찍어가고.                                                         


 근데 길거리에서 촬영하다가, 잠깐 어떤 상가로 들어가더니 옷으로 가려 줄 테니깐 갈아입으라고 하는 거야. 그땐 진짜 눈물 날 뻔……. 옷 갈아입는데 막 남자들이 쉭쉭 지나가. 거기가 진짜 나쁜 곳이었어. 다른 곳은 아예 자기네 차가 있어서, 거기 안에서 갈아입힐 걸.

 
그리고서는 창피하니깐 옆에 붙지 말래.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왜냐면 여름가을 옷 입히고, 더울, 가죽 자켓에다, 워머 시켜 놓거든…….

 
화장실에서도 갈아입었는데 그것도 진짜 기가 막힌 게, 그냥 커피빈 이런 곳 들어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래. 거기 사람들이 나 다 쳐다보는데.

 
아, 진짜…….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최악이야! 너무 부끄러워.

 
나는 길에서 촬영하는 거 봐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지나가는데, 찍히는 입장이 되면 거의 다 <쟤 뭐야> 이러고 쳐다보니깐 완전 후끈후끈해…….                                                        photo by  Jef Harris
 
글쎄, 해도 해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면 부끄럽더라. 난 그래서 스튜디오 촬영이 제일 좋아. 무엇보다 포토그래퍼가 우리 여야 할 것 같아! 그럼 미친 듯이 활개 칠 텐데!

 나는, 정말…… 포 없는 애였지. 그래서 대충 피팅 한 애들 사진보면서 몇 개 익혀가고 그랬지. 근데 그러고 가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찌나 민망하던지 포즈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 그래서 거의 막 고정자세가 생겨. 그래도 딱히 뭐라고는 안 하더라.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번 촬영을 하는데 화장을 해주는 곳도 있고, 내가 해야 하는 곳도 있어. 촬영하고 밥을 사주긴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은 알바시간에서 제외해. 정말 야박하지!
 
"그게 야박해?"
 아니, 근데, 화장해주는 시간도 제외해. 음……. 난 나름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저년이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싶겠지만.

 아, 런 일도 있었어! 완전 오랜만에 연락이 온 거야. 내가 살쪄서 알바안하고 있었는데 괜찮대. 그냥 한번만 촬영 하쟤. 그래서 거기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그게 원피스였는데…… 옷 뒤쪽이 스타킹 아래로 걸친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나왔는데 거기 포토그래퍼가 ‘야 너 옷 끼었다’ 이러면서 옷을 빼준 거야……………………………………. 엉덩이랑 허벅다리…… 뭐…… 다, 공개한 셈…….

 아, 정말 거의 성희롱 당했어. 그날 촬영 다 끝나고 그 포토그래퍼가 밥 먹자 해서 집 가고 싶은데 그냥 밥을 먹었어. 밥 먹고 집 갈라고 하는데, 뭐 같이 청계천을 가자느니, 인사동을 가자느니. 시발, 걸어서 거기를 다 돌았어! 근데 걷는 도중에 막 은근슬쩍 어깨잡고, 계속 내 사진 찍더니 뭐라는지 알아? 자기가 모델 촬영들 해보면 뭐 별로 안 마른 모델들도 있대. 엉덩이 크고 다리 두껍고. 그래서 내가 ‘아, 죄송합니다’ 했더니 ‘괜찮아’ 이러면서 시발 놈이……, 내 얘기였던 거지! 그러면서 ‘우린 엉덩이도 본 사인데’.
 
 나 집 와서 완전 개분노! 정말, 그날 하루 일기장에 적혀있어, 아주 욕으로 한가득!!
 
피팅 모델을 할 거면, 절대 살찌우지 마! 그리고 포즈 연습도 많이 해 놓는 게 좋고…….

 다른 알바? 언니 대타로 한스델리 설거지 열 시간 한 거랑, 무한도전에서 하하 군입대전에 콘서트 할 때 거기 무슨 카드 섹션 하는 게 있는데 그거 카드 의자에 놓는 거!
 
비교하면 피팅이 황금알바지! 한스델리 설거지만 해도 시급이 얼마였지, 사천원이였나……? 열 시간해서 사 만원 벌었다.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하니 슬슬 알바 해야 하는데. 당최 뭘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은아. 이제 다른 알바 못 할 것 같다!"

 아니, 지금은 너무 살이 쪄서. 내 주제에 뭘 피팅이야……. 살 빠지면 다시 도전 할 생각이긴 하지만.
 
“근데 다른 알바, 할 수 있긴 있겠어?”

…….

“할 있을 것 같아?”
 
아니…… 직히 좀…… .


떨어라, 반응하리라!

2009/11/06 14:43

떨어라, 반응하리라!

경식


 이 세상은 어디를 가나 예쁨 받는(재수 없는)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기는커녕 나만 왠지 ‘개고생’ 하는 것 같이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댈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다. ‘아부 떨기’를 위한 초심자 코너!


[그대가 예쁨 받지 못하는 이유]


 주방 아주머님이 밥시간만 되면 맨 처음으로 부르는 특정 인간이 있을 거다

(비로소 우리는 알 수 있다. 누가 누구를 챙기는지를!). 

아주머님께 고기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 받는 그 인간 옆에서 우리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억울하지 않은가? 일도 그 인간보다 내가 더 열심히, 더 성실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내 자신이 이런 천대받다니!(워워~ 잠시 숨을 고르길 바란다.) 하지만 그대보다 일은 더 못할지라도 그들이 대접받는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사실, 우리의 사장님 혹은 점장님에겐 (남몰래)예쁜이 1호가 있다! 아마 진짜로 예쁘거나(슬픈 사실이지만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혹은 외향적이고 싹싹한 성격 탓일 거다둘 다 아니라면 그냥 ‘둘이 잘 맞는가 보다~’하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대가 예쁨 받지 못하는데 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내향적인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고 많은 친구들이 겪고 있는 ‘어른 공포증’때문일 수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라. 내 자신이 과연 ‘예쁨 받을만한 짓’을 하기는 했는지. 고기반찬 하나 더 먹은 사람은 평소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 이제 좀 답이 좀 나오려나?

<그림은 중국의 시니컬 리얼리즘 작가 유에민준의 작품>


[아부와 아첨, 그 글자 하나의 차이]


 그대는 아부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보통 부정적인 반응일게 틀림없다. 필자의 친구 S양은 ‘가식’, ‘비굴함’, ‘간신배’와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는 ‘아부’에 대한 엄청난 오해이다. 아첨과 아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기분 좋은 아부와 내가 비굴해지는 아첨이 과연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면 이와 같다.


아부 :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 (출처 : daum 사전)

아첨 :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것 (출처 : daum 사전)


비위를 맞춘다는 것은 상대의 기분을 살핀다는 뜻이기도 하다. 솔직히 우리의 ‘싸장님~’들에겐 우리의 실수나 거짓말을 감지하는 어른들만의 센서가 달려있다(티를 내는 사람, 안내는 사람 따로 있긴 하다만). 우리보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넘게 사신 그 ‘분’들이 우리의 어색한 말투와 표정을 보고도 그만한 눈치가 없다는 건 아마 말도 안 되는 일 일거다. 우리도 ‘눈치’라는 게 있으니 알긴 알거다. 아첨하는 것들은 티가 난다는 것을! 사실, 아부라는 게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필자는 안다. 뭔가 말하기도 어색하고 왠지 내가 부끄러워지고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일거다. 하지만 우리는 ‘떨’려는 것은 아첨 아닌 아부다. 그러니 마음 편히 가질지어다. 혹시, 아부 떨고 싶은 생각이 안 난다고? 그럼 그냥 일을 하는 수밖에…….


[당장 실행해! 롸잇 나우~]


1. 우선 기분 좋은 인사부터 시작할 순 없을까?


 알바장소에 도착해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오…….’라고 읊조리는 그대가 보인다. 이보다 사람을 더 기운 빠지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뭐 죄 진 일이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좀 더 자신 있게 굴어라! 어른이라고 굳이 딱딱하게 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가 딱딱하게 대할수록 상대방도 나를 딱딱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점장님의 기분을 ‘업!’시키는지 ‘다운~’시키는지는 첫 인사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밝은 인사로 인한 자신의 이미지 상승은 덤이다.


2. 입 뒀다 뭐해?


 정녕 알바 가서 일만 하고 오는가? ‘그렇다’라고 말 할 것만 같은 그대가 무섭다. 알바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 어찌 일만 한단 말인가! 입을 열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점장님 혹은 같이 일하는 알바생 구분 짓지 말고 말문을 틀지어다. 추천하지 않지만 가장 노력이 적게 들고 위험부담이 높은 방법을 손꼽자면, 바로 같이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는 거다! 뒷담화는 특정대상을 같이 욕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뒤에서 ‘까’대기만 하면 자칫 ‘혹시 쟤가 뒤에서 내 얘기를 하는 거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안겨주므로 적당히 사용하길 바란다.


[적절한 예 : 오늘 날씨 참 좋지 않아요?, 어제 동대문 갔는데 어떤 미친 사람 봤다니까요.]


3. 제발 욕 좀 하지 마이소~


 간혹 가다보면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친구들이 있다. ‘C발’부터 ‘미친X’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는 거울과도 같다. 또한, 그 어떤 어른님들께서 욕쟁이 알바생을 좋아하겠는가. 당연히 욕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기는 하다만(진상 손님과 한판하고 화장실에서 담배 한 개비를 물 때) 굳이 욕을 일상대화의 연장선까지 사용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좋지 못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항상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다만, 솔직히 좀 싸보이잖소!


4. 고수는 칭찬을 들키지 않는다.


 좀 유식한 ‘토킹 어바웃!’을 해볼까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이는 말과 관련된 속담들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칭찬은 분명히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넘치는 것이 부족하니 만 못하다는 뜻)이란 말이 있듯이 입에 침조차 바르지 않고 칭찬만 해대는 건 너무 잘 보이려고 오해 살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다른 알바생들에게 호박씨 까이는 건 둘째 치더라도, 사람이란 게 칭찬을 받으면 기분은 좋지만 은근히 속으로 견제하기 마련이다. 더더군다나 너무 속보이는 칭찬이라면 말이다. 적당히 지나가는 말투로 칭찬을 하여야 하며 얼굴에 ‘나 지금 당신 칭찬하는 중이유~’라고 써 붙이면 안 된다. 특히,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에 격려 혹은 위로를 해드린다면 ‘이 자식 좀 쓸 만한 놈이군.’이란 생각에 점장님이 은근히 기뻐할지도 모른다.


5. 어른들은 대접받길 원한다.


 그거 아는가? 어른들은 속으로 은근히 대접받길 원한다는 사실을. 아직 유교질서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위아래가 미묘하게 구분 지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접이라고 뭐 별거 없다. 무조건 먹을 거 하나라도 있으면 먼저 여쭈어라. ‘아주머니 이것 좀 드실래요?’라는 그대의 말 한마디가 일명 ‘싹싹하다’라는 거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실행하기 어려울지도~]


 위에서 말한 내용들은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것들만 지켜도 최소한 미움 받을 일은 없다고 장담한다. 사실, 아부라는 것이 별거 없으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한동안은 몸에 배지 않아서 좀 소심해지기도 하고 약간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부’가 그대의 것이 된다면, 필자는 그대가 어른은 대할 줄 알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큰 빛을 보리라 기대하는 바이다.


Written By 경식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짜의 상식 - 한나의 첫 알바  (0) 2009/11/27
떨어라, 반응하리라!  (0) 2009/11/06
알바였나?  (0) 2009/11/06
꿈을꾸다 - 밥통  (0) 2009/11/03

알바였나?

2009/11/06 14:41

알바였나?

-고은의 미술 잡일 알바-

고담



 실제로 만난 엄친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고은은 중1때 부업으로 알바를 시작했다. 모르는 아줌마들이 한데 모여 뭘 열심히 하고 있길래 나도 시켜 달라 한마디 했다. 자기소개도 면접도 필요 없었다. 정보지에 고리를 다는 일이었다.


 “정보지?”

 “그거 있잖아, 동네에 먹을거리 써져있는…….”

 고은은 답답해하다 마침 거실 책꽂이에 비집어 나와 있는 정보지를 발견하곤 보여준다.


 “이거!”

 아아, 그거! 살 뺀답시고 입 대신 눈으로 먹을 때 뒤적인다는 우리 동네 냉면부터 피자까지 나와 있는 그 정보지. 나는 정보지 끝에 동그랗게 달린 고리를 처음 본다는 듯 바라보았다. 있는 줄도 몰랐다. 누군가는 이 고리를 달았겠구나.

 또 다른 부업일은 반도체 쪽 단순 작업이었다. 칩에 ‘뭘’ 끼는 거. 얼마 받았는지는 까먹었고 다만 몇 번 일을 하고 난 후 한꺼번에 몰아서 받는다는 것밖에 기억 하지 못했다.


 <필요할 때마다 말하면 준다>던 엄마는 마이쭈 살 돈은 주지 않았다. 그러자 옷이랑 고데기 살 돈도 안 줄 것 같았다고. 또 고은은 만화책을 한꺼번에 빌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 한번에 2만 원가량이 필요했다. 그 밖에도 필통이랑 퍼즐도 사고 싶었다. 그러나 고은은 잊지 않고 일주일에 꼬박꼬박 3천 원씩 예금을 들었다. 빨리 독립하려면 집이 필요하니까. 그동안 고은은 인테리어 면에서 자신의 취향을 한껏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불만이었다고….


 그리하여 고은은 열네 살, 부업으로 시작해 전단지도 돌려보고 아는 분이 하시는 분식집 서빙도 하며 알바를 전전해왔다. 엄마에겐 친구들이랑 논다고 둘러대고서.

 어느 정도 캐릭터 파악이 되자 슬슬 나는 가장 최근의 일감을 물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를 만났으니까.


 “고은이 엄마가 그러는데 고은이 요즘 알바 한다더라.”

 “무슨 알바?”

 “미술 작업 도와주는 거래.”

 “응? 그게 뭐야?”

 

 “하, 하. 별거 아닌데, 하, 하……”

 고은은 특유의 김빠진, 힘없는 할머니 웃음소리로 답했다.

 친구가 다니던 화실 선생님은, 화실일 말고도 여기 저기 작품을 출품하기에 열심이었다. 작품들은 주로 엄청나게 컸다.


 “주제가 거미였어. 선생님 생각에 자기 상상력은 고리타분하고, 뭔가 참신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나봐. 어린 애들의 동심을 빌리기 위해 ‘거미’하면 떠오르는 거를 조사해오게 했어. 대답해주는 사람 수 만큼 종이를 썼어. 한 장당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일주일 했더니 총 2만원이었어. 나, 유치원까지 찾아가면서 했다!


 언제는, 남녀 성기……있지, 남녀 성기. 그거를 표현해야 했나봐. 빨랫줄을 쭉 풀면 꼬불꼬불하고 엄청 기다란 줄이 나와. 뭉텅이 1개에 500원 받았어. 한 뭉텅이를 다 푸는 데는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

 큰 색도화지에 사람 형태로 종이인형처럼 자르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개당 30원이었어.


   <Photo by Infinity Rain>

 겨울 방학에 화실 전시회를 여는데, 어떤 작품에 <거미줄>에 매달린 역할 할 사람이 필요했어. 거미한테 먹힐려고 하는 동물이었어. 분장하고 계속 서 있었어. 하루 종일 서있을 필요도 없고 사람 보일 때만 하면 됐어. 아무도 없으면 앉아서 쉬고. 이틀 해서 10만원 받았어. 오전 여덟시부터 오후 아홉시. 밥? 제공됐어.

 어느 날은 화실 천장이 심심하다고 느꼈나봐. 천장 타일을 떼어서 거기에 그림을 그리게 시켰어. 한 타일 당 천원.

 그랬더니 이번엔 벽이 심심했나봐. 애기 발자국 같은 거 찍어서 붙이는 거였는데 발자국 한 개당 30원 받았어.

 그리고, 미술 화실에 꼬마 애들은 그림 그리기 싫어하잖아. 어느 날은 그냥 내가 놀아줬어. 애들 엄청 많았는데. 칼 싸움 같이 하고, 맞고, 그래서 멍도 들었어. 하루 종일 놀아주고 나니까 고맙다 고 2만원 주셨어.                                                                                                                                                          

 해님과 달님 표현해야 된대서 신문지 길게 세로로 찢어서 꼬았어. 그건 개당 10원씩 받았어.

 시간은 없는데 작품은 내야 됐나봐. 나보고 용 그림을 시켰어. 전체 말고 용 대가리만 4개.  컴퓨터 자료 보고 그대로 그렸어. 작품 출품할 때 내 이름도 넣어주셨어. 어디다 냈는지는 몰라.

 또? 잘 기억이 안 나……. 아, 애들이 화실 전단지 잘 돌렸나 감시도 했지. 한 바퀴 대충 훑어보고 와서 5천원 받았던 것 같아. 근데 남자애들이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렸었어. 선생님께 말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남자애들에게 돈을 주셨어.

 같이 화실 알바 하는 애가 내가 아는 애만 다섯 명이고, 모르는 애들은 한 세 네 명쯤 되는 것 같아. 난 좀 선생님이 좀 불쌍했어. 나만해도 지금까지 50만원은 벌었을 텐데……. 돈? 돈은 당일에 바로바로 받지.”


 알고 보니 고은은 이 알바를 중1때부터 쭉 해오고 있었다. 일감이 생기면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오던지, 고은이 때때로 불쑥 들렀다.

  “주변사람들에 비하면 완전 놀고먹는 거지. 이건 진짜, 수다를 떨면서 해도 되는 거니까. 선생님도 그냥 용돈 주는 셈 치는 것 같아.”

 확실히 그런 지점들이 있었다. 알바라고 해야 하는지, 그냥 기특해서 주는 용돈인지. 경계가 아리송했다. 언뜻 어렸을 때 아버지 머리에 난 새치를 뽑을 때마다 한 가닥에 100원을 받곤 했던 게 떠올랐다. 그것도 알바였나.


 “완성된 작품 보면 기분이 어땠어?”

 “완성 작품은 되게, 좋……, …….”

 예상치 못한, 몹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음……잘 그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그지……정말, 잘 그렸어.”

 질긴 재촉 끝에 고은은 진실을 실토했다.

 “어떤 그림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았어. 도화지에 바나나랑 콘돔을 붙여놨어. 성기 표현했다던 거 있잖아…. 거기다 내가 풀었던 빨랫줄을 뭉실뭉실하게……. 좀, 그랬지.”

 

 갑자기 목소릴 낮추고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고은은 진정 그리 생각하는 눈치였다. 더덕 더덕 콘돔 달린 완성작을 보여주자 할머니 같은 웃음소리를 간신히 몇 번 내고서, ‘아…하…좋네요……’하고 자리를 피했을 고은이 눈앞에 생생했다. 나라면 보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선생님한테 이것저것 물었을 텐데. 생방으로 들을 수 있는 작가의 작품해설 아닌가.


 특히 미술, 작품 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고은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랐을 거다. 짭짤한 용돈 벌이도 하면서, 작품의 시작부터 출품 후까지 모든 과정을 작가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돌아보면 그게 알바였나 싶은 <기회>일 테니까.

http://filltong.net/g0dam

고담의 톡톡으로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떨어라, 반응하리라!  (0) 2009/11/06
알바였나?  (0) 2009/11/06
꿈을꾸다 - 밥통  (0) 2009/11/03
BURGER KING 's Girl & Boy  (4) 2009/10/21

알밥의 추억 1

2009/11/06 14:07

드럼을 위하여


  

“저 여기 혹시 자리가 있습니까?”

“당장은 없는데?”

“아 그럼 자리가 언제쯤 생길까요?”

“내가 자리가 나면 연락을 하도록 하지.”

 

중학교를 다닐 적 열 네 살의 가을인가 그랬을 것이다. 몇 해 전, 아니 꽤 오래 전부터 우리 집은 집만 괜찮고 집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노동 빈곤층이었다. 우리 집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그래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스물 네 시간 정신없이 사업을 하러 돌아다니시는 아빠를 보면 우리 집이 왜 이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집에서 나는 친구들에게 “밴드를 함께 하자.”라는 제안을 받았고 순순히 승낙해버렸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곰곰이 생각해봐도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걸 생각하면 나는 불효자슥에 호로 자슥이다. 흙흙흙 부모님 저엉말 죄송합니다.

 

처음에 학원을 다닐 땐 그냥 부모님이 내주셨다. 점점 송구스러워지는 마음. 그러다가 “어쩌면 학원비를 내가 벌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와우, 좋았어 머핀. 니가 그래도 아주 못 된 놈은 아니구나?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서............ 기는 무슨, 일자리를 찾아 길을 나선 머핀. 열네 살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알바 이야기에는 꼭 필요하므로 하겠다. 나는 일단 보이는 신문사라곤 조선일보가 가장 보기 좋은 곳에 있어서 조선일보를 찾아갔다.(내가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선 다음에 심도 있게 다루겠다.) 우웩. 공식적으로 사과한다.(응?) 어쨌든, 자리가 없었다. 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배달하겠다는 사람도 많다니! 일자리가 없음에 대한 아쉬움의 세포와 ‘아싸 잘 됐다 조선일보 따위’ 세포가 마구 교차로에서 서로 부딪쳐 교통마비를 일으켰다.

 

조선일보에 가서 딱지를 맞고 세포들이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서 수습되는 동안 나는 시장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일자리가 없다니 세상이 삭막하게 보였고 시장은 그것을 상쇄시켜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랄까. 다른 어 일자리는 없을까? 희망의 불빛이 꺼져가던 시점, what the!!!!! 부산 지역신문인 국제신문을 찍어내는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리가 곧 날 거 같은데 연락하겠다.”라는 아저씨의 말씀은 구원의 메시아처럼 내게 다가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더보기

 

'"밥통" Vol.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밥의 추억 1  (0) 2009/11/06
3년째 알바생활 중인 예쁘장한 언니와의 만남  (0) 2009/10/07
난 왜 알바에 관심이?  (0) 2009/08/06
알바와 돈과 19살  (0) 2009/08/06

꿈을꾸다 - 밥통

2009/11/03 10:40

“야!”

“아이고 전화해 달래서 했더니만 깜짝이야.”

“크크 오랜만이다. 어디냐”

“그래 오랜만. 난 집이다.”

“집? 집 어디? 서울?”

“집이 춘천이지. 거긴 집이 아니라 고시원이고. 근데 웬일이냐?”

“아니 그냥, 잘 있나 싶어서....... 학교 방학하고 나서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느라 바빴잖아. 그래서 만나서 밥도 한 번 제대로 못 먹었잖아. 시간 내서 밥이나 먹으려고 그랬지.”

“나 올라가면 먹자.”

“그러자. 언제든 있을 거 아닌가?”

“아니. 나 방학도 했고 알바도 그만둬서 집에 잠시라도 내려와 있기로 했어. 그래서 고시원에 있는 짐 내일 올라가서 정리하려고. 나 내일 짐 정리하고 금요일에 다시 올라 올 거야.”

“왜? 설마 알바 하던 가게에서 한 달 일찍 그만둔다고 월급을 늦게 줘?”

“헐, 너 뭐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듣기는 무슨, 전에 원준이가 중국집에서 서빙을 했었거든. 근데 일하기 싫다고 멋대로 그만두고선 월급을 2주나 늦게 준다면서 막 중국집을 욕하는 거야. 그래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일을 끝마친 날로부터 최대 이주까지 버티다 줘도 된데. 그래도 걔는 꼬박 한 달도 안 채우고 자기 마음대로 그만뒀더라고. 그건 미우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 아무튼 그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서 너도 그만 둔 지 이주쯤 된 거 같아서 혹시나 했다.”

“나도 그거 때문에 다음 주에 다시 올라가야 돼. 귀찮게.”

“그냥 그거면 다행이지. 혹시 너한테 욕하거나 화내진 않던?”

“나 일 그만 두는 거 때문에 좀 싸웠었어. 내가 그만두면 당장 일할 사람이 한 명 밖에 없었거든. 알잖아. 가게 점심시간에 되게 바쁘고 그래서 일손 부족한 거. 되게 황당해하면서 자기네들이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냐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거야........ 욕까진 안 하는데 막 내가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기 직전인데 참는다. 어휴.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 알바비도 원래 계산하기로 했던 시급보다 낮게 계산해서 준데.”

“어?!”

“그쪽에서 기분이 나쁘니까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거 같은데 어휴 난 이제 지쳐서 그냥 그렇게 받는다고 했어. 그것도 통장으로 안 넣어주고 받으러 오라잖아. 그래서 올라가는 거고.”

“야 미친 거 아니야? 너 혹시 3개월 동안 일 한다고 어디 문서에 서약이라도 해놨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도 처음엔 노동부에 다 알아보고 신고도 하겠다고 그랬지. 알아봤더니 원래 일하기 전에 계약서나 일하는 기간 같은 걸 확실히 써둬야 한데. 암튼 뭐 약간 못마땅하긴 하지만 일을 일찍 그만둬서 미안한 것도 좀 있고 내가 애초에 그런 걸 모르고 닥치고 일 시작했으니까 그냥 받을라고........”

“아 씨발. 말이 안 되잖아. 구두로 합의해놓은 사안을 너는 지키는데 왜 그쪽에선 시급을 4500원에서 4000원으로 깎아서 주는 건데? 그건 아니잖아.”

“내가 다른 사람 구해질 때까지 일하고 인수인계 다하고 나가라고 했는데 내가 힘들어서 그냥 두 달 딱 채우면 그만두겠다고 해서 그런 것도 있어...........”

“네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거랑 시급이 줄어드는 거랑은 다른 거잖아! 힘들어서 그만두고 집 내려가는 사람 밉다고 그래도 되냐? 살다 살다 별 미친 경우를 다 보겠네.”

“너 이렇게 화 낼 줄 알았다. 나도 화가 안 나는 건 아니야.”

“아씨, 2달 일하고 그만두면 갑자기 그 일의 가치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 진정해. 네가 정 마음에 안 들면 나랑 같이 가게에 월급 받으러 갈래?”

“그러자 썅.”

“뭐야 바로 승낙하니까 뭔가 웃기잖아. 내가 말 안 했으면 네가 먼저 따라간다고 했을 거 같네.”

“몰라. 그렇게 취급당하는 게 열 받아서 돌아버릴 거 같아. 제대로 안 해주면 깽판이라도 칠거야. 21세기 신세계 마초의 모습을 보여주지.”

“파하하. 너 화 막 내더니 웬 농담을......... 갑자기 웃기지 좀 마. 그럼 내가 연락할게. 잘 자. 안녕.”


다음 날 나는 민주노총에 전화해서 노동 상담을 받았다. 처음엔 인터넷에다가 노동법을 찾아봤는데 노총 상담 전화가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냅다 전화를 걸었다.

“2주 마지막 날까지 지불 유예한 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 임금 체불은 진정서를 낼 수 있어요. 임금 체불 한 것에 대한 증거만 확보 할 수 있으면 소액 재판 청구권 가기 전에 해결할 수도 있고요.”

상담도 받았고 어떤 게 문제인지 알았겠다. 어떤 전략을 짜야할까? 카페에 앉아서 커피만 마시면 그 생각이 났다. 최악의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든 말든 성질이라도 팍 내고 떨 수 있는 지랄은 다 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막막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긴 한데 아직 난 거대한 바위라고 해야 하나. 이 답답함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냅다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고, 갑자기 들어가서 테이블을 엎는다고 해서 재경이가 제 값을 받는 건 아니지 않는가? 기분도 안 좋고. 많은 사람들과 의논해보기로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안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노동부에 신고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에 노동부에 신고하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었다. 하긴 누군가 나한테 물었으면 당장에 그랬을 거 같다. 누가 확신할 수 없는 일에 가게에 가서 깽판 치라고 하겠나?

“노동부에 신고하고 그래도 안 주면 소액 재판 신청하세요. 제가 예전에 과외비를 못 받아서 그 집에 찾아가서 법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소액 재판 문서를 가지고 갔더니 금방 과외비를 주더군요. 사람들이 법 어쩌구 하면 지레 겁을 먹는 게 한국이다 보니........... 나중에 안 되면 깽판 치시고요.” 한국성폭력 상담소에서 주최하는 달빛 시위에서 만난 한 강성의 여자 분은 내게 이렇게 일러주셨다.


중국에 계신 아빠는 “선진국에서는 일단 임금을 체불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면 가게 문 닫는 일까지 생기니까 그런 일이 없지. 그리고 한국사람 같이 어디서든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을 보면 이거 괜히 떼먹었다 된통 당하겠다 싶어 제때 돈을 주거든. 근데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한테 화를 내는 이야기가 다르그든. 자기가 더 성질내고 어디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 에이 시팔 배 째. 이렇게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많단 말이지. 내일 당장 목이 날아가게 생겨도 그러는 경우들도 있고. 한국인의 정서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이건 처음에 찾아갔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상대방이 미쳐 날뛰어도 너나 재경이는 이성적이야 한다고. 알겠나?”라신다.

“아무튼 노총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그러더라.”

“나도 알아보기는 했지. 아 근데 나 잘 모르겠어. 너 진짜 나랑 같이 월급 받으러 갈 거야?”

“왜? 혼자 가게?”

“그냥, 나 얼마 전부터 몇 번 이야기 하다보니까 도저히 대화도 안 되고, 지쳐서.”

“그렇다고 져서야 되겠냐......... 니가 틀린 게 뭐가 있다고, 일찍 그만두는 게 미안해도 그렇지 일 한 만큼 못 받는 게 말이나 되냐?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하는 게 어때서”

“니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는데 그게 안 먹힐 때도 있더라.”

“그럼 가서 다시, 직접 말해주면 되지.”

“알았어. 생각 좀 해보고 아직 시간 있잖아.”

“그래 알았다.”

그러고 나는 재경이와 일주일 동안 통화를 안 했다. 그러나 통화를 하거나 말거나 재경이의 문제는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같이 풀뿌리 학교(대안대학)을 다니자고 서울에 상경했고, 간디학교 동기이기도 했고, 사회 문제에 관심 많고, 유쾌한 친구이기도 했고 아무튼 우리는 공통점이 많은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스무 살에 사회로 나와 처음으로 개인적인 일로 정면충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여기

서 물러났다간 자신이 정당하고 올바르다고 믿는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 내 문제가 아니었지만 남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까이서 목격되는, 나에게도 언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가게를 막 열었을 시점에 가게로 들어갔다. 


더보기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바였나?  (0) 2009/11/06
꿈을꾸다 - 밥통  (0) 2009/11/03
BURGER KING 's Girl & Boy  (4) 2009/10/21
알바, 그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0) 2009/10/21

알바, 그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2009/10/21 14:01

 아르바이트, 사실 이처럼 다루기 난감한 주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왠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시간에 공부나 해!’ 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는가? 한번쯤 알바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을 사든지, 혹은 어떠한 일을 하려고 해도 결국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운 이 또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 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알바를 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지 않는가?

혹시, 돈이 우리를 지배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은 나가고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의 불을 켜고 양치질을 하는 그 순간에도 전기세와 수도세는 꼬박꼬박 나간다. 학교에 가는 버스비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까지 모두 ‘돈, 돈, 돈.’의 연속이다. 심지어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에도 ‘돈’이 든다! 물질만능주의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땅 파면 돈도 안 나올뿐더러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꾸려나가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돈이 징글맞지 않는가? 그 누가 말했다. ‘돈이 웬수.’ 라고.

우선순위가 ‘돈’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사실, 많은 학생들이 돈만 보고서 알바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알바를 돈만 보고 알바를 하게 된다면 결국 ‘돈’을 쫓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극단적인 질문을 하겠다. 알바를 하는 게 돈 때문이라면 그대는 몸을 팔 수 있는가? 당연히 그대의 대답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돈을 벌려고 알바를 하겠지만 돈 때문에 몸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 극단적인 예이지만 바로 자기 자신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우선순위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알바가 단순히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알바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활동이기 때문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알바를 시작한다면 결국 ‘돈’만 버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한번쯤은 들어봐도 좋을 어른들의 충고

어른들은 말한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 라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 그들의 거짓말을 알기에 말이다. 하지만 10대라는 지금 이 시기가 공부를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상태라는 점은 공감한다. 지금처럼 돈을 벌어야 할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시기가 인생에 또 있을 것 같은가? 성인이 되어서 우리는 좋든 싫든 먹고 살기 위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때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을 대략 60년으로 잡을 때 3년은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진로를 공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삶의 방향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경험’은 ‘경험’일뿐

필자의 주위엔 알바에 관해서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은 어때?’, ‘시급 센 곳이 어디야?’가 대표적인 질문인데, 필자는 말한다. 그런 거 고민 할 시간에 ‘닥치고’ 공부하라고. 알바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단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문계 학생이 단순히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학비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용사가 꿈인 친구가 방학 때 미용실 스텝으로 일하는 것은 그 친구의 진로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진로와 접합한 알바를 선택했고 자신의 직업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알바는 ‘경험’이다. 당신이 사회에 나가는 첫 발걸음이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임이 틀림없다. 좀 더 영리하게 굴어라.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마치며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만족스러워 하거나 후회하기도 한다. 필자에겐 가장 길었던 1년 반의 패스트푸드점에서의 경험이 인생의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 상사가 싫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에 절실히 공감하거나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내 자신이 사회에 구성원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필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필자에게는 그 시간이 단지 ‘경험’일 뿐이다. 진로가 요식업계이지도 않을뿐더러 적성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소 사회에 참여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결국 알바를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몫일 것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으며 자신이 선택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알바, 그건 아마도 10대만의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라고.

from 경식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BURGER KING 's Girl & Boy  (4) 2009/10/21
알바, 그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0) 2009/10/21
알바에 대한 생각들  (0) 2009/10/21
고양이다 " 두란의 편의점 알바편 2부"  (0) 2009/10/21

 바쁜 걸음으로 편의점을 지나친다. 투명한 창 너머로 핸드폰 자판에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는 모습이 꼭 적적한 편의점에 손님을 끌어당기는 주술이라도 되는 것 같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그들을 보며, 철학을 공부하게 된다면 편의점 알바를 해야겠다 생각한다. 간단하지-사람들이 알아서 계산대로 가져오면 띡, 띡 바코드 찍어 얼마라고 말해주는 거잖아-, 쾌적하지, 여유 있지! 사색을 위해 존재하는 알바일세.

고양이다

-두란의 편의점 알바편 1/2-

고담

6개월 정도했어. 주말로, 하루에 여덟 시간, 오후 3시부터 11시. 아는 분이 편의점을 하셔서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어.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했고 용돈을 직접 벌어보려고. 시급은 3700원 정도였던 것 같아.

“최저임금이 4천원인데?”

응.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고 괜찮다고 했었지, 뭐……. 광명일대가 전부 그렇다고 했었나? 주변에 알바 해본 사람들한테 듣기도 했고, 점장님도 얘기해주시긴 했어.

그렇지만 똑같은 일을 해도 (최저임금 이하라는 사실을) 알고 했을 때와 모르고 했을 때 차이도 있고, 막상 하면서는 하루에 8시간 꼬박 일하면서 손에 잡는 돈은 많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뭐가?”

내가 벌 돈을 평가하는 게 좀 어려워. 아직 나한테 돈을 번다는 의미가 안 잡혀서 그런 것 같기도 해. 허무함도 있었던 것 같고. 일하는 게 힘들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하루가 그렇게 가버리는 것에 대한 투정이었는지, 아니면 알바하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런 것들이 자꾸 돈 벌기 전 마음에 겹쳐지니까 나중에는 돈도 적은 것 같고, 정말 돈 벌기 힘든 거구나 싶었어.

무엇보다 나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게 제일 힘들었어. 너무 허무해. 하루가, 그냥 그렇게 다 가버리는 거잖아.

그리고 밥 먹는 시간이 따로 없어서 제대로 못 먹는 거!! 자리는 지켜야 하고 배는 고프고, 최대한 빠르고 깔끔하고 간단하게 먹으려면 대충 때울 수밖에 없잖아. 몸이 힘들었어. 끼니를 제대로 된 걸 못 먹으니까 아프고.

“어떻게 밥 먹는 시간이 없어? 알바 전에도 알고 있었어?”

몰랐어……. 다른 덴 있어!? 내 친구들도 저녁시간 따로 없던데?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나밖에 없고, 그니까 알아서 먹어야지 뭐. 그리고 내 돈으로 사먹어야 했어.

사람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진짜 장난 아니지.

밤에는 물론이고 낮술 하는 사람까지 있거든? 원래 편의점은 유흥업소 자격이 없어서 술을 안에서 못 마셔. 그런데도 기필코 마시겠다는 거야. 안 된다고 하면 정말 끈질기셔들. 어떻게든 해서 결국 내보낸다? 그런데 그 분들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엄청 욕을 하든지, 뭐라 하고 나가지. 게다가 내가 여자고 어린걸 아니까 그걸 이용해서 무시도 하고 술을 가져오라는 둥, 따보라는 둥, 아가씨가 얼굴도 예쁜데 이러면 안 되지, 등등등. 이런 말들 자체가 우선은 나를, 여성을 비하하는 게 아닐까? 정말 화나는 행동들을 했다고……! 나 정말 눈물 나는 줄……. 다시 한번 내가 여자였다는 걸 확인했다.

“알 것 같아.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건, 참을 수밖에 없다는 거야.”

어!! 그게 너무 싫다는 거야, 왜 참아야하는지! 참을 수밖에 없긴 했지. 손님이니까. 아니, 근데, 손님이라고 그런 엄청나게 부당한 대우를 내가 받아야하는 건가? 정말 손님이라고 참아야 하는 걸까?

점장님도 충분히 아신다면서, 그냥 무시하거나, 엄청 질긴 사람이면 경찰 부르라고 하셨어.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경찰 연결할 수 있대. 대신 여름이 되면 밖에서는 마실 수 있대. 그중에도 굳이 안에서 마시겠다고 캔을 따버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거 말고도 청소년이 담배를 사려고 하는 문제들도 있지. 정말 많이 와. 사실 나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데에 문제를 느끼지는 않지만 편의점에선 편의점 법을 따라야하니까. 내 친구 중에는 교복 입고 오는 애들도 있었대.

요즘엔 가짜 민증 하나씩 가지고 다니니까, 정말 민증 하고 자기 얼굴하고 엄청 다른데 지라고 우겨대고. 집에 놓고 왔다고, 그런데 집이 엄청 멀다면서. 안된다고, 안된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결국 ‘한번만 주시면 안돼요?’. 하하, 참…… 귀여워.

“줬어?”

아니, 안 줬지! 완전 법 준수해야 하거든. 걸리면 정말 장난 아닌 것 같더라. 한 번 나 없을 때 일도 있었던 것 같고……. 그래도 내가 속았으면 주긴 줬겠지.

싸가지 없는 중, 고딩도 있고. 있잖아, 전형적인 애들. 무조건 그냥 씹거나 째려본다거나 짜증나는 말투라거나. 사실 이것도 나한테 그런 애들은 거의 없어. 내가 워낙 얼굴이 이십대st?잖아. 그리고 화장 찐하게 했었거든.

“약간 까칠한 언니 포스를 뿜어내면 편하겠구나!”

크크, 최대한 걔네보다 늙어 보여야 해.

아, 도난 사건도 있었어. 다른 시간대에. 보통 만지작거리다가 안 보는 틈타서 가져가거나, 주로 사람 엄청 많고 바쁠 때 와서는 정말 계산적으로 가져가거나. CCTV에 찍히면 웬만하면 잡히는 것 같아. 점장님이 그거 캡처해서 프린트 해놓으셔, 알바생 교육용으로.

알바생은 그럴 때 얼른 안에서 잡아야 돼.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면 큰일 나지! 도난사건 때문에 돈이 비면 그만큼이 알바비에서 깎이는데……!!

두란의 목소리가 커져 갈수록, 내 머릿속 편의점 알바생들의 잔상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일 없이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