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진 친구의 스무 살

2010/02/01 06:43

저번 회에서 나는 친구가 바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무릅쓰고 일하는 걸 보고 화를 냈었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뜻밖에도 “사장님이 나를 나쁘게 대한 건 맞지만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어서 그랬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서 가게에 한 번씩 찾아 가서 인사도 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의 삶이라는 건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게 전부는 아니 것이며 어느 순간엔 좋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 친구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 녀석과 이야기를 했다.

 

by titicat

 

“씨X 놈의 샤브샤브 집......... 내 스무 살 여름은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졌어.”

“왜? ;; 일하는 곳이 어땠기에?”

 

집에 내려온 이후로 나는 사실상 직장을 잃은 상태였다. 밥통이 내 유일한 ‘밥줄’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상대를 끊임없이 구해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 친구나 붙잡고 물어도 일을 안 해본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대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해야 했기에 심도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했다.

 

친구 녀석이 일했던 때는 여름이었고 대학교 방학 시즌이었다. 빌어먹을 놈의 태양이 내 피부를 병들게 만들어 세브란스 병원에 2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은 시즌이기도 했고,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기념비 적인 수치를 찍었을 때였다. 날씨가 이 모양인데도 방학 때 돈을 벌겠다고 식당에 일하러 갔던 친구. 사실 녀석은 이때가 처음 알바가 아니었다. 이미 고등학교 때 호텔, sea food 레스토랑, 미술학원에서 일을 했었고 지금도 가끔씩 미술 학원에서 일을 하고 있단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샤브샤브 집에서도 잠깐.

 

 

욕부터 하고 시작된 대화는 곧바로 “사장님........”으로 시작하더니 “아니다. 이젠 사장도 아니지.”로 이어졌다. 친구 말에 따르면 사장님(이하 사장)은 하루도 안 빼놓고 자기를 더러 멍청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일하면서 겪었던 가장 황당한 스토리를 이야기 해줬다.

 

“복날인데 난 혼자였어. 돈 아끼려고 알바를 나만 쓴 거야. 서빙은 나 혼자하고 하필이면 그날 같이 하는 아줌마는 휴일이었거든. 사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있더라고. 나는 씨X 대학에 와서 공부를 했는데 이건 지금 뭐하는 건가 싶더라고. 화장실 가서 펑펑 우는데 어떤 언니가 따라 들어오는 거야. 나보고 조선족이냐고 묻더라. 저 사장 엄마냐고 얼마 받고 일하냐고 자기가 봐도 사장이 심해서 나갈 때 한소리 한다고 날 안아줌...........”

 

이건 일터의 모습이라기 보담도 무슨 시트콤에 나올 법한 혹은 블랙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과 더 비슷해 보였다. 사실 대화중에 친구도 웃었고 나도 보면서 채팅창에 뭔가를 입력하지 않고 웃었지만 그냥 웃는 거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였다. 지나간 악몽을 나쁘게 추억하지 않기 위함이랄까.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말이 안 되니 믿기지도 않고 그런데 진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실소가 터져 나왔다.

   

“복날인데 너 혼자 일을 시켰다고 ? 얼마나 넓은 식당이었는데 ? ;;”

 

“테이블이 22개 정도 되는 식당이었지. 그것도 씨,....... 오이지에는 국물 부어야 되고, 김치는 썰어 나가야 되고, 망할 샐러드는 춘권 잘라서 소스 뿌려 나가야 되는데 스페셜이면 과일까지 얹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빡친다.”

 

“평소에도 그래?”

 

“평소에 잘해줬으면 내가 울었겠냐? 매일 나한테 멍청하다고 소리 지르고 나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사장보다 내가 배워도 더 배웠는데 썅.”

 

“일하면서 그렇게 돌아버릴 거 같은 순간이 많은데도 참기만 했어?”

 

“야! 내가 고용자냐? 난 그러다 잘렸지. 왜 잘렸게? 이거 쓰면 너 다음 글 분량 채우고도 남겠다. 아주 어이없게 잘렸는데.........”

 

“이야기 좀 해줘봐.”

 

“같이 일하던 서빙 하던 아주머니의 어머니가 상을 당하셔서 휴가를 가신 거야. 난 그 전날까지 초과근무를 했지. 근데 다음 날 가게 갔더니 날 잘랐어.” (녀석은 이 말을 마치고서 채팅창에 연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을 연발했다.

 

“장사를 못하니까. (이러고 또 큭큭 거리며 웃더니) 씨뱅.. 그때는 짜증났는데 지금은 뭐 잘 됐다 싶어.”

 

“장사를 못해서 널 잘랐다고?”

 

“장사 못하지. 사장이 뭘 할 줄 알어? 사장이랑 나랑 둘 만 있는데 나는 서빙만 할 줄 알고 ㅋㅋㅋㅋㅋㅋ”

 

“결국 자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려다가 닫아야 했던 거네.”

 

“사장 욕하려면 하루 이틀 가지곤 안 되는데.......... 직원들 밥 먹을 때 자기는 돌솥 밥 먹고, 우리는 씨.......... 식당 밥 먹고, 사장 있으면 우리 계란 프라이에 김치에 밥 먹었어. 없으면 주방아줌마가 해물 볶아줌.” 녀석은 해물을 볶는 게 매우 통쾌한 복수라는 듯 ㅋㅋㅋ를 연발했다.

 

“ㅋㅋㅋㅋㅋㅋ 왜 그렇게 삼엄해.”라며 왜 일하고 나서 밥 먹는데 눈치를 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니가 알바 해 봐. 시키야.”라는 말로 일축해버렸다. 점심때마다 전국에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식당을 모두 돌아보며 식사 상태를 확인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봤던 곳은 같이 일하고 식당에서 크게 요리 하나를 하고 반찬들과 함께 먹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친구 말로는 그건 본사에서 월급을 주는 곳이거나 좋은 곳들이나 그런 거란다.

 

친구는 술집에서 일했던 친구와 다르게 아직도 눈썹 문신한 아줌마가 싫다고 한다. 식당 사장이 눈썹에 문신을 해서란다. 퇴근 시간이 되도 가란 이야기도 안 했단다. 돈도 달라고 해야 주는 그곳이 너무 싫다고. 무엇보다 괴로웠던 건 식당 사장의 언어폭력이었단다.

 

“언어폭력이 제일 짜증났지. 자꾸 씨 나보고 멍청하다고 손님들 앞에서 소리소리 질러댔거든. 나 안 멍청해 썅! 나 주6일 근무였는데 욕 안 먹은 날이 손에 꼽아. 씨.. 근데 내가 일을 또 못했냐면 그런 것도 아니야. 다른 아줌마들은 다 우리엄마 부럽 댔다고. 이런 성실한 딸 둬서.......... 근데 썅. 사장만.........”

 

“사장한테 찍힌 거 아니야? 뭐 하나 잘못 걸려가지고........”

 

“아니야 사장 원래 그랬데. 처음 일할 때 아줌마들이 사장 욕 한바가지 했었어. 사장 원래 저러니까 상처받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장이 없다고 하면 일할 때 힘들었던 건 없어?”

 

“주문 밀리는 거랑 사장 데려오라는 게 제일 힘들었지. 애들 데려와서 방임하는 것도 힘들어. 커피 셀픈데 왜 안 주냐고 따지는 사람, 금연이라서 금연이라고 말하면 저년이 싸가지가 없다. 뭐 이런 것들?”

 

“근데 이런 것들은 사장에 비하면 밥이라 이거지? 너 하루에 얼마 받고 몇 시간 일했어?”

 

“하루에 네 시간씩 시간당 4500원씩 받았어. 일하는 동안 상냥하게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웃음) 손님은 한번 보고 말거고 성격은 랜덤이거든. 그 화장실 따라 들어온 언니처럼 착한 손님도 많아. 사장은 그냥 말하는 습관이 퉁박 주는 사람 있잖아. 그랬어. 예컨대 뭐......... 내가 사장님 마감인데 손님 오셨는데 어떡할까요? 너는 생각이 없니? 이런 거?”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랬어?”

 

“응. 근데 나한테 제일 심했지. 주방아줌마 홀 아줌마는 자기랑 동년배니까.”

 

“그렇구나. ;; 그럼 좋았던 점은 없었어?”

 

“응 홀 아줌마랑 주방아줌마는 나 예뻐 하셨어. 홀 아줌마는 나한테 학교 물어보더니 자기 아들 좀 봐달라고....... 근데 우연히 그 아들이랑 나랑 같은 고교 선후배인거야. 아줌마들이 매일 나 먹을 거 챙겨주고 그랬어. 유독 사장만 성격이 거지같아서..........”

 

“그래도 그런 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 왜 유독 사장만 너한테 못되게 굴었을까? 돈은 제대로 받았어? 왜 근데 돈 받는 걸 네가 달라고 해야 주는 건데?”

 

“돈은 제대로 받았지. 내가 돈 못 받고 사는 성격은 아니야.........”

 

“너도 혹시 일 끝났는데도 가라고 안 하면 못 가고 있고 그랬어? 전에 다른 친구가 그런 거 보고 말이 되나 싶었는데 ......”

 

“말 되지. 못 갔는데.”

 

“왜? 그럼 너도 뒤에 청소하고 온갖 잡일 다 시키고 30분 넘게 있다가 가라고 해야 갈 수 있는 거야?”

 

“마감 조잖아. 30분까지 있지는 않았고 한 십 여분 눈치 봐야 됐어. 여기서 한 달 일하고 나서 얼마 안 되고 잘렸어. 그렇게 오래 있지도 않았지 뭐.

여기랑 다르게 미술학원에서 일할 때는 되게 좋았어. 시간 당 거의 만원씩 받으면서 서류 전달이나 처리 같은 거 하고 시험 감독 같은 거 하면 일당으로 5만원씩 받은 적도 있었거든. 밥도 사주시고......... 가끔씩 찾아가면 일 주시기도 하고 밥도 사주시고 그래.”

 

샤브샤브 집 사장도 원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까?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0) 2010/02/12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진 친구의 스무 살  (0) 2010/02/01
JUST LET ME TALK  (0) 2010/01/27
저 가출 고1때 했습니다  (1) 2010/01/14

JUST LET ME TALK

2010/01/27 22:43

-광혁의 토킹바 알바-

고담



우선. 여기 호빠 아니에요.

 호빠? 호스트 바. 거긴 여자(손님)들이 남자(직원)를 초이스해. 여자들이 옷 벗어라 하면 걍 말 듣고 해야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지.

 토킹바는 그냥 일반 술집에 남자 스탭들만 더해진 거라고 보면 되는데 유흥업소 같은 거는 아니야. 그냥 같이 술 마셔주면서 재밌는 얘기 해주고 게임도 같이 해주는, 그런 바야. 뭐,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 같은 거 있잖아? 근데 조금 스킨쉽도 있긴 있어. 막 놀다보면 접촉도 하고 그러는데 완전 유흥업소 같은 거는 아니야! 어깨동무나 팔짱 정도…. 그런데 하기 싫으면 거부 할 수도 있어. 퇴폐업소 같은 게 아니라면.
 그런데 그렇게 지내다가 서로 눈 맞으면 진짜 연인으로 발전 할 수도 있어. 근데 난 그런 적 없어. 그러면 솔직히 일을 할 수가 없어! 손님들이 많아야지 너의 돈이 많아지는 거야. 
  음…? 알바비 받는 방식이 다른가봐?
 응. 그게 우선 기본월급이 얼마로 딱 정해져 있구 거기에 플러스 알파인데, 그 알파가 자기 고객들이 와서 술을 얼마나 먹는지, 고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에 따라 달라. 많이 와서 많이 먹고 가면 그만큼 나도 돈이 많이 들어오는 거야. 점장이 그걸 다 기록해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남자가 여자 시중드는 거랑 비슷해.


너는 펫?

 한 팀당 손님은 세넷 정도고 스탭은 한명씩 투입돼. 우선 그 테이블 들어가기 전에 옆에 서서 자기소개 후 착석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한 다음 실례지만 한잔 받아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한 다음 손님이 주는 술 받고 얘기를 시작해. 처음에는 보통 날씨가 춥네욤 이런 내용들로 대화하고 할 말이 떨어진다 그러면 못 생겼어도 누님 귀여우시네요, 아름다우세요 막 이런 걸로 기분 좋게도 해줘야 돼. 치욕이지. 흠연예인 누가 결혼 했다면서요?! 이런 얘기도 하고. 뭐 꼭 이슈 얘길 안 해도 돼. 자기가 재밌는 얘기를 구해 와서 해줘도 돼. 머리 아플 정도로 준비를 해야지…. 자신만의 개인기도 필요하고 유머랑 재치두 필요하고.

 난 딱히 준비한건 없었구 걍 들어가서 예쁘다 이쁘다 해주니까 좋아갖고 지들이 막 나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고 그랬어. 내가 거기 가게에서 제일 막내였거든?! 몇살이냐 애인있냐 물어보고 핸드폰 번호도 물어보고 지들 얘기 하구 그래. 난 그냥 받아쳐주면서 노는 거지. 얘기 들어주면서 간간히 치고빠지고 했어. 센스가 많이 중시되는 일이지.

 번호 알려주면 연락을 해. 그래야 내 손님이 되는 거고 가게에 와도 날 찾아서 얘기도 하고 술도 먹고 그러지. 아까 말했지. 내 손님이 많이 올수록 나도 더 많이 받는다고. 이걸 손님관리라고 해. 손님들이랑 연락하면서 내가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남자친구보다 더 세심하게 대해줘야 돼. 그래야 그 손님이 아 쟤 맘에 든다 하고 다시 와서 나를 찾고 그러니까.
  듣고 보니 남자친구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응. 사실은 내가 갖고 노는 거지, 갖고 놀 수 있어야 펫을 하는 거지.



잘생겼다는 소리 좀 들어요

 나도 토킹바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어. 알바 사이트에서 첨 알게 됐어. 시급이 8천원이라니까 솔깃했지.
 이런 알바는 면접 볼 때 우선 젤 중요한 게 외모야. 아무래도 직업상 여자들이랑 대면해야 되는 거니까 잘생기고 키 크고 이런 걸 일순위로 보지. 그런 내용이 다 구직란에 언급되어있고, 자격 미달이라 생각하면 알아서 연락 주지 말라고도 다 써 있어….
  그럼에도 찾아간 넌, 참 자신있나 보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디 가서 꿀린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 이것 쑥스럽구만.

  근데 우리 아직 미성년자 아니야? 거기 민증 검사 안 해?
 솔직히 법적으로 보면 술집 가서 술 먹는 거는 상관없는데 일은 안 돼. 법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대. 유흥업소는 생일이 지나야된대. 술집은 다 유흥업소로 분류되어 있어.
  부모님껜 뭐라고 했어?
 내 성격상 거짓말 해봤자 금방 티 날 것 같아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어. 엄청 혼났어. 그땐 정말 인연 끊을지도 몰랐어. 만약 술집에서 그냥 서빙만 하는 일이었다면 별말 안 하셨을 텐데 여자들 비위 맞춰주면서 밤에 일하는 거니까 안 좋게 봤나 봐. 근데 내가 한번은 꼭 해보고 싶다 해서 반대 끝에 허락하셨어.



하루에 양주 두병

 일 시작하고 맨 처음 4일 정도는 수습기간이라고 가게 돌아가는 사정을 알아봐야 돼. 그리고 서빙을 배운 다음에 테이블로 들어가서 노는 거야.

 술 먹기 시작해서 한 일주일 정도하고 관뒀어. 그런데도 몸이 무척 힘들었어. 하루에 양주 2병은 먹었으니까. 밤에 잠도 못자고 술 먹으면 몸 거지 돼. 주 6일, 저녁 7시에 나가서 아침 8시에 영업종료. 진심 미치는 줄 알았어.
  근데 알바 일주일 하고 관두면 안되지 않아?
 응. 그래서 월급 못 받았어^^. 그런 일은 3개월 이상 해야지 월급을 재대로 준대….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지. 내 몸 상하면서 그따구로 벌긴 싫더라구. 못 받은 돈 글쎄 한 30만 원가량 되겠지.
  일 시작할 때 그쪽에서 미리 말 안해줬어?
 그런 거 먼저 말 안 해. 그런 거 말하면 지네 손해니까. 신고해도 되는데…걍…에휴…그냥 놔두는 거지 뭐.
  연락 주고 받던 손님들과는?
 일 관뒀으니까 이제 연락하지 말자고 하지. 그리고 일 나올 때는 자기 고객을 다른 알바생한테 넘겨야 돼. 그게 규칙이야.



그거를 모르겠어

  다른 알바는 해본 적 있어?
 응. 고2때 고깃집 알바 한 달 정도 해봤어. 우선 그건 몸 상할 일 없었고, 잠도 많이 잘 수 있었고 밥도 줬고……. 하는 일은 당연히 토킹바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솔직히 토킹바에서 하는 일은 그냥 술 먹으면서 여자들이랑 놀아주는 것 뿐이야. 시급도 쎈 편이라 단기알바로는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자기 성격과 체질이 맞지 않으면 많이 힘들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왠지 이건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직업인 것 같아.

  왜?

  그걸 잘 모르겠어. 뿌듯한 기분이 안 들어. 
되게 엄청나게 힘들었고 엄청나게 열심히 했는데 말이지.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브샤브 국물로 얼룩진 친구의 스무 살  (0) 2010/02/01
JUST LET ME TALK  (0) 2010/01/27
저 가출 고1때 했습니다  (1) 2010/01/14
1인칭 관찰자 시점 알바 이야기  (0) 2010/01/12

드라마다 -건중의 가마니 알바편

2009/12/14 11:49

 “일단 내가 가게에서 대기를 타고 있으면 정해진 시간에 가게 앞으로 트럭이 와. 무지무지 큰 트럭이. 거기엔 가마니가 무지무지 쌓여있지. 소금가마니 트럭 다르고, 쌀가마니 트럭이 달라. 무튼 나르는 건 다 똑같아.”


드라마다

-건중의 가마니 알바편-


고담


 일명 '구루마'라는, 바퀴 두개 달려서 손으로 끄는 게 있어. 그걸 트럭 앞으로 가져가서 가마니를 여러 개 싣고, 가게 안 창고로 끌고 들어가서 차곡차곡 쌓아 놓는 거야. 그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단순노동이야.


 토요일, 일요일 새벽에 나갔어. 새벽 3시부터 7시였나, 4시부터 8시였나? 시급은 7천원이었던 것 같아. 엄청 셌지. 작년 겨울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장기간으로 한건 아니었어. 총 서너 번 정도 밖에 안했어, 기간으로 치면 2주 정도. 방학은 확실히 아니었는데 그 일을 하고나서 학교에 갔던 기억은 없어. 그래서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지.


Photo by lafrancevi

 친구가 '우리아빠 가게에서 잠깐 알바 할래? 오래하는 건 아니고 몇 번만 할 거다'라길래 바로 따라갔었어. 당연히 무슨 일 하는지는 대충 듣고 간 거지, 새우 잡으러 가쟀으면 안 갔지.



 알바 전에는 그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 생각은 못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토 나올 줄은 몰랐어. 가마니 일을 하고나면 집에 와서 아침부터 낮까지 잤어. 물론 그 전날에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일찍 잤고.


 가마니 당 10, 20kg이었던 걸로 기억해. 30kg도 있었나? 친구랑 둘이서 그걸 다 날랐어. 그 친구도 자기 아빠네 가게지만 나랑 똑같이 돈 받으면서 일했어.


 하루에 트럭이 한 대씩 왔어. 한대에 가마니가 몇 개였냐면, 으음. 100개는 족히 넘었었는데…… 감이 안 온다. 어쨌든 100에서 200개 사이였을 거야. 신기하더라, 그 많은 게 일주일 새 어디로 다 날아갔는지.


 한창 일하고 있으면 장갑에 소금이 잔뜩 껴서 막 까끌까끌해, 손목 위에도 막 까지고. 소금이 까칠까칠하니까 살이 까지거든. 장갑 벗어보면 손이 완전 소금 먹어 가지고……. 가마니라는 게 촘촘한 것 같아도 소금이 조금씩 삐져나오거든. 딱히 아픈 건 아니었지만 불쾌했어. 소금 찌린내도 나고. 중간에 아주 잠깐 쉬는 시간이 있어서 포카리 스웨트를 맛나게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봤자 뭐, 15분 정도.


 파스? 붙였었지, 첫날 일하고 나서부터 바로. 엄마가 이럴 거면 하지 말라고 한 것도. 그래도 뭐, 몇 번 안 하는 거니까 걍 하겠다고 했지. 허리랑 어깨에 알이 많이 배겼어. 아, 발가락도 아팠어. 구루마에 가마니들을 쌓아서 끌고 가다가, 턱! 하고 걸리면 거기에 발가락 찧곤 했거든.


 "구루마 바퀴 밑으로, 발가락을?"


  바퀴 밑? 야, 그러면 죽었지.

 뭐, 그렇게 알 배겨도 보통 사나흘이면 다 풀려. 당연히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지. 운동 무리해도 알은 다 배기니깐……. 아, 엉덩이에 알배기면  걸을 때 무지 불편하긴 해도…….

 "……."

 

팔이랑 어깨에 알배기면  기지개를 못 켜도……. 배에 알배기면  웃을 때 많이 못 웃어도…….  지장이 있네.


 “하는 일 생각해보니까 시급이 센 건지 잘 모르겠다.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야, 대박이지! 시급 7천원이면 나 그런 노동 몸 생각안하고 할 거야. 고깃집에서 엄청 숙달된 이모들도 시급이 5500원이야. 그 이모들은 알바도 아니고 거의 직원급인데.


 사실 같은 돈 주고도 인력시장가서 아저씨들 쓰는 게 낫지. 그냥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들과 아들친구에게 용돈이나 주되, 아이들에게 뭔가, 교훈? 가르침? 그런 것도 가르칠 겸, 그런 느낌이었어. 아저씨가 그런 류의 말씀을 해주셨거든.

 “아, 이런 말? 얘들아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 아니니 공부를 열심히 하라?”


 아니, 아니. 공부 얘기는 아니었어, 확실히.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이야기였어.


 ‘나도 그렇고 너희 아버지도 그렇고, 평생 이렇게 고생하시는 거다.’


  마지막 날인가? 언제인진 기억 안 나고, 일 끝나면 항상 집 근처까지 태워다 주셨거든. 그때 차 안에서 들은 얘기야.



 “처음으로 돈 벌어보니까 어땠어?”

 ‘우왕!’ 딱 이거. 엄청, 무지 무지, 뿌듯했어. 이 돈으로 뭐하지? 보단 아, 내가 벌었다! 신기함. 그리고 내가 원래 돈을 헤프게 쓰는 편이 아니긴 한데, 용돈 받아서 쓰는 거랑은 느낌이 완전 달라. 진짜 못쓰겠어.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 돈을 내가 얼마나 힘들게 벌었냐는 느낌……. 돈이야 원래 쓰라고 버는 거지만, 그래도, 조금 더 찾아보면 더 괜찮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것 때문에.


 생일날 축하해준 친구들 밥 사주고, 가족끼리 밥도 먹고. 비싼 건 아니고 보리밥집 가서. 그러고 남은 건 그냥저냥 남들 돈 쓰듯, 기억에 남지 않지. 군것질도 했겠고 사고 싶은 것도 샀겠고, 그랬겠지. '뭘 하겠다, 뭘 하겠다' 마음먹고 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돈을 안 쓰고 갖고 있는 것도 가치 없는 일이고.


 “그래서, 그렇게 쓴 건 흡족해?”

  응. 함께 먹는다는 게, 정말 행복한 거야. 게다가 맛있었다니까? 그리고 먹을 때는 먹는 것만 하는 게 아니잖아. 이야기가 있잖아.


 “부모님은 뭐라셨어? 몸 상하는 일해서 많이 속상하셨을 텐데.”

 뿌듯해 하셨어. 밖에 나가서 자랑도 하시고. 친구 분들이랑 전화통화 하실 때도 '우리아들은 지가 돈 벌겠다고 알바도 한다. 새벽에 들어온다.' 이런 얘기들을 수없이 하시지.


 “청소년이 알바 하는거, 달가워하지 않으시는 어른들이 많던데.”

 알바를 뭐 24시간 하는 것도 아니고, 짬짬이 남는 시간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알아야해, 돈의 소중함을. 진짜 엄마아빠가 돈 버시는 게 힘들구나 하는 것도 느껴야 돼.


 그리고 사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 사회에서는 나의 행동이 잘못되면 용서가 안 돼. 학교나 가정이 아니야. 진짜 생판 남들끼리 부딪히거든. 그걸 배워야지, 눈칫밥 먹는 것도. 여러 사람들도 겪어봐야하고.


 “근데 단순노동 말야, 막 시간 버리는 느낌 들고, 점점 머리가 비어가는 기분이지 않아?”


 머리에 뭘 남기고 싶으면 알바가 아니라 책을 읽고 여행을 가야지. 아, 물론 책사고 여행을 가려고 알바를 하는 거라면, 뭐 그렇지만, 머리 채우려고 알바를 하는 사람은 없지. 돈을 버는 거지. 결국 그거잖아. 그리고 난 머리가 비워진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일할 때는 많은 생각 안 하는 게 좋아. 일에 집중해야지. 그리고 남의 돈 빼먹는 거 쉬운 일 아니니까 꾀부릴 생각 말고, 열심히…….



 " 구루마에 가마니를 놓을 때 말이야,


 한꺼번에 많이 옮기려고 욕심 내면 안돼.


 손잡이 밑 부분 라인까지만 쌓아서 천천히 움직여야 다치지 않고

   오히려  그게 더 일이 빨리 끝나.

마음을 조급히 먹다보면 다치기도 하고,

 시간도 늦춰지거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회식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2009/12/07 00:28

 2009년이 끝나간다. 달력이 아닌 핸드폰 액정을 보면서 필자는 일 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며 너스레를 떨 일이 많아진다. 신문과 뉴스엔 연말연시 술자리와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고 아버님이 술에 취해 귀가하시는 날이 많아지신다. 역시 ‘술’을 빼놓고 연말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술과 만나다


 술을 처음 마셔본 적이 언제인가? 필자는 유치원 때 컵에 담겨 있는 보리차인줄 알고 마셨던 맥주가 떠오른다. 이처럼 누구나 술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뒷동산에 올라 초록색 유리병에 든 액체를 마시며 밤하늘이 아름답다고 헛소리를 지껄이거나, 과음해서 웩웩거리며 먹었던 것들을 재확인했던 일들 말이다. 그러고 보면 다들 술에 대한 안 좋은 기억꺼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회식, 그 나름의 성인식


  2년 전 이맘때쯤의 일이다. 필자에게 알바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회식자리가 생긴 것이었다. 당연히 생애 첫 회식을 맞이하면서 뭘 입고 가야 하나, 술을 마시겠지 싶은 기대감으로 회식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고 마침내 회식 날이 되었다. 매장이 10시에 마감이니 본격적인 회식이 시작된 건 자정이 조금 지날 무렵, 2층짜리 패스트푸드 매장이니 회식자리는 당연히 바깥에서 안 보이는 2층에서 열리게 되었고(별거 아닌 일에도 고객들은 홈페이지에 불만사항을 접수하기 마련이다…….) 1층은 회식준비로 분주했다. 우선 마트에서 사온 각종 튀김들을(치즈스틱과, 오징어 튀김 그리고 만두 등) 감자튀김을 튀기는 후라이어에 튀기고(이날은 점장님도 눈감아주시는 날이기도 하다.) 시킨 치킨과 족발이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회식준비가 끝났다.


photo by JoonYoung.Kim


 우선 점장님의 말씀부터 돌아가며 자기소개. 그리고 이제 점장님께서 하사해주시는? 술잔을 받고서 회식자리가 슬슬 뜨거워질 무렵, 점장님은 집으로의 귀가를 선언하시고 이제 눈치 볼 사람 없는 매니저님과 우리는 양주를 사와 마셨고 필자의 필름은 여기서 끊겼다. 다음날 필자에 다리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고 한동안 다들 필자를 보며 큭큭 거렸다는 후문이…….


사실 ‘술’이란 거 중요하긴 하죠!


 남자는 술과 담배로 친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술과 담배를 즐기는 남성이 많고 남자들끼리 모이면 술 한 잔 걸치기 마련이다. 결국, 남자라는 존재는 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딱히 필자가 ‘술 권하는 사회에 고함’을 치고 싶은 건 아니다. 단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청소년인 우리의 경우, 술 맛?들일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의 알코올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습관화된 음주의 경우 월급의 대부분이 술값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필자는 양주에 돈을 쓰고 난 뒤, 통장 잔고를 보며 절망했다…….)


이왕 마시는 거 엣지있게 술을 마실 것!


  주도(酒道)라는 게 있다. 기본적으로는 연장자가 주는 술을 두 손으로 받고 연장자의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마시는 것이지만 술을 마시는 것만이 주도는 아니다. 술을 거절하는 것도 주도다. 본인이 취해서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을 때 “죄송해요. 더 이상 못 마실 것 같아요.” 라며 말하고 술잔을 내려놓는 것만큼 깔끔한 마무리가 있을까? 기억하라. 오기부리지 말고 술잔을 내려놓는 것도 예의임을.


권하는 술, 피하는 방법


 술 권하는 우리의 회식자리. 사실 “전 술 못 마셔요. 호호”라며 빠지기엔 분위기가 너무 뜨겁다. 그럼 술을 (최대한으로)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주고자 한다.


0. 짠~! 하고 입술만 대는 건 당연한 거다!


1. 사전에 미리 말하는 놓는 게 어떨까? 회식 전부터 공공연하게 술을 못 마신다며 광고한 그대에게 선뜻 술을 내밀 사람은 없을 것이다.


2. 점장님과 같이 높은 어른이 주시는 술은 받는 게 예의다. 하지만 받으라고 꼭 마시라는 건 아니다. 단지 두 손으로 잔을 받는 것만으로 그대는 충분히 예의 차린 거다.


3. 소주대신 물을 마시는 건 고전중의 고전이지만 술잔대신 음료수를 자주 마신다면 다들 술을 안 마셨다는 건 모를 거다.(왜냐면 다들 취해서~흐흐)


4. 혹시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충분히 마셨다면서 토할 것 같다고 말하라. 남의 속사정을 어지간히 보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권하지도 않을 거다.


건전한 송년회는 솔직히 개뿔이고 속 풀이나 하이소!


 뉴스나 신문에서 나오는 것처럼 

송년회를 공연을 보러가거나 봉사활동을 가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을 거다(그건 지극히 일부의 기업들). 하지만 일 년에 단 한번인 송년회 겸 회식은 팀원들 사이의 관계를 다지는데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켜켜이 묵혀둔 속상한 얘기들은 조심스레 꺼내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물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물론 회식자리에 ‘술’이 빠지지 않는다는 게 좀 미심쩍긴 하다. 


더군다나 우리는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술 권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속으로 조금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그대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뜻이니 너무 속으로 비꼬아서 볼 것도 아니다. 물론 알바 하는 곳마다 술을 안주는 야속한? 어른들도 있다만 까짓것  술 안 먹지 뭐~ 이런 담담한 마음으로 음료수를 까라! 절대로 일어날 일 없는 일이지만 연말 회식자리에 술이 없다면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려나 싶다.                                                                   photo by kiyong2


From 경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2009/11/27 23:30

 "시간당 이라 하면 다른 가게들이 다욕해. 미친이라고."

 영은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몰랐다.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흠……. 한 시간에 몇 천원이라 하는 그런 괴담을 굳이 알려들고 싶지 않을 밖에.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고담

처음에 했던 곳은 시급이 원이었고 두 번째는 만원, 세 번째는 나중에 만원으로 올려줬어.


 
루에 제일 받았던 적? 시급 이만원일 때 일곱 시간 찍어서 . 날마다 바로바로 받았어. 혹은 다음날 통장으로 넣어주거나.

 평균이란 게 매해. 어떤 곳은 만원 주는 곳도 있고. 근데 피팅이 만원 받으면 정말 안 하는 게 나은 거야. 얼굴 팔리는 건데 시간당 만원이라 하면 다른 옷가게들이 다욕해. 그 집 미친집이라고. 거의 만 오천원부터 시작 하는 게 보통이지. 삼만원이 최대 맥시멈이야. 그리고 어떤 곳은 아예 일당으로 이십 만원, 십 오만원 하는 곳도 있구.

 그렇지! 받은 알바였지! 그래서 내가 사 천원 받는 알바를 못하겠어……. 차라리 다시 살 빼서 피팅을 하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그땐 꿈이 예인이여서 뭔가 모델을 하는 게 더 유리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 그리고 나중에 옷가게도 차리고 싶어서, 모델일 하다보면 주워듣는 게 있을 테니 한 것도 있구. 그치만 제일 중요한건 뭐니 뭐니 해도 돈! 보수가 많으니깐.

 먼저 온라인으로 사진을 보냈어. 럼 연락 와. 그래서 내가 그곳으로 가서 면접? 그냥 뭐, 얼굴 보는 거지. 몸이랑 보고 나서, 그쪽에서 마음에 들면 연락이 오는 거고. 사실 그 자리에서 대부분 말을 해줘. 뭐 이정도면 괜찮겠네, 다음부터 촬영하자, 이런 식으로. 그때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고나 할까?! 민망하지만, 그때 빠지고 그래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 줄 알았어.

 인터넷에 보면 피팅모델 구하는 카페 같은 게 되게 많아. 거기에 보면 구직란이 있어. 그럼 자기 PR을 해서 올리는 거야. 솔직히 객관적으로 못생긴 사람들도 완전 자신만만해.


 근데 막상 해보니까- 피팅 하는 애니깐 뭐 옷만 갈아입지, 실무적인 거는 하나도 모르겠고. 카메라 앞엔 아무리 서도…… 뭐랄까, 내가 쑥스럼이 많아서 여전히 부끄러운 건 있더라구. 아, 그리고 최악인건 야외촬영인데, 사람들 북적이는 명동이나 홍대에서 사진을 찍는 건 아…… 진짜, 너무! 부끄러웠어! 난 시간이 안 되서 항상 주말에 찍었는데, 그때는 진짜 사람들 북적이잖아……. 외국인들이 나 뭐 연예인 줄 알고 렌즈 완전 긴 전문가용 카메라 같은 거로 사진 찍어가고.                                                         


 근데 길거리에서 촬영하다가, 잠깐 어떤 상가로 들어가더니 옷으로 가려 줄 테니깐 갈아입으라고 하는 거야. 그땐 진짜 눈물 날 뻔……. 옷 갈아입는데 막 남자들이 쉭쉭 지나가. 거기가 진짜 나쁜 곳이었어. 다른 곳은 아예 자기네 차가 있어서, 거기 안에서 갈아입힐 걸.

 
그리고서는 창피하니깐 옆에 붙지 말래.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왜냐면 여름가을 옷 입히고, 더울, 가죽 자켓에다, 워머 시켜 놓거든…….

 
화장실에서도 갈아입었는데 그것도 진짜 기가 막힌 게, 그냥 커피빈 이런 곳 들어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래. 거기 사람들이 나 다 쳐다보는데.

 
아, 진짜…….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최악이야! 너무 부끄러워.

 
나는 길에서 촬영하는 거 봐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지나가는데, 찍히는 입장이 되면 거의 다 <쟤 뭐야> 이러고 쳐다보니깐 완전 후끈후끈해…….                                                        photo by  Jef Harris
 
글쎄, 해도 해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면 부끄럽더라. 난 그래서 스튜디오 촬영이 제일 좋아. 무엇보다 포토그래퍼가 우리 여야 할 것 같아! 그럼 미친 듯이 활개 칠 텐데!

 나는, 정말…… 포 없는 애였지. 그래서 대충 피팅 한 애들 사진보면서 몇 개 익혀가고 그랬지. 근데 그러고 가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찌나 민망하던지 포즈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 그래서 거의 막 고정자세가 생겨. 그래도 딱히 뭐라고는 안 하더라.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번 촬영을 하는데 화장을 해주는 곳도 있고, 내가 해야 하는 곳도 있어. 촬영하고 밥을 사주긴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은 알바시간에서 제외해. 정말 야박하지!
 
"그게 야박해?"
 아니, 근데, 화장해주는 시간도 제외해. 음……. 난 나름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저년이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싶겠지만.

 아, 런 일도 있었어! 완전 오랜만에 연락이 온 거야. 내가 살쪄서 알바안하고 있었는데 괜찮대. 그냥 한번만 촬영 하쟤. 그래서 거기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그게 원피스였는데…… 옷 뒤쪽이 스타킹 아래로 걸친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나왔는데 거기 포토그래퍼가 ‘야 너 옷 끼었다’ 이러면서 옷을 빼준 거야……………………………………. 엉덩이랑 허벅다리…… 뭐…… 다, 공개한 셈…….

 아, 정말 거의 성희롱 당했어. 그날 촬영 다 끝나고 그 포토그래퍼가 밥 먹자 해서 집 가고 싶은데 그냥 밥을 먹었어. 밥 먹고 집 갈라고 하는데, 뭐 같이 청계천을 가자느니, 인사동을 가자느니. 시발, 걸어서 거기를 다 돌았어! 근데 걷는 도중에 막 은근슬쩍 어깨잡고, 계속 내 사진 찍더니 뭐라는지 알아? 자기가 모델 촬영들 해보면 뭐 별로 안 마른 모델들도 있대. 엉덩이 크고 다리 두껍고. 그래서 내가 ‘아, 죄송합니다’ 했더니 ‘괜찮아’ 이러면서 시발 놈이……, 내 얘기였던 거지! 그러면서 ‘우린 엉덩이도 본 사인데’.
 
 나 집 와서 완전 개분노! 정말, 그날 하루 일기장에 적혀있어, 아주 욕으로 한가득!!
 
피팅 모델을 할 거면, 절대 살찌우지 마! 그리고 포즈 연습도 많이 해 놓는 게 좋고…….

 다른 알바? 언니 대타로 한스델리 설거지 열 시간 한 거랑, 무한도전에서 하하 군입대전에 콘서트 할 때 거기 무슨 카드 섹션 하는 게 있는데 그거 카드 의자에 놓는 거!
 
비교하면 피팅이 황금알바지! 한스델리 설거지만 해도 시급이 얼마였지, 사천원이였나……? 열 시간해서 사 만원 벌었다.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하니 슬슬 알바 해야 하는데. 당최 뭘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은아. 이제 다른 알바 못 할 것 같다!"

 아니, 지금은 너무 살이 쪄서. 내 주제에 뭘 피팅이야……. 살 빠지면 다시 도전 할 생각이긴 하지만.
 
“근데 다른 알바, 할 수 있긴 있겠어?”

…….

“할 있을 것 같아?”
 
아니…… 직히 좀…… .


초짜의 상식 - 한나의 첫 알바

2009/11/27 23:12

 "수시합격하고 그 담주부터. 11월초였어."
 
"언제까지 할 거야?"
 
 "짤렸는데? 일주일 만에."

초짜의 상식
-대학 붙은 새내기 한나의 첫 알바-

고담

 "일요일 날이었는데 내가 안 나갔지. 자다가……. 그러니까 나오지 말라 그러더라구.
고깃집 알바였는데, 처음 개업하는 집이여서 손님이 너무 많았어.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었어."

 "와…… 미쳤구만……. 그럼 그 전 일주일동안은, 잘 한 거야?"
 "응! ……근데 사실, 그 전에도 내가 좀 덤벙거리는 성격 있잖아. 그래서 지적도 많이 당하고 그랬지.
 
깜빡깜빡해서 주문을 안 넣는다든지, 잘못 넣는다던지, 막 되게 복잡해! 고깃집 알바, 쉬워보여도 그 많은 테이블 번호 다 외워야 되고, 하여튼 머리가 좋아야해!


photo by eunduk

 예를 들어 <냉면이 나갈 때는 식초랑 겨자 가위를 챙겨가서 잘라 줘야 한다>, <육회 비빔밥이 나갈 때는 공기밥이 안 나가고 그냥 비빔밥은 공기밥이 나간다>, <주먹고기랑 삼겹살은 다른 고기랑 판이 달라서 다른 고기랑 같이 못시킨다> 이런 거 있잖아. 근데 이젠 잘할 수 있어!"

 "짤린 뒤에 말이지."
 
"아니, 근데 얼마 전에 땜빵 해달라고 부르더라고? 집에서 자고 있는데. 그래서 금, 토, 이렇게 나가서 도와줬지. 손님이 더 많아졌더라고. 나한테 다시 해달라는 눈치인데 시급도 적고……, 4천원이었거든. 하루에 5시간, 일주일 내내 나가는 거였어.
 
하루 뼈 빠지게 일 해도 2만원 밖에 못 번다니? 슬픈 일이야. 돈 버는 게 진짜 어렵다는 걸 느꼈지. 그리고 다른 알바랑은 다르게, 정말 육체적 노동이 심한 것 같아. 5시간이 5시간이 아니지.

 
그리고…… 이제 알바는 주말에만 할 생각이야, 평일엔 내 공부하고. 짧게나마 알바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수능 전보다 수능 후 이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그래서 대학 가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 영어회화학원도 알아보고, 책도 읽고, 그렇게 시간 보내려고. 그래서 시급 5천원인 고깃집 알바, 주말에만 하는 걸로 구해놨어."

 "근데 그 일요일 사건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 그냥 자다 못 나간거야! 사실, 그냥 그만 두고 싶은 마음에 안 나간거지. 짤릴 각오 하고서……. 늦게 일어났는데 그때라도 갔으면 괜찮았겠지. 근데 아예 안 나갔어."
 
"그 식당이 받을 손실은 생각 안 해봤어?"
 
"별로. 내가 없어도 그렇게 큰 손실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알바생을 굳이 돈 주고 쓰겠니."
 
"근데 내가 별로 역할이 없었나봐. 나 짜르고 나서 새로운 알바생 안 쓰던데?"
 
"아무리 그렇게 생각했어도, 예의상 연락은 미리 줬어야하지 않을까?"
 
"그래, 그래, 사장이 말하는 게 그거야! 연락은 미리 미리. 근데 내가 늦잠 잘 걸 미리 알았니? 미리 연락하게. 어쨌든 그래서 돈 받으러 가서 죄송하다고 고개 조아리고 왔어.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죄송하다고. 작정하고 잔 건 아니야. 깨니깐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냥 안 나간거지."
 
"그래도 용케 돈은 받았네."
 
"응. 일주일치, 정확히 말하면 5일치. 화수목금토."

 "첫 알바였어?"
 "응. 수시 합격하고 나서 딱히 할 것도 없고, 무료하게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리고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러워서 조금이라도 보탬 될까 싶어 해봤지. 근데 너무 힘들었어…….
제일 크게 느낀 거는 한 번의 실수가 용납이 안 된다는 거. 바로 잘렸잖아. 이게 사회구나, 했지.
 
그런데 처음 시작 할 때, '식구'들?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게 재미있었어! 어울려서 일하는 것도, 이것저것 배울게 많았어. 뭔가, 그냥 새로운 인맥? 알바생들은 나까지 네 명. 그리고 뭐, 그 외 오빠들 두 명, 언니들 세 명, 이모들 두 명, 그리고 사장.

 
다들 사연이 가지각색이더라고! 그리구, 우리 또래 남자애들이 있는데, 걔넨 하루 12시간을 일해! 우리랑 똑같이 5시에 와서 새벽 5시까지. 근데 걔낸 학교 안다니던데? 새벽 5시까지 일하는데 무슨 학교야.
 
나까지 4명이 다 열아홉이었어. 원래 한명은 20살 오빠였는데 언제부턴가 안 나오고 우리 동갑 애가 나오더라고. 걘 연기학원 다닌다는데 처음에 올 때 갈색구두 신고 와서 나랑 친구랑 킬킬댔지! 알바 하러오는데 무슨 구두를 신고 오냐?

 반 애들이 모두 다 내 알바에 관심이 쏠려 있었어. 애슐리 알바 구하러 갔을 때도 연락 오는지 안 오는지에 모든 애들이 관심 가졌지. 그리고 고깃집 알바 한다고 하니까, 막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냥 남들보다 2주 먼저 하는 것뿐인데 애들이 너무 부러워하더라.

 근데 나는 남들보다 먼저 대학 합격하고 알바 시작했다 해서, 날아갈듯이 기쁘거나 그런 건 없었어. 오히려…… 그냥 좀,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차라리 이질감을 느꼈지. 애들은 막바지 수능 공부 하고 있는데 나는 수능 전전날 이렇게 육체노동 하고 있고, 머리는 점점 비어가는 느낌이나 들고. 수능 앞두고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도 조금 있었어. 아무리 수시 합격 했다 해도.

 "머리가 비어 가는 느낌……? 공부만 엄청 했다가 갑자기 단순 노동 하니까, 극과 극으로 부각이 돼서 그러는 건가?"
 
"맞아, 맞아. 으음……. 내 주변 애들이, 나와 다르니까…….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해도, 뭔가 남들은 저렇게 다 하는데 나만 뭔가 조금 다르게 하면, 그걸 하고 있으면서도 불안해하는 그 버릇을 못 버리는 것 같아.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돈 벌고 살지 않으려면 역시 대학 가서 머리나 꽉 채워야겠다는 생각 했어. 평생 이러고 산다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거든. 대학 가서 열심히 해서 그래도 이런 막노동 보다 머리 쓰는 직업 가져서 살자는 생각도 들었고."

 "완전 모범 답안인걸. 알바 더 일찍 해봤으면 그때부터 더 공부 열심히 했겠네. 왜 지금까진 안 했던 거야?"
 
"지금까지? 그냥,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알바하는 것 보다 머리를 채워 놓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럼 실제로 해보니까 어때?"
 
"학생 때는 그냥 학업에 집중 하는 게 현명한 거 같아. 나처럼 수시 합격하거나, 나중에 필요할 때 알바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일찍부터 굳이…… 경험 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

  벌써부터 교복이 무색한 웨이브 머리를 하고 한나는 말했다.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쪽이다 -영은의 피팅모델알바편  (1) 2009/11/27
초짜의 상식 - 한나의 첫 알바  (0) 2009/11/27
떨어라, 반응하리라!  (0) 2009/11/06
알바였나?  (0) 2009/11/06

알밥의 추억 1

2009/11/06 14:07

드럼을 위하여


  

“저 여기 혹시 자리가 있습니까?”

“당장은 없는데?”

“아 그럼 자리가 언제쯤 생길까요?”

“내가 자리가 나면 연락을 하도록 하지.”

 

중학교를 다닐 적 열 네 살의 가을인가 그랬을 것이다. 몇 해 전, 아니 꽤 오래 전부터 우리 집은 집만 괜찮고 집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노동 빈곤층이었다. 우리 집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그래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스물 네 시간 정신없이 사업을 하러 돌아다니시는 아빠를 보면 우리 집이 왜 이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집에서 나는 친구들에게 “밴드를 함께 하자.”라는 제안을 받았고 순순히 승낙해버렸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곰곰이 생각해봐도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걸 생각하면 나는 불효자슥에 호로 자슥이다. 흙흙흙 부모님 저엉말 죄송합니다.

 

처음에 학원을 다닐 땐 그냥 부모님이 내주셨다. 점점 송구스러워지는 마음. 그러다가 “어쩌면 학원비를 내가 벌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와우, 좋았어 머핀. 니가 그래도 아주 못 된 놈은 아니구나?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서............ 기는 무슨, 일자리를 찾아 길을 나선 머핀. 열네 살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알바 이야기에는 꼭 필요하므로 하겠다. 나는 일단 보이는 신문사라곤 조선일보가 가장 보기 좋은 곳에 있어서 조선일보를 찾아갔다.(내가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선 다음에 심도 있게 다루겠다.) 우웩. 공식적으로 사과한다.(응?) 어쨌든, 자리가 없었다. 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배달하겠다는 사람도 많다니! 일자리가 없음에 대한 아쉬움의 세포와 ‘아싸 잘 됐다 조선일보 따위’ 세포가 마구 교차로에서 서로 부딪쳐 교통마비를 일으켰다.

 

조선일보에 가서 딱지를 맞고 세포들이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서 수습되는 동안 나는 시장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일자리가 없다니 세상이 삭막하게 보였고 시장은 그것을 상쇄시켜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랄까. 다른 어 일자리는 없을까? 희망의 불빛이 꺼져가던 시점, what the!!!!! 부산 지역신문인 국제신문을 찍어내는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리가 곧 날 거 같은데 연락하겠다.”라는 아저씨의 말씀은 구원의 메시아처럼 내게 다가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더보기

 

'"밥통" Vol.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밥의 추억 1  (0) 2009/11/06
3년째 알바생활 중인 예쁘장한 언니와의 만남  (0) 2009/10/07
난 왜 알바에 관심이?  (0) 2009/08/06
알바와 돈과 19살  (0) 2009/08/06

알바, 그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2009/10/21 14:01

 아르바이트, 사실 이처럼 다루기 난감한 주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왠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시간에 공부나 해!’ 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는가? 한번쯤 알바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을 사든지, 혹은 어떠한 일을 하려고 해도 결국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운 이 또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 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알바를 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지 않는가?

혹시, 돈이 우리를 지배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은 나가고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의 불을 켜고 양치질을 하는 그 순간에도 전기세와 수도세는 꼬박꼬박 나간다. 학교에 가는 버스비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까지 모두 ‘돈, 돈, 돈.’의 연속이다. 심지어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에도 ‘돈’이 든다! 물질만능주의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땅 파면 돈도 안 나올뿐더러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꾸려나가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돈이 징글맞지 않는가? 그 누가 말했다. ‘돈이 웬수.’ 라고.

우선순위가 ‘돈’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사실, 많은 학생들이 돈만 보고서 알바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알바를 돈만 보고 알바를 하게 된다면 결국 ‘돈’을 쫓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극단적인 질문을 하겠다. 알바를 하는 게 돈 때문이라면 그대는 몸을 팔 수 있는가? 당연히 그대의 대답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돈을 벌려고 알바를 하겠지만 돈 때문에 몸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 극단적인 예이지만 바로 자기 자신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우선순위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알바가 단순히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알바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활동이기 때문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알바를 시작한다면 결국 ‘돈’만 버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한번쯤은 들어봐도 좋을 어른들의 충고

어른들은 말한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 라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 그들의 거짓말을 알기에 말이다. 하지만 10대라는 지금 이 시기가 공부를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상태라는 점은 공감한다. 지금처럼 돈을 벌어야 할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시기가 인생에 또 있을 것 같은가? 성인이 되어서 우리는 좋든 싫든 먹고 살기 위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때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을 대략 60년으로 잡을 때 3년은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진로를 공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삶의 방향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경험’은 ‘경험’일뿐

필자의 주위엔 알바에 관해서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은 어때?’, ‘시급 센 곳이 어디야?’가 대표적인 질문인데, 필자는 말한다. 그런 거 고민 할 시간에 ‘닥치고’ 공부하라고. 알바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단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문계 학생이 단순히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학비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용사가 꿈인 친구가 방학 때 미용실 스텝으로 일하는 것은 그 친구의 진로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진로와 접합한 알바를 선택했고 자신의 직업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알바는 ‘경험’이다. 당신이 사회에 나가는 첫 발걸음이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임이 틀림없다. 좀 더 영리하게 굴어라.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마치며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만족스러워 하거나 후회하기도 한다. 필자에겐 가장 길었던 1년 반의 패스트푸드점에서의 경험이 인생의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 상사가 싫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에 절실히 공감하거나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내 자신이 사회에 구성원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필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필자에게는 그 시간이 단지 ‘경험’일 뿐이다. 진로가 요식업계이지도 않을뿐더러 적성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소 사회에 참여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결국 알바를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몫일 것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으며 자신이 선택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알바, 그건 아마도 10대만의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라고.

from 경식


'"밥통" Vol.2' 카테고리의 다른 글

BURGER KING 's Girl & Boy  (4) 2009/10/21
알바, 그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0) 2009/10/21
알바에 대한 생각들  (0) 2009/10/21
고양이다 " 두란의 편의점 알바편 2부"  (0) 2009/10/21

 점점 더 속도가 붙는 이야기와 아울러 극적으로 움직이는 두란의 얼굴 근육을 보며, 어쩌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전초전에 불과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다

-두란의 편의점 알바편 2/2-

고담

맨날 나한테 교회 홍보하는 사람도 있고 좀 무서운 일본인도 있었고, 라면 엎는 쉐키들도 있고, 진짜 귀여운 애기들도 있고, 나를 아줌라 부르는 쉐키들도 있고, 아…, 아! 진짜 무서운 아줌마 있었어……!

수표로 계산하는 인간인데 담배 2500짜리 하나 사고 십 만원 수표를 낸다……? 거스름돈이 없어서 없다고 하면 엄청나게 화를 내는 거야……. 그리고 그 땐 사람도 엄청 많아서 계산이 밀려 있는 상황이었는데 진짜 '너'라고 하면서 반말 엄청 하고 화내고. 나보고 자기네 가게로 거스름돈을 가져다주러 오라고 하질 않나, 아니 내가 그 가게가 어딘지 어떻게 아냐고! 근데 내 전 알바는 그 아줌마한테 그렇게 했던 거야!! 그래서 왜 너는 못하녜. <니가 이렇게 하면 되잖아> 라는 둥! 결국 나 끝날 시간 될 때 오겠다고 하셨고, 그 아줌마 가고 나서 다음 손님이, 저런 사람 때려버리라고 했다.

자기가 나 끝날 시간 될 때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어. 그리고 점장님이 오셔서 아줌마한테 우리 알바생한테 뭐라고 하지 말라고 그러셨는데, 이게 웬 일. 이게 웬 천사? 완전 상냥하게 실실 쪼개더라. 나 나타나니까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기분 나쁘다면서 또 뭐라고 하고. 그놈의 수표가 문제야. 그 아줌마하고.

여기가 식당인 줄 아는 사람도 있어. 편의점이 엄청 넓어가지고 식탁도 꽤 있거든? 학교 끝나면 우리 가게로 엄청 와. 근데 다들 가고 난 자리엔 엄청난 쓰레기들이……. 당최 치우지를 않아. 어떤 손님은 진짜 식당인줄알고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나한테 시키기도 해.

“난…… 편의점 알바면 그냥 가만히 서서 계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너 얘기 듣고 보니까 생각 못 했던 잡일이 많다.”

응, 계산하는 것 말고도 엄청 많지! 바닥 쓸고 닦고, 음식물 차면 버리고, 음식물통 닦고, 진열대 먼지 닦고, 유통기한 체크하고, 빠진 물건 진열하고, 돈 정리하고, 물건 들어오면 진열하고. 사실, 심심하면 안 되는 거지.

근데 손님들 말고도, 요즘엔 알바생들이 엄청나게 책임감이 없어. 하기로 했으면서 나와야하는 당일에 문자 하나로 오늘 못 간다고 보내놓고 전화 안 받고 그렇게 펑크를 내. 근데 그런 사람이 너무 많은 거야. 일을 대충하기도 하고.

내가 있을 때도 그런 일들이 자주 생겼어. 그래서 점장님이 대신 해주시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 그만둘 생각이어서 말 하려고, 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그런 일들이 있으니까 얘기 꺼내는 게 힘들었어. 정말 '개인'뿐인 거야. 자기 뿐. 내가 뭐라 할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게 안 되어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고.

“좀 놀라운데. 고용인이 아닌, 알바생의 무책임한 태도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고용인이든, 알바생이든, 결국 다 신뢰와 예의 문제 같다. 최소한의 예의.”

응.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된다면, 밥은 서서먹지 말고(그때만은 편하게), 거르지 말고, 뭘 먹을까도 잘 선택해야 돼.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파악해서 그 때 먹도록 하구. 손님들에겐 웃어야 해. 진짜 어쩔 수 없는 손님이라도 웃어야 할 수 있고. 흠, 그리고 이런 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을 너무너무너무 솔직하고 정직하게 하는 것도…….

“적당한 꼼시 말이지?”

응, 적.당.히! 점장님이 이 글은 안 본다는 게 참 다행이다. 그리고 시간 관리가 중요해. 일단 알바를 하게 되면 자기 시간이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해야 하는 일이라든지, 하고 싶은 일이라든지, 시간을 잘 짜서 할 건 틈틈이 할 수 있으면 좋다는 거지.

“그런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점장님이었잖아. 어땠어?”

아는 사람이다 보니까 오히려 감정의 문제들을 속 시원히 말하기가 힘들었어. 내 친구들이었다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이모에겐 좀……. 이모는 신경 쓰셔야 할 다른 문제들도 있고 평소에도 스트레스 많이 받고 계시는 걸 내가 알거든. 그래서 거기다 또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혹시 잘못얘기해서 이모가 서운해 하시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다른 건 좋았어. 편하고, 나를 잘 아시니까. 밥 사주실 때도 있고 우리 엄마랑 친하시니까 특별히 일될 것도 없고, 중요한 건 내가 점장님을 좋아하니까.

가끔은 스트레스 때문에 울기도 했지만 별의 별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할 수 있었지. 어떤 사람일까 생각도 해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부가 된 것 같아.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랑, 내 사적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고.

꼭 고양이처럼 눈치를 보면서도…… 애증의 것이랄까.

정신없는 차 소리, 매캐한 담배연기를 휘저으며 도망치듯 옮기던 급한 걸음을 멈추는 때가 있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때.

어째 날 성가시듯 노려보는 뻔뻔함이 이 길 주인이다. 결코 먼저 거두려 하지 않는 시선, 저 태연함은. 가만히 노리다가도 휙 돌아 사라져 버리는 뜀박질마저 도망간다기보다 너 아녀도 할 일 많다 떠나버리듯, 우아함.

그 초승달 같은 두 눈 속에 길에서 마주치는 수 없는 이들을 다 담고 있다는 걸. 온갖 별의 별 쟁그런 인간들을 다.

이제 보면 빛나던 달 모양은 눈동자가 아니라 틈새였나.





 바쁜 걸음으로 편의점을 지나친다. 투명한 창 너머로 핸드폰 자판에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는 모습이 꼭 적적한 편의점에 손님을 끌어당기는 주술이라도 되는 것 같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그들을 보며, 철학을 공부하게 된다면 편의점 알바를 해야겠다 생각한다. 간단하지-사람들이 알아서 계산대로 가져오면 띡, 띡 바코드 찍어 얼마라고 말해주는 거잖아-, 쾌적하지, 여유 있지! 사색을 위해 존재하는 알바일세.

고양이다

-두란의 편의점 알바편 1/2-

고담

6개월 정도했어. 주말로, 하루에 여덟 시간, 오후 3시부터 11시. 아는 분이 편의점을 하셔서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어.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했고 용돈을 직접 벌어보려고. 시급은 3700원 정도였던 것 같아.

“최저임금이 4천원인데?”

응.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고 괜찮다고 했었지, 뭐……. 광명일대가 전부 그렇다고 했었나? 주변에 알바 해본 사람들한테 듣기도 했고, 점장님도 얘기해주시긴 했어.

그렇지만 똑같은 일을 해도 (최저임금 이하라는 사실을) 알고 했을 때와 모르고 했을 때 차이도 있고, 막상 하면서는 하루에 8시간 꼬박 일하면서 손에 잡는 돈은 많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뭐가?”

내가 벌 돈을 평가하는 게 좀 어려워. 아직 나한테 돈을 번다는 의미가 안 잡혀서 그런 것 같기도 해. 허무함도 있었던 것 같고. 일하는 게 힘들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하루가 그렇게 가버리는 것에 대한 투정이었는지, 아니면 알바하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런 것들이 자꾸 돈 벌기 전 마음에 겹쳐지니까 나중에는 돈도 적은 것 같고, 정말 돈 벌기 힘든 거구나 싶었어.

무엇보다 나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게 제일 힘들었어. 너무 허무해. 하루가, 그냥 그렇게 다 가버리는 거잖아.

그리고 밥 먹는 시간이 따로 없어서 제대로 못 먹는 거!! 자리는 지켜야 하고 배는 고프고, 최대한 빠르고 깔끔하고 간단하게 먹으려면 대충 때울 수밖에 없잖아. 몸이 힘들었어. 끼니를 제대로 된 걸 못 먹으니까 아프고.

“어떻게 밥 먹는 시간이 없어? 알바 전에도 알고 있었어?”

몰랐어……. 다른 덴 있어!? 내 친구들도 저녁시간 따로 없던데?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나밖에 없고, 그니까 알아서 먹어야지 뭐. 그리고 내 돈으로 사먹어야 했어.

사람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진짜 장난 아니지.

밤에는 물론이고 낮술 하는 사람까지 있거든? 원래 편의점은 유흥업소 자격이 없어서 술을 안에서 못 마셔. 그런데도 기필코 마시겠다는 거야. 안 된다고 하면 정말 끈질기셔들. 어떻게든 해서 결국 내보낸다? 그런데 그 분들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엄청 욕을 하든지, 뭐라 하고 나가지. 게다가 내가 여자고 어린걸 아니까 그걸 이용해서 무시도 하고 술을 가져오라는 둥, 따보라는 둥, 아가씨가 얼굴도 예쁜데 이러면 안 되지, 등등등. 이런 말들 자체가 우선은 나를, 여성을 비하하는 게 아닐까? 정말 화나는 행동들을 했다고……! 나 정말 눈물 나는 줄……. 다시 한번 내가 여자였다는 걸 확인했다.

“알 것 같아.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건, 참을 수밖에 없다는 거야.”

어!! 그게 너무 싫다는 거야, 왜 참아야하는지! 참을 수밖에 없긴 했지. 손님이니까. 아니, 근데, 손님이라고 그런 엄청나게 부당한 대우를 내가 받아야하는 건가? 정말 손님이라고 참아야 하는 걸까?

점장님도 충분히 아신다면서, 그냥 무시하거나, 엄청 질긴 사람이면 경찰 부르라고 하셨어.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경찰 연결할 수 있대. 대신 여름이 되면 밖에서는 마실 수 있대. 그중에도 굳이 안에서 마시겠다고 캔을 따버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거 말고도 청소년이 담배를 사려고 하는 문제들도 있지. 정말 많이 와. 사실 나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데에 문제를 느끼지는 않지만 편의점에선 편의점 법을 따라야하니까. 내 친구 중에는 교복 입고 오는 애들도 있었대.

요즘엔 가짜 민증 하나씩 가지고 다니니까, 정말 민증 하고 자기 얼굴하고 엄청 다른데 지라고 우겨대고. 집에 놓고 왔다고, 그런데 집이 엄청 멀다면서. 안된다고, 안된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결국 ‘한번만 주시면 안돼요?’. 하하, 참…… 귀여워.

“줬어?”

아니, 안 줬지! 완전 법 준수해야 하거든. 걸리면 정말 장난 아닌 것 같더라. 한 번 나 없을 때 일도 있었던 것 같고……. 그래도 내가 속았으면 주긴 줬겠지.

싸가지 없는 중, 고딩도 있고. 있잖아, 전형적인 애들. 무조건 그냥 씹거나 째려본다거나 짜증나는 말투라거나. 사실 이것도 나한테 그런 애들은 거의 없어. 내가 워낙 얼굴이 이십대st?잖아. 그리고 화장 찐하게 했었거든.

“약간 까칠한 언니 포스를 뿜어내면 편하겠구나!”

크크, 최대한 걔네보다 늙어 보여야 해.

아, 도난 사건도 있었어. 다른 시간대에. 보통 만지작거리다가 안 보는 틈타서 가져가거나, 주로 사람 엄청 많고 바쁠 때 와서는 정말 계산적으로 가져가거나. CCTV에 찍히면 웬만하면 잡히는 것 같아. 점장님이 그거 캡처해서 프린트 해놓으셔, 알바생 교육용으로.

알바생은 그럴 때 얼른 안에서 잡아야 돼.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면 큰일 나지! 도난사건 때문에 돈이 비면 그만큼이 알바비에서 깎이는데……!!

두란의 목소리가 커져 갈수록, 내 머릿속 편의점 알바생들의 잔상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일 없이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