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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는 즐겁다든데? -1부

2010/02/12 00:36
고담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할게요. 주유소는, 일단 신발을, 새거 신고가지 마세요. 새거를 신고가면, 한시간만에, 신발이 드러워져요. 기름 묻어. 바닥에 다 기름 묻어 있어서. 그리고 옷은, 꼭, 주유소에서 주는 옷을 입으세요. 주유기 호스에 기름이 묻어 있어 가지고. 옷에도 다, 묻어. 그리고 손은 꼭 씻고, 집에 가세요. 코 부분 이렇게 딱 만지면은 정말 휘발유 냄새가 확, 나요. 그리고, 주유소에는 씨씨티비가 있으니깐, 허튼, 짓 하지 마시구요. 주유소에서 손님이 현금으로 오만원을 주면 거기서 만원은, 내가아 가져야지이 한다, 그것은 바로, 자살, 행위와, 같은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유소 알바가 힘들 때는, 이렇게 하세요. 사장님. 저. 세차. 할래요. 그렇게, 하고, 세차 하다가, 주유 일을 하면은, 조금 쉬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왜, 세차가 어려워?
어. 어려워. 



 열일곱 살 마지막 12월달 그때 맨 처음 알바, 그니까, 알바의, 아예 첫 발을 디딘 때가, 주유소.

-왜 첫 알바로 주유소를 선택했어?
 가까우니까. 집에서.
 주유소 맨 처음 할 때, 그때는 최저임금이 3300원이었을 때여가지고 3700원 받았고, 두 번째로 고등학교 2학년때 간석오거리에서 했을 때는 4천원, 세 번째로 고3 여름 방학에 동암역에서 했을 때는 3600원. 그렇게 해가지고 받았었어.

-어? 왜 제일 마지막에 했던 게 시급이 제일 적어?
 그때는 그냥 돈 벌어야지, 이 생각이 아니라 용돈만 벌어야지, 아니 근데 나는 그렇게, 만약에, 주유소에서 일 한다면은, 뭐 휘발유 차에다가 경유 넣어가지고 월급이 깎이고, 그런다고 해도 별로 상관 안 해, 별로 그렇게. 뭐 일하는 건 그냥 노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래가지고 돈 쪼금 주고 많이 주고, 뭐 그런 거 잘 신경 안 써. 많이 주면은 뭐 나도 거기 가서 하겠지, 근데 뭐, 시급이 3700인데 할 수 있겠냐, 하면은 그냥 뭐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냥 이렇게 말해. ……. 재밌잖아.

-응? 뭐가 재밌어, 일하는 게?
 응.
-너 일하는 게 재밌어?
응, 주유소.
재밌잖아.

 photo by mcpeak_michael


sk하고 gs칼텍스하고 s-oil 해봤는데 이 세 개가 다 주유기가 틀려. 지금은 뭐, 다 마스터해갖고 지금은 어딜 가거나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해보면 다 알거든, 아니 삼십분만 해보면 아는데. 처음해보면 복잡한데, 쪼금씩 쪼금씩 하다 보면은 다 노하우가 생겨가지고 빨리빨리 하는데, 가서 주유기, 뭐 '오만원 넣어주세요' 하면은 [오 공공공공], 눌르고 [완료], 눌르고 [리터]나, [원], 누르고 딱 쏘고 주유 구멍에 딱 넣어. 그러고 총에 레바 딱 누르고 고정시켜놔. 딱 가서 계산하고, 오만원이 다 차면은 레바가 딱 튕겨. 그럼 고정된 거 딱 풀고 다시 껴놓으면 끝이야. 근데 그게 레버를 고정한 거를 안 풀면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냐면은, 그때 걔가, 다른 여자애가 먼저 해놨었는데 고정을 시켜 놓은 거야. 주유기에 꽂혀있을 때는 기름이 안 나와. 근데 내가, 이렇게 [오만원] 딱, 누르고 딱, 뽑았는데 기름이, 폭포수처럼, 레바가 고정돼있으니까. 그래가지고, 내가 깜, 짝 놀래가주고 와아, 레바가 1단도 아니고 3단으로 고정돼 있는 거야, 야아아 씨, 죽는 줄 알았다, 진짜. 또 이게, 그 수압 같은 게 있잖아. 이게 퐝! 나오면 뒤로 이렇, 게 되잖아. 어어어어 하다, 아, 한 3초 동안? 뿌릴 건 다 뿌렸어, 솔직히. 그러다 바로 팍, 레바를 풀었어. 그랬더니 주유소 사장님하고 대리하고 다 나와가주고, 다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아아, 나 아니라고, '전 몰라요', 했어. 딱 얘길 하고보니까 범인이 밝혀진 거야. 그랬더니 다음에 같이 얘기하면서 '참, 그래도 진규가아 참 대단해애' 갑자기 그래. 그래가지고 '왜요?' 하니까, '누구나아 그런 상황에 가면으은 당황하고 딱, 주유총을 떨어뜨릴 텐데에 진규는 어떻게 차암 빨리 이렇게, 레바를 풀렀네에, 참 대단해애' 그랬지.

 언제는, 누나들이랑 딱 장난치면서, 일을 하고 있었어. 근데 누나가, 담배 피고 싶은데 왜 또 차 오냐고 존나 욕하면서 나랑 같이 가면서 난, 누나 저거 하나만 하면 되여어, 하면서 주유소 딱 총을 뽑고, 오만원이었는데, 누나가 막 존나 덜덜 떨면서, 한 사만 구천, 팔백원 밖에 안 들어갔는데, '아, 빨리빨리빨리빨리, 아, 됐다!' 하면서 존나 빨리 팍! 빼는 거야. 근데 기름이 계속 나오는데 팍 빼니까 내 얼굴에 퐈악! 튀겼지. 웃은 채로 얼굴 가만히 있다가. '음, 하. 하. 하… 누나아……. 왜 그랬어영'. 누나가 아스크림 하나 사주드라.

 아예, 온몸에 뒤집어쓴 적도 있어. 그때, 그때 또 레바가 고정돼있던 거야. 딱 뽑았는데, 온 몸에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휘발유도 아니고, 경유가 이렇게, 다아 묻은 거야. 목욕을 한 거야, 경유로. 근데, 가서 씻으면 되지, 하고 기름을 넣고 있는데, 빨리 가서 씻으래. 아, 쫌 이따 씻으면 되요, 이랬어. 그랬더니 거기 주유소 사람이 야, 휘발유는 날라가서 냄새가 안 나는데 경유는 날라가지도 않으으, 빨리 가서 씻어어, 이래. 아, 그래요? 빨리 가서 씻고 왔지. 휘발유는, 휘발성이 되게 막 뛰어나게 높아가지고 바람에 다 날라가는데, 경유는 좀 무거워 분자가. 그래가지고 되게, 바닥에 딱 떨어뜨리면, 퍼지면서 안 없어져.

-너 주유소 일이 건강에 나쁜 거는 알고 있어?
응. 그냥 알고 있었어. 예전부터.

-알면서 왜 했어?
 그냥. 뭐, 그렇게 안 나뻐. 주유소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뭐. 주유소에서 할아버지들도 해애. 뭐, 나쁘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런 거는 별루 신경을 안 쓰고, 만약에, 주유소 알바가 재밌다는 생각이 이만큼이면은, 나쁘다는 생각은 (손가락을 모으며) 요만큼.

-그럼 주유소 사장님이 뭐 건강에 대한 얘기 안 해줬어? 이럴 때는 숨 참아라, 이런 거라도.
 그런 거 없어.

-그러며언, 주유소 알바 하니까 실제로, 갑자기 막 머리가 어지럽다든지, 갑자기 막 구토가 밀려든다든지이…….
 그런 거 없어. 멀쩡했어. 주변에도 없어.

-이런? 재밌는 얘기 좀 나오려나 했는데. 근데, 주유소 시급이 특별히 높은 거야?
 응? 아니.

-그럼 가출한 애들이 왜 다 주유소 알바 해?
 야, 가출한 애들, 다 몇 살인 것 같애?

-중고등학생?
 그럼 밖에 나가서 뭐할까, 밖에 나가서. 할 거 없어. 그리고 주유소에는, 일하고, 먹여주고 재워주고도 할 수 있어. 거기 숙식 다 되든데? 왜 재워주는지는 모르겠고.

-근데 어린 애가 여기서 잔다하면, 쟤 가출했구나, 다 알잖아. 근데 그런 거 알면서도 신경을 안 쓰는 거야?
 어.

-주유소 알바 하면서 가출한 애들 많이 만났어?
 어, 쪼끔. 가출을 왜하냐아 딱 물어봤더니, '아, 혀엉, 집에 자꾸 뭐라구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나왔쎄영' 나와서 뭐할래? '에이 주유소에서 자면 되져어' 학교는? '에에 자퇴하면 되져어' 음, 한 스무살 돼서, 뭐할래? '에이이 주유소 알바 계속 하면 되져어' 그래서 내가 딱 그랬어, 걔한테, 에우 그냥 그지 되면 되져어, 그래가지고 걔가 그 말 듣고 집에 갔잖아, 내 말 듣고. 아, 진짜 난 천사야, 방황하는 소년을 집으로 보낸, 천사야, 천사, 딱 말 한마디로 그냥. 그지 되면 되지, 이 한 마디로 그냥.

-어이고.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잖아. 되게, 가지각색의. 거, 동암 주유소에서 주유하면서 알게 된 사람 두 명 있거든? 두 명 다 어떤 아저씨야. 지금 번호도 있어, 내 핸드폰에. 그 아저씨랑 같이 만나서 밥도 먹고 그런 적도 있어.

-어떻게?
 그러니까, 막, 아 모르겠어. 막 어른이 봤을 때 학생이 알바하는 게 기특하게 보였나봐, 그래가지고. 왜. 진짜, 막, 되게 많어. 알바 할 때 마다 그런 사람들 많어. 알바 해갖고 다아 알게 되고 막.

-청소년 알바하는 애가 너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너만?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니, 그래도
 아, 나도 모르겠어, 나한테 묻지 마, 내가 뭘 알어.

-니가 붙임성이 좋은건가?
 뭐 그럴 수도 있고. 아, 이 시계 이것도, 이름 있는 건데, 비싼 건데, 동암 주유소 과장님이 준거야. 이거 쌔거를. 지금은 쪼오금 낡았는데, 빡스하고, 거 설명서하고, 그런 거하고, 다 그냥 그렇게 줬어. 주유소 과장님이. 진품이야. 17만원 짜리.

-왜 줘, 너한테?
  그러게? 뭐…… 주유소에, 승선실습 갈 때랑, 휴가 나왔을 때랑, 이제 끝났을 때랑, 다 인사 갔었어. 사장님, 저 이제 승선실습 갑니다아. 사장님, 저 휴가 나왔습니다아. 사장님, 저 끝났습니다아. 다 이렇게 인사하고 왔지. 따른 사장님들한테도. 아, 근데 이거 시계는 승선실습 가기 전에 줬어.

-다른 알바생 애들도 많은데 왜 너한테만 줘?
 그러게.

-너를 좋게 봤나?
 응.

-니가 뭐했는데?
 멀라? 한 거 별로 없써….

-너, 뭐 끼 있다.
 어디 가서 굶어죽진 않을 것 같대, 미용실 아줌마가. 아, 나 미용실 아줌마 번호도 알어.

-근데 내가 궁금한 건, 이젠 거기서 일하지도 않잖아, 근데 왜, 찾아가서 안부 묻고 인사 하고…….
 근까, 모르는 사람하고 얘기해서 친해지는 거. 그리고 모르는 사람 많이 만나는 거. 그냥 보는 거 말고. 그냥 스쳐지나가면서 보는 거는 길거리 지나가면서도 다 하잖아. 근데, 알바는, 딱 그거 같애. 돈하고, 인맥. 인맥은, 진짜 알바 해야지 넓어져.

-근데, 그렇게 해서 관계가 생겼다? 근데 그렇다 해도 얕은 관계로 끝나지 않아?
 아니. 네버앤딩 스토리야.

-어떻게?
 거기서 보니까. 주유소, 편의점에서……. 야, 꼭 문자 맨날 해야지 뭐 그거냐? 지나가다가 보면 인사하고, 아는 척 하고.

-그럼 너는 그런 관계가 얕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얕지도 않고?
 응. 그냥…… 잘 모르겠어. 그니까, 그런 존재가 되지 않게 만들어야지.

-그럼 니가 막, 먼저 연락하고 그래?
 응. 내가 먼저 할 때도 있고, 아 함 지금 보내볼까? 아저씨한테?

-응, 근데 뭐라고 하게?
 응, 나 취직했다고.

 아저씨~ 저 동원참치에 회사 취직했서여. 잘했져*^^*


-……. 근데 그 아저씨가 널 기억할까?
 응. 나도 그 아저씨 기억하고. 내가, 엊그제 주유소 인사 갔을 때 그 아저씨가 세차하러 한번 왔더라고. 내가 '어, 안녕하세요' 인사하니까 '어, 기억하네?'

-그렇게 관계 맺은 사람들이랑 지금까지 다 연락을 한다는 거야?
 응. 거의.




 몇분이 채 안되어 '딩동' 문자 소리가 왔다.
"봐, 답장 왔지?"
 진규가 웃으며 핸드폰을 내민다.
"뭐래?"
"축하하고, 건강 챙기면서 일 하고, 힘내래."

 진규는 웃음을 흘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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